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용 Aug 12. 2018

전 세계 여행하는 포토그래퍼

이상적인 포토그래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병준(이하 준) : 안녕하세요. 어색하네요(웃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준 : 안녕하세요. 저는 김병준 포토그래퍼입니다. 올해 서른한 살이 되었고, 여행 다니며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해외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여자 친구(나누리 ; 이하 누리)와 함께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준 : 9년 전 제가 대학생일 때 얼마 전 다녀온 여행 코스의 반대로 다녀온 적이 있어요. 당시 서유럽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기차만 타고 여행을 했어요. 기차 속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졌는데 내가 기차를 멈출 수는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나중에 이 풍경들을 보며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여행을 하러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을 계속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실행을 하게 된 거죠.


 제 여자 친구도 여행을 좋아했어요. 여자 친구도 남미를 다녀왔어요. 남미를 가면 도시를 이동할 때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버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한국 와서도 계속 잊지 못하다가 제가 같이 여행 가자는 제안을 듣고서 같이 가게 됐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결심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준 : 원래 행동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고민 없이 실천해왔던 것 같아요. ‘하고 싶다’보다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비단 여행뿐 아니라 평소 다른 분야에서도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해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여기에 더해서 제가 잃을 것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에 대해 이미 단념한 상태여서 더욱 수월했습니다.


위 사진 모두 @몽골 @러시아 출처 : 김병준 작가


예전에는 건설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 전문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있으니 어느 시점에 퇴사를 하고 직장을 나왔을 텐데, 어떤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준 : 2년 정도 회사를 다녔어요. 좋은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6개월마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어요. 잘리는 경우도 있었고. 일 잘하고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이 한 두 명씩 퇴사하는 거예요. 입사 시기가 저와 불과 5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선배들이었는데,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그만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도 저 나이쯤 되면 불안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았어요. 어차피 불안할 거면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불안한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해서 쉽게 그만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었던 일이 사진이었나요?

준 : 할 수 있던 일이 사진이었어요. 취미로 찍고 있기는 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죠.

그렇다면 사진을 업(業)으로 삼기로 결정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준 : 사진을 정말 못 찍었어요. 좋은 DSLR 카메라 들고 다니는 직장인이었죠. 그래서 주변에서 엄청 말렸어요. 너는 사진 정말 못 찍는다고(웃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고.

 그럼에도 절박했던 것 같아요. 주변의 시선도 있었고. 할 수 있는 것이 사진밖에 없기도 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도 있었어요. 실력이 뛰어나서 재밌던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의 성취감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봐주면서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패션 사진 덕분이었죠. 세계 곳곳의 패션 위크(Fashion Week)를 돌아다니며 여러 스트릿 패션 사진을 촬영했는데, 패션 피플을 찍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준 : 막연하게 사진을 찍어보려 하니 마땅한 피사체가 없더라고요. 호주에 있을 때는 길을 찍었어요. 길을 찍다 보니 길 위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패션을 좋아하고 자신을 뽐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을 찍다 보니 패션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촬영이 재밌어서 3개월 동안 500명 정도 찍었어요. 그때는 직업인 줄도 모르고 찍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한국에 소개되면서 한 패션 매체에 ‘패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Fashion Street Photographer)’라고 명칭을 붙여주면서 알게 됐죠. 이런 직종이 있구나.


위 사진 모두 서울 패션 위크에서의 김병준 작가 출처 : 김병준 작가


지금의 길을 가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께서 많은 걱정을 하셨을 것 같아요.

준 : 퇴사할 때 걱정보다 실망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저와 여자 친구 모두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부모님들께서는 믿음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 믿음을 깨서 실망하셨을 거예요.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가지는 기본적인 걱정이야 늘 하시겠지만 , 지금 저희의 삶에 대해서 큰 우려는 안 하시고 계세요.


세계를 여행하면서 해외 곳곳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을 텐데, 보통의 사람들은 경험해보기 어려운 부분이죠.

준 : 저도 그렇게 친구들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가끔씩 제가 닿는 도시에 친구들이 있으면 편하죠. 연락해서 같이 밥 한 끼 먹거나, 샤워 한 번 신세를 지거나. 여행을 하면서 국가 간 장벽이 깨졌어요. 같이 여행 다니는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저희는 ‘지구인’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녀요.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으니까 ‘지구인’이라고.


 저는 일이 있으면 이탈리아에 갔다가도 다시 한국으로 잠깐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한국이라는 공간은 저에게 정말 작은 곳이죠.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여러 번 국경을 넘나 드니까. 실제로 요새는 몇몇 국가를 빼고는 국경을 넘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국가라는 개념이 더 없어져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리스 @ 영국 @크로아티아 @스위스 출처 : 김병준 작가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준 : 딱히 없었어요. 막연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 마술을 했는데, 사람들이 마술을 좋아해 주니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고. 마술을 그만두고 나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이 워낙 가난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을 갖고서 건축과에 진학했어요.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웃음). 부모님도 그 길을 원하셨어요. 남들처럼 대학교 졸업하고 안정적으로 취직해서 일 하는. 그때는 부모님 뜻에 맞춰 살았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준 : 지금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삶이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음을. 요새는 저널리즘(Journalism)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찍는 사진에 사회적 현상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여행 사진도 어떻게 보면 저널리즘의 한 부분이거든요. 제 사진을 보고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것.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2018년 초 김병준 작가 전시회


돈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준 : 어렸을 때 워낙 가난하게 생활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여행하기 전에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돈이 없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럼에도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여행 다니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돈을 쫓아다니게 되더라고요. 여자 친구는 반대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어서 (돈을 좇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조절해줘요. 여행의 방향성이 계속 돈으로 가게 되니까. 둘 다 돈을 좇았으면 일만 하고 있었겠죠(웃음).


한국을 떠나 다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있나요?

준 : 저희는 다시 영국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요. 차를 런던에 두고 왔거든요. 그 차를 가지고 아이슬란드로 들어갑니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이유는 다양한 풍경 때문이에요. 제가 지금 풍경사진을 찍고 있기도 하고 오로라를 보고 싶어요. 그 뒤에 아프리카 일주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스에서 만난 한 사진작가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사진 작업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그럼 너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느냐. 아프리카에 가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찍기 원하는 저널리즘 사진을 담기에 아프리카가 적합하다는 생각도 하고, 또 찍기 원하는 주제와 아프리카의 연계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아프리카에 갈 예정입니다.


위 사진 모두 김병준 작가 전시회장


사진을 업으로 삼고 전문 사진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앞서 사진을 시작한 선배로서 젊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준 : 저도 아직 4년밖에 안된 사진가라서(웃음). 사진을 찍는 전문적인 기술에 대해 조언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제가 느낀 점에 대해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이런 삶이 쉽지 만은 않아요. 셔터 몇 번 누르고 몇천만 원씩 버는 분도 있지만, 셔터 한 번을 제대로 누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 알아야 해요. 기회가 있다면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좋아요. 부지런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사진을 찍고 싶다면 찍게 되어있어요. 저는 지금도 하루에 3시간 자요.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만들게 되죠.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다들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간절함이 중요하군요.

준 : 너무 편한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요새 좋고 싼 카메라 구하기도 쉬워진 만큼 카메라만 사면 다 됐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간절함이 필요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대 사회는 청년들이 꿈을 꾸기 어려운, 꿈이 있더라도 마음껏 펼치기 힘든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응원과 격려 부탁합니다.

준 : 정말 사람마다 성향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다만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사실들이 많아요. 고민만 하면 걱정만 늘어나고. 옳고 그른지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때가 되어서야 고민의 끝이 보입니다. 무엇이 됐든 직접 경험해보기를 바랍니다.




이전 08화 은행에서 나와 창업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