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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Jan 03. 2021

코로나 시대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한다는 것

코로나 시대에서 독서모임 운영 1년 차 후기

부산에는 (비공식적으로) 성인 독서모임 수가 300여 개라고 한다. '책 읽는 사람도 줄고 있는데 독서모임이 그렇게나 많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18 전국 독서동아리 현황’에 따르면 성인 독서동아리 ‘추청치’는 7,292개라고 한다. 수치만 봤을 때 서울, 경기도에 대부분 몰려있다 가정하더라도 상대적으로 300개는 최소 수치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서모임은 대학교, 도서관, 카페, 독립서점 등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형태에 가깝다. 특별한 목적을 두고 한다기보다는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합이 모인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참여해봤을 법한 그런 모임이다.




지난 2월, 부산에서 북텐츠라는 독서모임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의 독서모임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일련의 목적성’을 두었다는 점이다.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자 하는 틀을 기본으로 갖추되 수입을 발생할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더 나아가서는 ‘문화’라는 것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지만 거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아리 형태를 벗어나 ‘단체’의 모습을 갖춰야 했다. 그러한 첫 단추가 공간이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서모임 중 별도의 공간을 가진 곳은 10군데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한 데는 자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T 모임처럼 투자금도 유치해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그런 이상적인 모임으로 성장하고 싶기도 하지만, 수입으로 매달 정해진 날에 지출하는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로서 일련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했고,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으면서도 월세도 비싼 서면을 선택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2월은 코로나 시대의 서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시작이 왜 2월이었을까 하지만, 1월에 공간 임대 계약을 한 터라 호떡 뒤집듯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그랬듯 코로나를 매년 부는 여름 태풍 정도로만 여겼다. 1~2달만 고생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안일하게도 말이다.


2월 18일, 특정 종교 사태 이후로 모든 것이 급변했다. 우리는 갓 태어났을 뿐인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 시중에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는 대부분이 지독한 급락을 겪게 되었는데, 신생 단체인 우리는 오르막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내리막의 초입에 놓였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모임을 신청한 지인들은 어쩔 수 없이 보류 혹은 취소에 손을 뻗었고, 가끔 SNS를 통해 들어오는 문의는 단순 문의에 그쳤다.


그렇다고 아무런 방비 없이 내리막에 몸을 맡길 수는 없었다. 한 단체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은 지원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흥미를 보일만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일부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생존에 필요한 마지노선을 지키려 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화업에서 생존하려 발버둥 치는 우리의 모습을 많은 사람이 응원했다. 다행히도 우리의 노력은 일련의 성과로 이어졌고, 코로나와 함께 한 1년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었다.


1년을 버텨낸 20여평의 작지만 소중한 공간




가끔 주위에서 그런 말을 듣는다.


독서모임, 그냥 책 읽고 수다 떠는 거잖아.
비용도 크게 나가는 것도 없으면서
참가비는 왜 그리 비싼 거야.  
  

(누군가 궁금해할지 모르니) 여기서 손익분기점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단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부일지라도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수익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비용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면 북텐츠에 들어간 년간 비용은 얼마가 들었을까. 비용은 크게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뉘지만, 변동비의 차액이 크지 않기에 한 번에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공간을 임대하기 위한 보증료 / 매월 착실히 빠져나가는 월세 / 20여 평의 공간을 덩그러니 놓아둘 수는 없기에 책상, 의자, 서재, 에어컨, 히터, 프린트, 전구 등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초기 공간 인테리어비 / 필수로 갖춰야 하는 빵빵한 와이파이 / 전기세 / 수도세 / 다과류(커피, 차, 스낵) / 홍보, 마케팅비 / 홈페이지 / 인건비 / 기타 운영비


*참고1. '인건비'란 나를 포함한 운영진이 얻어가는 수익이 아닌 ‘클럽장’이라 부르는 하나의 클럽을 호스팅 하는 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비용 및 행사 진행 시 일부 지원을 해주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다.

*참고2. 12월 전기비는 누진세 폭탄으로 19만 원이 나왔다.   


그렇다면 1년간 들어간 총비용은 도대체 얼마일까. 세세한 금액은 대외비이기에 공개할 수 없으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영자 인건비를 제외한)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모임의 년간 비용은 X천만 원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존재한다. 수입이 비용을 넘으면 되는 단순한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의 수입 루트는 매우 단순하다. 지원단체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참가인원 X 참가 금액’이 총수입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년간 희망은 얼마였을까.      


‘2~4월 시즌 멤버 8명, 5~8월 시즌 멤버 26명, 9~12월 시즌 멤버 80명’ + @(게스트)     


시즌 멤버십 비용은 대략 5~10만 원이었고, 게스트 1회 참석 비용은 1~3만 원이었다. 이과를 나오지 않았어도 사칙연산만 가능하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손익계산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수입이 비용을 넘은 수로 계산되었다면 계산을 잘못 한 것이다.    




넘실대는 파도 위에서 튜브도, 구명조끼도 없이 열심히 허우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흘렀다.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은 일반적으로 창업 1년 차에 수익을 가져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로 아닌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2년 차에는 온라인 모임을 비롯해 콘텐츠를 다양화하되 질을 조금 더 다듬는 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년 차인 2021년에는 어떠한 명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가끔 자문한다. 창업의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폐업한다는 지금, 책을 읽는 사람이 계속해서 줄어간다는 지금,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서모임 운영을 시작할 수 있는 지금. 우리는 3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답은 알 수 없지만 궁금하긴 하다. 과연 3년 뒤의 나는 독서모임과 관련하여 어떠한 글을 쓰고 있을지.



독서모임 운영에 있어서 궁금한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jjacksarang/157


https://brunch.co.kr/@jjacksarang/158





부산 독서모임 북텐츠 2~4월 시즌 멤버를 모집합니다. 문학, 비문학, 인문학, 글쓰기, 영화, 그림 등 온오프라인으로 총 27개 모임을 운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온오프라인 독서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www.bookt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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