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에서...
이혼을 하고 여행을 엄청 다니고 있는데… (베트남 사파, 인도네시아 발리, 베트남 나트랑, 강원도 인제, 강원도 묵호, 크로아티아까지…) 돈도 돈이지만 이게 뭔가 새롭지가 않다.
여행을 떠나는 내가 너무 익숙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식당을 알아서 찾아가고 여행 루트를 짜는 것들이 어렵지 않다. 매우 익숙하게 하는 느낌? 대부분의 것들이 어렵지 않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도시들의 시스템은 비슷하고 여기서도 여기의 음식들을 사서 잘 먹고 잘 다니고 있다. 해먹기도 하고…
루틴도 같다. 한국에서와 같이 오전에 요가하고 샐러드와 빵으로 밥해먹고 저녁 일찍 눕는다. 사람이 맣은 곳에서의 나이트 라이프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리 들어와있는다.
여유가 생긴다하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같다. 내가 나를 충전시키고 회복시키는 루틴이 있으니 여행을 와도 중심을 잡게된다. 이게 나에게 색다름을 주지 않는다. 공항도 버스나 페리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다 해봤던 것이다. 남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다. 그가 있었다면 억지로(?) 의지하며, 의지하는 척을 하며 ㅎㅎ 그와 24시간 붙어있엇을텐데… 이게 좋으면서도 답답했을 것이다. 숨이 막히는데, 답답하다고 표현하면 안된다며… 그런 나를 또 검열하며 없애고 죽였겠지_
이번 여행도 혼자갔던 다른 여행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가 내년에 해외에 나가고 싶은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디로부터의 도망만 치는데… 내가 만들어낸 도망인가 싶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의 도망인가_
캐롤라인 냅의 ‘욕구들‘이란 책은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엇으로부터의 도피인가? 그저 엄마? 금기시 된 것들? 여자라는 이유로 할 수 없던 모든 것들로부터의 도피? 그게 이렇게 크고 복잡하며 엉킨 감정들? 정서들을 일으킨단 말인가?
한국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유럽에, 크로아티아란 땅에 와도 똑같이 작동한다.
“혼자냐? 어려보인다.“ 하면서 나를 인간보단 여자, 동양인 여자로 희귀한 종 보듯이 한다. 그리고 따라오는 질문은 “혼자 이 나이에 어떻게 다녀?”이다.
여기엔
1. 여자는 혼자 다녀서는 안되.
2. 너처럼 어린 애는 보호자가 필요해.
3. 세상은 혼자 다니는 동양인 여자에게 위험해
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universal” 한지…!!!
동양에서도 유교적인 나라 한국을 벗어났는데도, 저런 시선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 중에 만난 캐롤라인 냅의 책은 이를 좀 더 심층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인지 진도가 쭉쭉 안나간다. 읽다가 덮고 생각하고 저항하는 중이다)
그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원하는 삶? 만남?은 무엇인가?
"자유"인 것은 확실하다. 이 극단(마구마구 욕망을 펼칠거야. 와 나는 누군가 이 모든 걸 이해하고 함께 해 줄 컴퍼니를 원해?) 사이의 어떤 중용? 아니 저 극단을 넘어선 나만의 자유일지도….
그러기 위해선 더 해체해야하나보다. 엄마와 여성에게 주어진 모든 억압들을..그 목소리들을 면밀히 봐야할 듯. 대충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세밀하게 보고 그 밑의 층위를 파야할 것 가다. 이것이 자유로 향하는 길 일듯…
해보는 데까지 가봐야지.. 되는데까지
이걸 보는게 엄마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엄마를 나의 엄마라는 투사와 동일시의 대상에서 거리를 두고, 한 사람으로 보는 방법일 것 같다.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부모-엄마에게 뒤집어 씌워 미워하지 않는 길을 찾길 바란다.
어제_ 흐바르섬에서 두브로브니크로 약 4시간동안 페리를 타고 넘어왔다.
그제는 스페인사람, 아르헨티나사람, 홍콩사람, 미국사람 들과 함께 10시간동안 보트를 타고 이 섬 저 섬을 다니는 호핑투어를 했다.
거기서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디서든 잘 살 사람이며, 유니크한 존재라는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처럼 편해서 누구와도 쉽게 어울릴 수 있으며, 어떤 정도를 지키는 국제적인 선도 잘 안다. 온갖 억양이 섞인 영어를 쓰는 만큼, 러시아어(슬라브어)를 할 줄도 알아서 대륙의 바이브도 갖고 있다.
여기에 이 지구에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는 존재/비존재적인 감각도 갖고 있다. 나에게는 생명/비생명을 존중하는 센스가 있다. 이런 나는 아무래도 한국-서울-쌍문동에서만 지내기엔 아까운 것 같다. 여러 인종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야할 듯. 거기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
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주고 받으며 어울리고 싶다.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하며 살고 싶다.
여기와서도 가장 큰 관심분야는 언어다. 언어자체에 귀를 기울이게되고 읽을 수 있다면 읽고 이해하고 싶다. ‘문자와 언어‘ 여기에 중점을 두며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이 이틀 남앗다. 화요일은 이동의 이동을 하며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오늘과 내일밖에 없다.
이 남은 시간들을 충실히 보내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