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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08. 2018

블라디보스토크에 여관 차리기

이곳에 오는 모두가 슈퍼스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원구(이하 구) : 예. 와주셔서 감사해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네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구 : 어떻게 하면 될까요. 10년 전 입사 인터뷰할 때 해보고 안 해봐서(웃음). 저는 여관 주인 장원구입니다. 나이는 좀 많아요. 서른아홉, 내년에 마흔입니다. 마흔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나이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살고 있습니다.

서른아홉처럼 안보입니다.

구 : (웃음). 과찬이십니다.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소개도 부탁드려요.

구 : 음. 게스트하우스죠. 이렇게 대답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터뷰이죠(웃음).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사실 3년 전만 해도 블라디보스토크에 호스텔처럼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별로 없었어요. 외곽에 한 곳, 시내 중심에 한 곳 총 두 곳 정도 있었어요. 2013년에 친구를 만나러 이곳에 잠깐 왔었는데 호스텔이 없더라고요.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었는데 마땅한 호스텔은 없고,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는 더욱더 없고. 예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블라디보스토크에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없다 보니 사업해봐도 괜찮겠다 생각이 들어서 오픈을 한 거예요.


위 사진 모두 게스트하우스 근처 블라디보스토크 풍경


 여행자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행 정보도 얻는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하죠. 심지어 이곳에 묵지 않는 분들도 저희 집(게스트하우스)에 많이 와요. 물어볼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밤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곳에서 묵다가 체크아웃한 후에 이곳에다 짐을 맡기고 잠깐 쉬다가 타러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여권 잃어버렸다고 전화하시는 분들도 있고.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전화하시는 분들도 있고.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오시는 분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 어떤 게스트하우스인가요

말씀하신 공간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도 궁금해요. 어떤 의미를 담아 ‘슈퍼스타'라는 단어를 붙였나요? 로고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구 :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쉬운 이름이라서 붙인 이름이에요.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요.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이기도 하고. 이름이 어려우면 기억하기 힘들거든요. 이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이 본인 인생의 ‘슈퍼스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왼쪽부터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 로고와 게스트하우스 전경


 저도 회사에서 8년 정도 일을 했는데 삶의 주인이 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물론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제가 사장이 될 줄 알았죠(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내 삶은 없어지고 회사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는 시간이 계속됐죠.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나’인데 내가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대 직장인들과 청년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을 것 같아요.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슈퍼스타’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적어도 여행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본인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기존의 첫 번째 사업을 접고 2016년 5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습니다. 숙박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구 : ‘해보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여관이나 호텔을 운영해본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고. 그냥 시작해본 거예요. 저 스스로도 미쳤다고 해요.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이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왜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왜 하필 러시아예요?’라고 물어보시면 저도 ‘모르겠어요.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라고 대답해요. 그런데 제정신이 아닐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 알고 어떻게 하겠어요. 다 알고 시작하려면 해가 바뀌어도 못해요. 전문가가 되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거든요. 다 준비해서 하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물론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는 일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죠.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의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콘스탄틴(with 유창한 한국어)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 때도 이런 생각이었어요. ‘6개월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임대료만 낼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지금도 엄청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 임대료는 내고 있어요. 유지하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러시아라는 지역이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막상 시작하기에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구 : 똑같은 이야기예요. 그것까지 고려했으면 시작 못 했죠 뭐. 일단 시작해보면 돼요. 부딪혀보면. 사실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무모한 것일 수도 있는데 안 하면 모르거든요. 해봐야 잘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있지, 맨날 앉아서 생각만 하면 뭐하겠어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내일모레 망할 수도 있어요.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저 스스로에게는 있었죠. 남들은 안 될 거라고 비웃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될 것이라 믿어야죠. 저는 스스로에게 잘 될 거라고 되뇌었어요.



여관 주인이라는 호칭으로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어떤 호칭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구 :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요. 사장님, 아저씨, 여관 주인, 주인장. 저는 여관 주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나이 드신 분들에게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못 알아들으세요. 어느 날 건물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나이 드신 한국분들이 지나가다가 저보고 한국 사람이냐고 하면서 물어 오시더라고요. ‘여행 중이냐?’라고 물어보시길래 ‘저 여기 살아요’라고 했더니 ‘뭐하냐?’라고 하셔서 ‘게스트하우스 해요’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조그만 여관 하나 하고 있습니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재밌었어요.


이 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구 : '집' 같았으면 좋겠어요. 친척집, 친구 집, 삼촌집, 아는 형네 집. 다시 올 때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 '저 내일 가요’하고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이제 운영한 지 1년 됐으니 재방문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갑자기 오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집 빈 방이 없어서 옆에 묵었다가 놀러 오시는 분들도 있고.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여러 손님들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가 그런 가치들을 전달해주는 곳이네요.

구 :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바로 주방이에요. 이 공간을 만든 이유죠. 처음에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현지 호스텔에는 이런 공간이 없어요. 다 객실이죠. 조그만 주방이 하나만 있어요. 모여서 이야기하면 시끄럽고 술 마시면 싸우니까 술도 못 마시게 해요. 테이블 아래로 몰래몰래 마시죠.


 이런 식이다 보니 저에게도 방을 만들어야지 왜 이 넓은 공간을 이렇게 쓰냐고 했죠. 저에게 중요한 것은 달랐어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게스트하우스예요. 테이블도 직접 만든 거예요. 만든 것 같지 않아요(웃음)? 허접하게.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싼 거예요. 100만 원씩 하니까. 러시아 가구가 특히 또 비싸고. 그리고 넓은 테이블이 없더라고요. 노트북을 올려놓고도 넉넉하고, 앉으면 앞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의 너비. 이 테이블에 앉으면 앞사람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개인 공간은 확보할 수 있으면서 소통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위 사진 모두 게스트하우스 주방 공간


 마법의 공간입니다. 다 친구가 될 수 있죠. 음식도 나눠 먹고.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콘셉트였습니다. 그래서 돈은 안되죠(웃음). 방 4개나 만들 수 있는 곳인데.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 여관 주인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여러 직업을 경험하면서 수입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돈’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구 : 글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다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정말 적죠. 다른 사람들은 항상 부족한 월급으로 살아가고. 어느 누구도 본인 수입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하죠. 저도 회사 다닐 때 받았던 연봉이 적지 않았어요. 포기하기 쉽지 않았죠. 대충대충 일해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그 월급을 버리고 나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지금이야 나 혼자 먹고살면 되지만 나중이 되면 더 쉽지 않죠. 20, 30년 된 차장님들이 퇴사할 수 없는 이유는 처자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수입을 버리기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거죠. 모험인 거죠. 저에게도 모험이었고.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좋은 집 좋은 차는 가지지 못하더라도 ‘뭐라도 하면 되겠지’라고. 이제는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슈퍼스타가 되고 싶고.



연관된 질문을 드리려 했어요. 요새 한국 청년들은 꿈을 갖지 못하거나 꿈이 있더라도 여러 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구 : 말 안 한다니까요(웃음). 제가 뭐라고 감히.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면 돼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더 문제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거고. 노력하면 적어도 조금은 돼요.


 저 취업할 때는 일자리 구하기 쉬웠어요. 저도 100군데 정도 원서를 썼는데 몇 군데는 연락이 왔어요. 그때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지금은 더 힘들어졌죠. 제 공채 동기가 150명 있었는데 나중에는 한 해에 한 명도 안 뽑은 해가 생겼어요. 그때 청년들 살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다고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할 때 모든 것을 다 준비해서 시작할 수는 없어요. 자그맣게라도 시작해보면 답이 나와요.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구 : 네 맞아요. 일단 해보고. 안 해보면 어떻게 알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꿈이 무엇인가요?

구 : 재밌게 사는 거요. 대단한 꿈은 없어요. 삶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 밖에 못 사는데. 재밌는 계획은 하나 있어요. 지금 게스트하우스 주변 건물들을 다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중앙 마당에 모여서 파티하는 것. 금요일 밤에 열고 이 동네에서 가장 핫(Hot)한 파티를 만드는 거죠. DJ 부스도 만들고.

재밌겠네요. 다시 꼭 오겠습니다.

구 : 네 꼭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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