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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 Sep 16. 2024

5. 그때 친정엄마는 왜 그랬을까?

엄마의 무관심

일반화할 수 없지만 한국의 친정엄마라면

딸자식 위해 뭐든지 하는 희생의 아이콘이지 않는가?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만큼 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아이 문제에 대해서도 실제로 엄마는 결혼 전 나이 많은 딸자식 임신이 걱정되어

산부인과에 먼저 데리고 가시고

또 결혼해서도 얼른 전문병원에 가보라고 재촉했을 정도로 걱정하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그런데 왜인지 실제로 내가 시험관에 들어갔을 때는 이상하리만큼 관심이 없으셨다.

처음에는 나도 부모님 걱정할까 봐 시험관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말씀이 없으시고 관심이 없는 게 서운해서

나중에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낼 정도였는데,


예를 들어 시험관 여정이 녹록지 않고 또 몸도 점점 상해 가는 게 느껴져서

한 번은 전화를 붙들고 울었었다. 엄마가 알아주었으면 해서 약간은 엄살을 더한 것도 있다.


"발이 쨍할 정도로 너무 시려"

(은근 한약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무언의 압박과 함께)

라며 엉엉 소리 내서 울 정도로 말이다.


그제야 엄마는 서둘러 신이 자주 다니며 신뢰하는 한의원으로 쫓아가

나와 원장님을 전화로 연결시킨 뒤

임신에 도움을 준다는 한약을 지어주셨다.


여기까지는

'아, 이제야 엄마도 내 시험관에 관심을 가지시구나.'

 '여느 친정엄마처럼 딸자식 위해서 한약 한 재 지어주시는구나' 하고

이제 점점 더 관심을 가지시겠지 하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 엄마는 그게 다였다.


시험관 카페(커뮤니티)를 보면

'친정엄마가 너무 걱정해서 스트레스이다', 

'한약 먹으면 안 되는데 무턱대고 한약을 지어서 보내셨다' 등등 

오히려 과도한 관심에 힘들어하는 글이 많았다.

이게 보편적인 친정엄마들의 마음이 아닌가?


혹여나 나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어 공감대를 쌓을 수 있을까 싶어

 '친정엄마가 너무 관심이 없어요'라는 내용의 글을 검색해 봤지만 그런 글은 정말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우리 엄마는 오히려 내 걱정을 너무 해서 내가 걱정할 정도였는데

왜 그랬을까?


예를 들면


너무 관심이 없으셔서 내가 대놓고

"엄마, 나 흑염소 먹어야 할까 봐" 하면

엄마는 여기에 대한 공감 없이

"맞다. 나도 흑염소 먹어야 하는데"

하신다거나


전화가 와서 무슨 얘기를 하실려길래 일부러

"엄마, 나 지금 주사 맞는 중이라 끊어야 해" 하면


"그래, 힘들지, 나중에 전화할게"  아니라

", 그래 " 하고 그냥 끊어버리셨다.


정말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말 그대로 '뭐지?' 하면서 너무 서운했었다.


나중에서야 엄마는 "부담될까 봐 일부러 말을 안 꺼냈다"

"너 몰래 눈물 많이 흘리셨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나 포함 3명의 자식들을 가졌을 때 너무 힘들어해서

외할아버지(엄마의 아버지)가

딸자식 큰일 나는 거 아닌가, 너무 아파서 사람 구실 못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런 엄마의 체질을 내가 고스란히 닮았서 걱정했기 때문일까?

오히려 아이 안 갖는 게 내 건강에 낫다고 생각하셔서 아기 문제를 일부러 얘기하지 않으셨을까?


나도 안다. 70이 넘은 나이의 엄마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식들 위해서 새벽기도 가신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도의 내용은 자식들의 안위 및 바라는 바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몇몇 반응들은 정말 지금도 이해가 안 되고 왜 그랬었나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엄마, 아기 갖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야?" 하고 오히려 짓궂게 묻고 싶기도 하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딸자식의 아픔을 엄마도 느껴보라는 약간의 서운한 감정과 함께 말이다.


한참이 지나 시험관을 관두기로 결정하고 나서 어느 날

엄마가 이모들과 통화를 길게 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날이었다.

엄마 세대가 그렇듯이 형제, 자매들이 많은 엄마가 나이 들어서도 같이 지낼 

누군가가 많은 게 부러운 마음에


"엄마는 자식도 있고 서로 터놓고 지내는 형제, 자매들 많아서 좋겠다"라고 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즘 세상은 자식이 있어도 없어도 어차피 늙어서는 혼자야,

너는 자식 없이 더 잘 살 거다"라고 말해 주셨다.


그래, 엄마도 여느 친정엄마처럼 딸자식 걱정하는 거 다 똑같지.

그저 부담될까 봐 말을 안 하고 계셨을 뿐...


그런데 그 흑염소 반응이랑 주사 맞는다고 했을 때,

그 반응은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서운하고 이해가 안 된다.


'엄마, 그때 왜 그랬어?' 

지금이라도 터놓고 한 번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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