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부터 다시 소설을 써볼 생각이다. 새 소설의 초안을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쓰려는 계획이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첫 번째 소설 초안을 썼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두 번째 소설 초안을 썼다. 그리고 지금 두 달간의 휴식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세 번째 소설을 써볼 계획인 것이다.
왜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냐 묻는 다면, 일단 소설 쓰기 패턴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정도의 대답이 적당해 보인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지만 아직 누군가에게 밝히기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러너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일단 뛰어본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는지 일단 뛰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한글날까지 이주 정도 남았다. 그전에 내가 썼던 두 권의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작가가 되고 보니 내가 쓴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잊어버린다는 걸 알았다. 내 책을 읽고, 과거의 내 글쓰기를 살피고, 자기 객관화를 해보고 싶다. 다시 집중해서 글을 쓰기 전에 필요한(것처럼 느껴지는) 작업이다.
출간된 책을 나중에 보면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책을 쓸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그다지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와 작가로서의 나는 수준이 다르다. 독자일 때는 읽는 눈이 까다롭지만 작가로서는 그만한 실력이 없다. 남이 만든 요리는 간이 싱겁니 짜니 쉽게 판단해도 정작 자기는 그런 요리를 못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축구 국가대표가 개발이니 뭐니 욕해도 직접 공을 차면 훨씬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독자로서 내 책을 보면 그런 이유로 부끄럽다.
다시 소설 쓰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설레는 일이지만 그것에 몰입하는 건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각오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건 내가 살아갈 방향이 심플하다는 것이다. 더 수준 높은 독자가 되는 것, 그 시선으로 봐도 부끄럽지 않은(덜 부끄러운) 작품을 쓰는 것, 그리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 등등이다.
가을이 왔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다. 남은 2주 간의 휴식을 즐겨볼 생각이다. 그런 뒤 조만간 다시 소설의 세계에 빠지려 한다. 가을로 설레는 마음을 동력으로 삼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설레는 마음만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