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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n 17. 2018

요르단 찍고 충북으로 귀농하기

초보 귀농꾼

요르단에서 만난 부부네요 


각자 소개를 부탁합니다. 

함께: 충청북도 보은군 사내면 하울 농장 사장 이새봄(아내, 이하 봄), 하울지기 나희성(남편, 이하 나)입니다. 


요르단에서 왔다고 들었습니다. 요르단에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저는 2007년 한국 국제협력단(이하 KOICA)의 봉사 단원 자격으로 2년간 요르단 농림부에서 봉사했습니다. 

저는 2004년 9월에 단기선교로 요르단에 갔었어요. 약 1년 동안 요르단의 마하타(Mahatta)라는 지역의 이라크 난민 학교에서 영어와 컴퓨터 수업을 도왔습니다. 머무르는 동안 아랍어도 함께 공부했어요. 


위 사진부터 코이카 농림부 시절 나희성, 마하타 난민 학교 당시 이새봄


  모두 요르단에서 가이드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중동에 1년 정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입국하고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중동에 대해 많이 모를 뿐 아니라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보통 ‘열사의 땅’, ‘테러리스트’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중동에는 꼭 그런 모습들만 있지 않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런 연유로 가이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 시점에 2002년 겨울 방학, 키부츠(Kibbutz)에서 만난 친했던 유학생이 이스라엘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후 그분을 통해 가이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2009년 10월 KOICA 임기가 종료되어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가 일반 직장을 다닐까 생각했지만 이전 한국 직장과 학교에서 사람들 간의 부딪힘, 끝없는 경쟁으로 인한 괴로운 삶을 경험했기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당시 여행사 사장님이 저를 좋게 보시고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셔서 가이드에 도전했습니다. 


왼쪽 사진부터 요르단 가이즈 시절 이새봄, 나희성


충북 보은으로 귀농했어요 


그렇게 요르단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충북 보은에서 살고 있어요요르단에서 직업을 그만두고 한국에 오게  계기가 있나요? 

저에게 처음 가이드를 가르쳐주신 이상익 사장님이 2년 전 뇌출혈로 돌아가셨어요.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쓰러지셨고 바로 병원에 도착했지만 다음날 돌아가셨습니다. 일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 일을 좋아했고 요르단에 사는 것이 즐거웠지만 당분간은 일을 하기 싫었어요. 이 계기로 제 짝꿍(남편)과 이야기를 깊게 나눴습니다. 우리가 있던 곳(요르단)이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만약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일이 다 끝나고 난 후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앞으로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자는 의사결정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약 10년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었어요. 물론 요르단에서 또 한 명의 소중한 가족을 만났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가족들에게 잘 못해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상익 사장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사건, 당시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겹치며 이렇게 살다가 객사(客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특별히 귀농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아내에게 프러포즈할 때 이야기했던 계획입니다. 나중에 시골에 내려가 귀농을 할 텐데 나한테 시집을 오겠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아내는 오케이라고 했어요. 

근데 이렇게 일찍 내려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원래 50세 전후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일찍 이뤄질 줄 몰랐어요.(웃음) 

많은 대한민국의 직장인 분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겠지만 나는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본래 전공이 농업 분야여서 오랫동안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농사를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무작정 귀농했습니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지요.


위 사진 모두 하울농장 전경


그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일하는 생활 패턴에 익숙했을  같아요반면 농사는 쉬는 날도 없지 않나요? 

처음에 아내와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농사는 하루 종일 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부지런해야 하죠. 다만 우리 부부는 출퇴근 시간을 정했어요. 가령 하루 8 ~ 9시간 일하면 퇴근하자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무작정 귀농하겠다고 해서 도전하면 많이 힘들  같습니다앞으로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가족이 가장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업꾼이 아닌 농사꾼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오길 바라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신이 가진 경험을 함께 나누길 원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도전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귀농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한 강사님이 이렇게 말해주셨어요. ‘도시에서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시골에서도 못 버틴다.' 이제야 조금씩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있던 만큼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하지만 은근히 직접 경험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요. 


시골 행복은 무엇인가요 


도시에서는 느낄  없는 시골 생활의 행복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자주 볼 수 있어요. 도시에서는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밤늦게 퇴근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어요. 말 그래도 먹고 자는 가족이었지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웠지요. 여기서는 남편을 자주 많이 볼 수 있어요.(웃음) 

 집 앞에 호박, 파 등을 두고 가시는 이웃들도 인상 깊어요. 금액으로 따지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아직 정이 남아있는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요.


충북 보은 귀농 후 나희성, 이새봄 부부


도시에서는 남이 가르쳐주는 대로 사는 삶이었어요.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 회사에서 경쟁, 사회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리키는 말에 따라가는 삶이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자기가 찾아가는 삶이에요. 아직 적응하고 있는 중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사는 재미와 여유가 넘치는 공간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이곳 충북 보은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얻었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예전에 직장생활을 경험하며 많은 급여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을 만나면 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시골에 내려왔냐고 말씀하세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남의 시선이 중요했어요. 


 여기에 오고 나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 도시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야근하느라 지쳤다면 이곳에서는 바쁘게 땀 흘려 내 일을 하며 얻는 기쁨이 있어요. 내 노력이 온전히 내 것이 될 때 느끼는 보람이 좋습니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며 목적도 방향도 내 삶도 잃어버린 분들이 많아요. 저도 그랬어요. 시골에서는 남는 게 시간입니다. 내가 살아갈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도시보다 시골이에요. 


요르단에서 생활이 좋았어요. 내 짝꿍은 대기업 다니면서 돈을 많이 벌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러다가 내 남편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보다 남편이 더 중요했어요.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러자고 했죠. 한편 자녀가 있는 분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편을 걱정하면서도 자녀가 있고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다행히 아직 우리 부부는 상황이 맞아떨어져 올 수 있었죠. 


나희성, 이새봄 부부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매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해요. 같이 해바라기, 옥수수, 고구마를 심었다가 직접 캐서 군고구마를 먹는 등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크거든요. 보통 남자분들이 귀농을 원하고 여성분들은 꺼려해요. 사람을 만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은 나에게 참 대단하다고 말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나중을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에요. 사람, 내 가족, 내 남편이 소중하죠. 그래서 귀농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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