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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 Sep 30. 2024

7. 5년의 시험관 여정 끝나던 날

피검사 수치 0으로 끝난 냉동 이식 실패

시험관 4년 차가 되던 해부턴 다행히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임신에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다.

되면 좋아서 감사할 것이고, 안 되더라도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아이가 없으면 삶이 더 여유로울 수도 있겠다.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당장 시험관을 관두더라도 후회는 없을 듯했고,

솔직히 말하면, 이 지긋지긋한 시험관 당장 끝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 다 해 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1년을 보냈다.


정부 지원도 남아 있었고,

냉동 배아도 있었기에,

마지막 지원금을 써서 난자 1개를 더 채취한 뒤,

남아 있던 냉동 배아 2개를 더해 3개를 이식하고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고,

또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아이에 대한 마음에서도 자유로웠다.


그래서였는지 마지막으로 냉동 배아 3개를 이식하고 임신을 확인하는 피검사 결과가 있기까지,

아무런 초조함 없이 참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결과는 기적은 없었다.

거의 임신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의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나는 이런 결과에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히려 담당의가 더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시험관을 할 자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후회도 없었기에 속 시원했다~

이제는 나를 옭아매던 모든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경제적 압박에서도 자유할 수 있게 됐으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5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함께 시험관을 하며 정보와 위로를 주고받던 단톡방에

다음과 같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멤버들과의 이별 인사이기도 하지만,

내 시험관 여정을 마무리하며 스스로 정리해 본 글이기도 하다.




여러분~!!


난 오늘 피검 결과 수치 '0'으로 이번 동결 이식 종결이야.


그리고 내 시험관 여정도 끝내려고 해~^^


벌써 5년 차라니 ㅎㅎ 지긋지긋하네 ㅎㅎ


2019년 결혼하고 3개월 뒤부터 시험관을 했으니 그렇지...

처음부터 난 amh 수치가 내 나이 평균보다 낮아서 의사들도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다들 그렇듯 '난 다를 거라고! 분명 우리 부부 닮은 아기 낳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어.

그런데 수치가 말해주듯 난포 하나 키우기도 힘들고

또 키워도 조기배란, 깨진 난포, 수정 실패, 냉동 실패 등등 채취 한 번이 어렵더라.

그래서 이 방에 들어온 2021년 12월 겨울에만 벌써 난 10 차수를 넘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이제 시험관을 그만두려 하지만 사실 나 그렇게 슬프거나 힘들지 않아.

엄마가 되려는 희망은 작년부터 그러니까 딱 일 년 전부터 서서히 접히더라...

채취 하나 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현실이 보이는 거야.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엄마의 삶이란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멋진 미시처럼 이쁘게 차려입고

부부 같이 공원 산책이나 이쁜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때 마침 내 주변에 육아에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았고

또 아이 갖는 것도 힘든 나이 많은 내가 육아는 어떻게 하나,

결혼을 늦게 한 터라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나... 이런 현실이 깨달아진 거지.


나도 한때는 엄청 간절해서

병원도 5~6군데 옮기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시험관 전문 의사도 만나

한의원 침, 쑥뜸, 한약, 흑염소, 좋다는 영양제 다 먹어봤고

또 나프로임신법이라는 것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잖아.


그런데 내 몸이 아이를 갖기엔 생태시계가 너무 갔다는데 어떡하니.

이런 몸으로 거의 16차까지 채취하고 난소 prp까지...

회사 다니면서도 다 했으니 오히려 수고했다고 스스로 말해줘야지..


사실 이번 이식 전에 한 피검 결과에서 내 폐경 수치가 기준보다 훨씬 높게 나왔더라고.

이런 몸으로 여기까지 한 나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내 몸은 지금 임신이 아니라 갱년기를 준비해야 되는 때지.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해봤으니 후회는 없어.


마음을 접은 건 벌써 일 년 전이지만 지금까지 한 건 남은 지원 횟수도 쓰고

냉동 배아도 있어서 후회하기 싫어서였어.


이제 난 시험관에서 벗어나

본업에도 좀 더 충실하고

못 먹었던 거 많이 먹고(특히 술 ㅎㅎ)

못 가본 여행도 좀 가고

재테크 공부하면서

노후준비도 하려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작별인사이기도 하지만 지난 5년 돌아보며

시험관 마무리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아 남긴 기록이기도 하니까

긴 글 이해해 줘^^


마지막으로

모두 엄마 되고 싶어서 모인 거니까

그 소원 다 이루고

또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랄게~^^♡




이렇게 단톡방에 이별 인사 겸 내 시험관 여정을 마무리하는 글을 올리면서 단톡방 멤버들과,

그리고 내 시험관 5년의 여정과 이별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렇게 난 마주하기 힘들 것만 같았던 현실을 자유롭게 맞이할 수 있었고, 

또 아이 갖기 위한 시험관 5년의 여정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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