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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22. 2018

대안학교 선생님 부부의 일상

대안학교 말고 그냥 학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함께 : 안녕하세요.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재훈(이하 훈) : 저는 34살 한재훈입니다. 금산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가르치고 있는 과목은 역사, 주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어요. 중등 학생들에게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울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금산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이유진(이하 유) : 저는 이유진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30살이고, 지금 다니고 있는 기독 대안학교를 26살에 입사해서 그다음 해 결혼을 했어요. 가르쳤던 과목은 국어. 국어과를 전공해서 중,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지금은 아이를 출산하고 1년째 휴직 중에 있죠.



어떤 형태의 대안 학교인지 궁금합니다. 

훈 : 기독교 교육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예요. 일반적으로 대안학교라고 했을 때,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또는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오는 학교라고 얘기하는데 저희가 재직 중인 학교는 그중 후자인 것 같아요. 다른 교육 대신 기독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전문적인 리더를 양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예요. 


학문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것과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잖아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훈 : 대학생 시절에 ‘내가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흥미를 가지고 들어갔지만 수업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던 와중에 역사학과 병행해서 상담 분야를 공부했는데 마음이 힘든 아이들이나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게 되더라고요.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해보다가 아이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선생님이었어요. 


탐방 학습 현장에서의 모습들


유 :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소위 어떤 큰 사건들은 사실 떠오르지 않아요. 다만 고등학생 시절,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고려했을 때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한 번 인생을 사는데 나 잘 살고 잘 먹는 삶은 재미가 없잖아요. 가치 있는 일을 하고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데 교사의 길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재직하고 있는 대안학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훈 : 기본적으로 일반학교에 대한 희망이 있었어요. 사실 일반 학교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정적으로 대안학교에 먼저 가 있었던 선배와 같이 입사한 후배가 덕분이에요. 때마침 역사 선생님이 필요하다 해서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면담을 하며 듣게 된 기독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이 학교에 가고 싶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선후배와 교장선생님 말씀이 저로 하여금 이곳을 선택하게 만든 동기가 됐죠.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 준비 중 들어가게 되었어요. 


한재훈 선생님


유 : 저는 명확하게 공립교사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도 그 길을 원하셨어요. 졸업하는 해에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임용고시를 한 번 보고, 다음 해에 집에서 다시 재수하고, 노량진에서도 1년 동안 다시 준비했어요. 계속 낙방을 했어요. 고민이 되더라고요. ‘내가 꼭 공립학교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면 어디나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생기고요. 여러 방면으로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중에 지금의 남편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아직 남편과 교제하기 전이었는데 당시 교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서 들어왔죠. 


보통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기존 학교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 학생들로 바라보는 선입관이 있죠. 실제로 어떤 성향의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들어오는지 궁금합니다. 

훈 : 지원하면 무조건 뽑지 않고 평가를 위한 기간을 지내야 들어올 수 있어요.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가 학교에 정말 들어오고 싶은가’라는 부분이에요. 아무리 부모님이 원하더라도 아이의 의지가 없다면 들어올 수 없어요. 부모님과 아이가 똑같은 의지를 가지고 들어와야 해요. 저희 학교는 일반적인 공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 예를 들어 학업위주, 수능 위주, 진학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했어요. ‘무조건 이렇다’라고 주입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이것이 왜 그런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거죠. 빠르게 나가는 세상과는 반대로 느리게 나가고 있는 학교예요. 조금은 느리더라도 제대로 배워나가고 스스로 생각한 답을 통해서 자기화(自己化)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교육은 무엇이다,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육에 대한 가치관도 듣고 싶습니다. 

훈 : 앞에 이야기한 내용과 비슷해요. 관계에 대한 부분이죠.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은 지식적인 부분에서 예전 세대보다 어리지 않아요. 반면 성숙도는 예전 세대가 더 높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세심한 관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만약 학생과 온전한 관계가 형성되어있다면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죠. 신뢰가 기반되지 않는 관계에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훈계와 칭찬은 의미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저도 동의하는 내용이에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지식이든 어떤 가치관이든 온전한 전수가 가능하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진 선생님


유 : 저도 관계에 대한 부분에 동의해요. 하나 더 보태자면, 신념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교육을 통해 받아야 하잖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게끔 해줬으면 좋겠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줘야 해요. 지혜로운 어른들이 지혜롭게 전해 줄 수 있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실질적 조언도 부탁합니다. 

훈 :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직접 경험한 것을 전해줄 때와 지식으로만 아는 내용을 경험한 것처럼 전해주는 것은 확실히 다르거든요. 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공부하면서 얻는 결론보다, 직접 알아가는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뿌듯함,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습관에 집중하며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교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죠. 


 지금의 아이들은 분명히 우리나라에만 있지 않을 거예요. 다른 나라에 가고 많은 것들을 보겠죠? 우리나라 안에만 있으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남자는 군대, 여자는 바로 취업하고 가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요. 다른 경험을 하지 않으면 사고의 틀을 깨기 어려워요.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은 매우 다양하잖아요. 고정된 길을 가지 않아도 인생을 살 수 있고, 그 방법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아이들이 선택한 길을 응원해주며, 그 길을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실제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 분야를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이와 같은 가치관이 없으면 ‘아니야 지금 너는 공부할 시기야, 공부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이루면 돼’라고 틀에 갇힌 말 밖에 할 수 없어요. 교사가 되기 전에 정말 나쁜 것 빼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유 : 아이들을 많이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직업이기도 하고, 특히 공무원이기 때문에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직업을 결정하는 데에) 그게 큰 요소 이기도 하고요. 교사의 길을 선택할 거라면 아이들을 많이 만나 보고 다양한 변수들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요? 

훈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나름 고민의 시간을 가졌어요. 아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많은 관심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이곳에서 교사를 하고 있을지 다른 일을 하게 될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가 가고자 하는 길과 다른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고,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 : 저는 사람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평생 교사를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고,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업무의 형태가 어떻든 그런 삶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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