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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01. 2018

커피 내리는 영화감독

여의도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이철하(이하 철) :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뵙네요. 

철 : 그러게요. 거의 한 달 만에 만났네요. 



브레드피트 사장님이네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철 : 저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자 빵과 커피를 만드는 자그마한 가게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이철하입니다. 


현재 경영하는 가게의 이름이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같아요. ‘브레드피트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철 : 원래 카페처럼 운영하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독특하게 지으려고 했죠. 한 글자의 한자, 예를 들어 순수한 이미지의 순(純)이라든가. 영어도 알파벳 하나로 지으려고 했고요. 많은 아이디어들을 통해 새롭게 해보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나온 이름이 핏(Fit)이었어요. 느낌이 좋았아요. 핏 커피, 핏 브레드. 건강과 관련되어 있고 소비자에게 맞춘다는 의미이기도 했죠. 그렇게 앞뒤로 이것저것 조합해보다가 브레드피트(Bread Fit)가 나왔죠. ‘브레드피트 웃긴다’라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그냥 핏으로 하려고 했어요. ‘브레드피트’라는 이름은 차마 창피해서(웃음). 가게 이름으로 정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죠.


 

브레드피트 매장 전경


 당시 주변 광고계나 마케팅 분야에 있는 분들이 ‘만약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홍보를 한다고 할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가게 이름은 좀 그렇지 않으냐’라고 하셔서 몸을 사렸어요. 우습기도 하고 실제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물론 저희 가게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 때를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웃음). 


 그런데 저희 가게가 지하 공간에 있기도 하고, 마케팅하기에 썩 좋지 않은 조건에 있어서 ‘그냥 재밌는 이름으로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죠. 사실 ‘이름을 뭘로 하지 뭘로 하지’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정한 이름이기도 해요. 처음 시작은 핏(Fit)이었습니다.
  

 가게를 시작하기 바로  이야기. ‘브레드피트 시작하게  계기가 궁금합니다. 

철 : 장사를 시작하는 많은 소상공인들이 가지는 마음일 테지만, 생계를 조금 더 풍족하고 여유롭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와인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했는데 빵은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 뒤늦게 관심을 가졌어요. 처음에는 핸드 드립, 홈 로스팅을 하다가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위 사진 모두 브레드피트 커피와 빵


영화감독이기도 하죠 

 가게의 경영자인 동시에 영화감독이기도 하죠. 

철 : 네. 영화는 2000년부터 시작했던 본 직업이죠. 지금도 영화는 계속 준비하고 찍고 상영하는 현직 영화감독입니다. 


그런데 학생 시절 전공은 영화와 달랐어요. 

철 : 원래 음악을 하는, 흔히 말하는 ‘딴따라’였어요.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작곡을 하기도 하는 사람이었는데 대학 전공은 또 어문학 계열이었어요. 제가 89학번인데, 당시 예체능 전공 학과를 간다는 게 지금처럼 주목받지는 못했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주위의 시선도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문학 계열 학과로 입학을 했죠. 제가 선택을 하긴 했지만 제 전공이 일본어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도움이 됐어요. 일본 서적을 볼 때도 편하고 일본 영화를 볼 때도 자막 없이 볼 수 있어서 선구안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네요(웃음). 


위 사진 모두 이철하 감독이 제작/편집한 작품들


영화감독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 아니었겠네요. 

철 : 그렇죠. 음악을 하다 보니 마케팅, 광고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CF 제작을 하다가 뮤직비디오, 이후 영화 제작까지 활동폭을 넓혔어요. 영화감독은 이야기꾼이잖아요. 영상을 만드는 것은 촬영이나 미술에 대한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은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뒤늦게 이야기꾼이 되었죠. 


대한민국 청년에게 

 가지 분야의 직업을 갖고 있어서 질문드리고 싶었습니다청년들에게 ‘좋아하는  ‘ 하는 ’  어떤 가치를  추천해주고 싶으세요? 

철 : 음. 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면 ‘좋아하는 분야’의 일에 빨리 들어가 보기를 권해요. 망설이지 말고 하는 거예요.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더 못하니까. 그냥 그 세계에 빨리 들어가 보는 거예요. 미술을 좋아한다면 미술 공부만 하지 말고 학회를 들어가거나 교수님을 찾아가서 문하생으로 들어가든지. 실제 분야에 들어가서 겪어보는 거죠. 


 즉 그 세계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일치하는 지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음악을 좋아했지만 지금 음악을 안 하고 있잖아요. 제 꿈은 원래 프로듀서, 작곡가였는데 저는 그 세계에 빨리 들어갔다 보니 제 능력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십 대 후반, 이십 대 초반 실제 현장에서 일해보니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시기적으로 갈등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여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저는 또 하나의 배움이라고 봐요. 제 실력에 대해 판단할 수 있으니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빨리 실제 현장에 뛰어들어서 본인의 실력을 뽐내보는 거예요. 그들이 정말로 ‘뛰어나다. 좋다’라고 한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진지하게 다른 길을 고민해보면 돼요. 저도 다른 길을 생각하다가 CF와 뮤직비디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영화의 세계에도 들어오는 위험한 생각을 했죠(웃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만약 안됐으면 어떻게 됐겠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서 다행이었어요. 사람이 재산이라. 

 빨리 노크를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멘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마음속으로만 ‘난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적어도 젊은 청년이라면 문을 한 번 두들겨 보는 거죠. 그리고 기존에 있던 분들도 젊은 이삼 심대 청년들이 오면 좋아하실 거예요. 


소위 ‘헬조선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면서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듦을 토로하고 있습니다취업창업  모든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본인의 꿈을 억지로 접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철 : 일단은 어른들이 잘 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청년들이 잘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어른들이 해줘야 하는 거죠. 제가 무슨 조언을 해주든 결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용기만 줄 뿐이지. 사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화가 날 수도 있어요. 현실이 그렇잖아요. 뉴스에서 보도하듯 경제도 안 좋아지고, 줄어드는 출산율, IMF 때보다 더 힘든 취업률을 보면 세상이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어요. 



 정치인, 경제인, 저 같은 소상공인 어른들이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해요.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때예요. 가만히 있는다고, 용기를 준다고 갑자기 해결이 될까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유럽, 일본을 봐도 해결책은 없잖아요. 평생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조그만 방에서 살다가 죽는 경우도 생기잖아요.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죠. 이 접근이 옳다고 봐요. 제가 젊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뭔가 실행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청년들에게 ‘ 영화는    봤으면 좋겠다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요? 

철 : 한 편 고르라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요. 제 아들에게도 보여줬던 영화예요. 몇 년 전 극장에서 다시 상영했던 적이 있어서 아들에게 ‘이 영화는 꼭 봐야 한다’라며 데리고 갔어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예요. 저는 ‘아들이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필름도 잘 모를 테고, 검열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을 텐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이긴 하지만 혹시 못 본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는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영화감독이자 카페 대표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철하 하나의 브랜드가 됐어요사람들에게 ‘이철하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철 :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겠죠. 그럼 너무 재미없는 대답이 될 것 같고(웃음). 제가 브랜드라면, 객체로서 어떻게 보이는 게 좋을까 고민해봤을 때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제품이 ‘우유 크림빵’이라고 했을 때 레시피에 맞게 잘 만들면 되는데.
 

 ‘인간 이철하’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변화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변화를 어떻게 막겠어요. 이를 잘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 주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이 너무나 불완전하고 나약하고 힘겨워하고 패배 의식에 젖어있고 성공하기 무섭게 갑자기 우울해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잘 만들고 카페를 성장시킨다고 해도 ‘인간 이철하’가 갑자기 우울해졌을 때 하나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해주실지 고민해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웃음). 


JOH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작업 한 '아워 이디엇 브라더' 프로젝트


행복한가요 

어려우면서 쉬운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현재 행복한가요? 

철 : 아 그럼요.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힘들어도 행복하고, 너무 졸리고 피곤해도 행복해요(웃음).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거죠. 첫 번째 행복의 조건이에요. 두 번째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부모님과 제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뭘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행복하지 않을 조건이 없다는 의미군요. 

철 : 그렇죠. 살면서 힘든 일 많죠. 힘든 일들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철 : ‘브레드피트’라는 가게는 앞서 말했듯 꾸준하게, 괜찮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예술가로서는 더 큰 영화, 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더 크고 재미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설득시킬 수 있는 작품. (그 무대가) 한국일 수도 있고, 중국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외국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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