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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29. 2018

홍대에서 책 축제를 기획한다는 것

책이 나를 부를 때, 홍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이채관(이하 채) : 이채관입니다. 굉장히 잡다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주로 문화예술영역 분야에 대한 일을 하고 있죠. 회사를 운영하고, 축제를 기획하고, 청년 기획자를 양성하기도 하고, 공공분야에 관련된 일도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상당히 잡스러운 일을 하죠. 



시월 E&C와 와우책문화예술센터의 대표로 있습니다. 어떤 단체인가요? 

채 : 시월 E&C 는 문화 관련 기획을 하고 있어요. 전시, 공공미술에 관련된 일이죠. 주로 심포지엄, 박람회 같이 공공영역에 대한 사업들을 해요. 와우책문화예술센터는 비영리기업의 성격을 가졌어요. 핵심적인 사업으로 ‘와우북페스티벌’이라는 책 축제를 매년 열어요. 문화, 예술, 교육과 관련된 일, 문학 식당 등 문학 보급 사업도 하고 있죠. 책에 나오는 요리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이에요. 더불어 영국, 프랑스의 작가들과 함께 하는 해외 교류사업도 하고 있어요. 굉장히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와우페스티벌도 벌써 13회 차 행사를 마쳤습니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채 : 정말 많이 받아본 질문인데요(웃음). 기본적으로 책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짜증이 났어요. 책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원천적 콘텐츠에 대한 힘과 매력, 서사의 힘 등이 예전만큼 많이 고민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단순히 익히고 배우는 것, 엄숙함으로 다가오는 책에 대한 유교적 태도. 그 태도를 극복하기 위한 모색을 하고 싶었어요. 당연하겠지만 기존의 책은 서점에서 사고파는 것이죠.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통해 책이 좀 더 다양한 방식의 문화예술영역으로 변형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와우북페스티벌 13회 포스터


 또 하나의 요인으로 제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홍대의 지역적 특성이 가미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홍대는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집약되어있는 곳이에요. 통계적으로 마포구에만 5,300개 이상의 출판사가 등록되어 있다고 하죠. 그중 200개 정도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봐요. 이 밖에 출판 산업과 연관되어 있는 직종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나 편집자, 작가 등의 활동가들이 지역적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이 점을 고려해서 책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결합하고, 하나의 축제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도시 재생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채 :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서울시만 봐도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이 있고, 마을 단위로 희망지, 희망 돋움 사업으로 조그맣게 이루어지기도 해요. 아직까지 도시 재생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생각이 나지 않네요.  


 서울 안에서 생각해보면, 세운상가 도시 재생 사업이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메이크 시티(Make city)라는 개념으로 세운상가를 새롭게 정의한 후, 생산 도시로서의 기존의 역할과 역사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곳의 숙련된 노동 기술을 가진 분들이 청년들과 만나면서 생기는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죠. 현재 냉장고, 핸드폰 모두 대기업이 만들고 있잖아요. 손으로 만드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죠. 세운상가의 주민이면서 상인인 분들이 손 노동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직접 전해주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봐요. ‘손끝창의학교’, ‘수리수리 협동조합’ 등이 진행되고 있죠.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지금 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리수리 협동조합 장인들


현재 홍대에 거주하고 있으시죠?  

채 : 네.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홍대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동네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글쎄요. 예전에는 독특한 스타일에 더해 문화적 다양성이 응축되어 지역 정체성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클럽도 독특했고, 여러 작은 공간들이 이상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줬어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홍대 만의 문화적 스타일이 드러났죠. 이런 요소들이 흥미를 일으켰죠. 당시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간이라 집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최근 이곳이 핫플레이스인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오히려 표준화된 공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명동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혼의 음식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내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 때 이 음식을 먹고 싶다’며 떠오르는 홍대 식당이 거의 생각나지 않아요. 급속한 도시의 변화로 인해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개념을 빌어 말하면 저는 현재 심리적,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과잉된 도시로 독특함이 사라지고 있는 중에도 홍대를 관광특구로 만들기 위해 도시의 표준화를 더욱더 가속화시켜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중이죠. 그 와중에 저처럼 도시에 대한 심리적 문화적 애착(Attachment)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홍대 골목 풍경 (출처 : Street h)


근래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 소양 역시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채 : 인문학은 교양에 대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청년들은 인문학을 왜 교양으로 볼까요.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노동, 죽음, 교육 등 인간과 관련된 각각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입사 시험 중 인문학 문제를 풀게 만드는 것은 일종의 정보학 시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사건, 시대에 대해 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죠. 우리는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지혜, 태도, 우정, 사랑, 노동을 바라봐야 해요.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 삶의 방식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 ‘혹 다른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인문학이죠. 자신이 가진 인문학적 지식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며 자랑하는 것은 패션학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대학원의 교수이기도 합니다. 청년인 대학원생들을 직접 대하며 지금 시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첫 번째는 무엇인가를 끝없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파고들어가 보는 것. 그것이 책, 프로젝트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두 번째는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인생은 깁니다. 가늘고 길게 살다 보면 관계가 조금씩 확장돼요. 관계도 넓어지고 경험이 쌓이면 자원이 많아지게 되죠. 작은 일을 오래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부족하게, 조금 내려놓고 사는 것이 좋아요.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 돈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채 : 저는 소유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필요로 하지만 소유하고 싶지 않아요. 심플하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 부동산 같은 것은 무겁잖아요(웃음).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리성을 높여주죠. 그렇지만 소유보다는 사용하는 도구로써 돈을 쓰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처럼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미니멀한 라이프를 사는 모습처럼(웃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채 : 꿈을 만들고 돌격하며 이루어 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꿈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운 꿈이네요. 

채 : 그럴 수 있죠. 업무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문화 기획’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책도 한 번 쓰고 싶어요. ‘와우책문화센터’처럼 센터를 하나 만들고 싶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말하면 한도 끝도 없겠죠(웃음)? 



문화 기획 관련 분야로 진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채 : 문화 기획 현장에 있다고 문화 기획이 될 것 같지 않아요. 공부와 고민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바꾸려고 나왔을 때, 설득할 수 있는 힘과 논리적이고 풍부한 자신만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라’고 조언하면 소위 꼰대가 될 수 있겠네요(웃음). 놀면서 재미있게 공부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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