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시험관 끝나자 갱년기
07화
실행
신고
라이킷
2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후이
Sep 30. 2024
7. 5년의 시험관 여정 끝나던 날
피검사 수치 0으로 끝난 냉동 이식 실패
시험관 4년 차가 되던 해부턴 다행히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임신에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
다.
되면 좋아서 감사할 것이고, 안 되더라도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아이가 없으면 삶이 더 여유로울 수도 있겠다.
없어도 괜찮겠다'
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당장 시험관을 관두더라도 후회는 없을 듯했고,
솔직히 말하면, 이 지긋지긋한 시험관 당장 끝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 다 해 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1년을 보냈다.
정부
지원도 남아 있었고,
냉동 배아도 있었기에,
마지막 지원금을 써서 난자 1개를 더 채취한 뒤,
남아
있던
냉동 배아 2개를 더해 3개를 이식하고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고,
또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아이에 대한 마음에서도 자유로웠다.
그래서였는지 마지막으로 냉동 배아 3개를 이식하고 임신을 확인하는 피검사 결과가 있기까지,
아무런 초조함 없이 참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결과는 기적은 없었다.
거의 임신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의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나는 이런 결과에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히려 담당의가 더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시험관을 할 자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후회도 없었기에 속 시원했다~
이제는 나를 옭아매던 모든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경제적 압박에서도 자유할 수 있게 됐으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5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함께 시험관을 하며
정보와
위로를 주고받던 단톡방에
다음과 같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멤버들과의 이별 인사이기도 하지만,
내 시험관 여정을 마무리하며 스스로 정리해 본 글이기도 하다.
여러분~!!
난 오늘 피검 결과 수치 '0'으로 이번 동결 이식 종결이야.
그리고 내 시험관 여정도 끝내려고 해~^^
벌써 5년 차라니 ㅎㅎ 지긋지긋하네 ㅎㅎ
2019
년 결혼하고 3개월 뒤부터 시험관을 했으니 그렇지...
처음부터 난 amh 수치가 내 나이 평균보다 낮아서 의사들도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다들 그렇듯
'난 다를 거라고! 분명 우리 부부 닮은 아기 낳을 수 있을 것'
이라 믿었어.
그런데 수치가 말해주듯 난포 하나 키우기도 힘들고
또 키워도 조기배란, 깨진 난포, 수정 실패, 냉동 실패 등등
채취 한 번이 어렵더라.
그래서 이 방에 들어온
2021
년 12월 겨울에만 벌써 난 10 차수를 넘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이제 시험관을 그만두려 하지만 사실 나 그렇게 슬프거나 힘들지 않아.
엄마가 되려는 희망은 작년부터 그러니까 딱 일 년 전부터 서서히 접히더라...
채취 하나 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현실이 보이는 거야.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엄마의 삶이란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멋진 미시처럼 이쁘게 차려입고
부부 같이 공원 산책이나 이쁜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때 마침 내 주변에 육아에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았고
또 아이 갖는 것도 힘든 나이 많은 내가 육아는 어떻게 하나,
결혼을 늦게 한 터라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나... 이런 현실이 깨달아진 거지.
나도 한때는 엄청 간절해서
병원도 5~6군데 옮기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시험관 전문
의사도
만나
고
한의원 침, 쑥뜸, 한약, 흑염소, 좋다는 영양제 다 먹어봤고
또 나프로임신법이라는 것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잖아.
그런데 내 몸이 아이를 갖기엔 생태시계가 너무 갔다는데 어떡하니.
이런 몸으로 거의
16차까지 채취하고 난소 prp까지...
회사 다니면서도 다 했으니 오히려 수고했다고 스스로 말해줘야지..
사실 이번 이식 전에 한 피검 결과에서 내 폐경 수치가 기준보다 훨씬 높게 나왔더라고.
이런 몸으로 여기까지 한 나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내 몸은 지금 임신이 아니라 갱년기를 준비해야 되는 때지.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해봤으니 후회는 없어.
마음을 접은 건 벌써 일 년 전이지만 지금까지 한 건 남은 지원 횟수도 쓰고
냉동 배아도 있어서 후회하기 싫어서였어.
이제 난 시험관에서 벗어나
본업에도 좀 더 충실하고
못 먹었던 거 많이 먹고(특히 술 ㅎㅎ)
못 가본 여행도 좀 가고
재테크 공부하면서
노후준비도 하려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작별인사이기도 하지만 지난 5년 돌아보며
시험관 마무리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아 남긴 기록이기도 하니까
긴 글 이해해 줘^^
마지막으로
모두 엄마 되고 싶어서 모인 거니까
그 소원 다 이루고
또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랄게~^^♡
이렇게 단톡방에 이별 인사 겸 내 시험관 여정을 마무리하는 글을 올리면서 단톡방 멤버들과,
그리고 내 시험관 5년의 여정과 이별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렇게 난
마주하기 힘들 것만 같았던
현실을
자유롭게 맞이할 수 있었고,
또 아이 갖기
위한 시험관
5년의 여정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keyword
임신
아이
Brunch Book
시험관 끝나자 갱년기
05
5. 그때 친정엄마는 왜 그랬을까?
06
6. 아이에 대한 간절함이 손바닥 뒤집듯 변한 날
07
7. 5년의 시험관 여정 끝나던 날
08
8. 프라이버시니 묻지 마
09
9.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정신승리하지만
시험관 끝나자 갱년기
후이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