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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Aug 05. 2018

은행에서 나와 창업하기

83년생 이효진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효진(이하 효) : 안녕하세요. 저는 핀테크 스타트업 8퍼센트 대표 이효진입니다. 현재 P2P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8퍼센트 이름이 평범하지 않네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궁금합니다. 

효 : 8퍼센트는 중금리(中金利)를 상징합니다. 국내 대출시장의 금리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서비스 비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떠올리다가 짓게 됐어요. 기억하기도 좋고, 발음하기도 좋아요. 


사실 은행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하기 쉽지 않죠.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효 : 공채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처음 2∼3년은 즐겁게 일했어요. 그렇게 계속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조직에 나를 맞춰서 지냈어요. 문득 ‘이 생활을 계속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날은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51%였다가 또 다음 날은 49%가 되고. 이렇게 49대 51의 고민을 반복하며 8년간 직장을 다녔어요. 당시 직장에 계속 있었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성취가 있었기 때문에 조그마한 노력으로도 인정받고 잘 살 수 있었어요. 월급도 꼬박꼬박 들어오고 복지도 좋은 편이었죠. 하지만 일의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8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은행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효 : 은행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즐거운 추억이 많아요. 정말 재미있게 다녔던 것 같아요. 안 그러면 한 직장에서 8년을 보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지금도 은행 근무 시절에 쌓았던 지식과 좋은 선후배들에게 큰 도움을 받아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고, 은행과 카드·증권 등 금융사들의 역할과 상호 관계에 대해서도 익숙합니다.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을 선택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효 :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습니다. 우수 두뇌들만 모인다는 과학고에 진학했어요. 그중에서도 다른 과목에 비해 자신 있는 과목이 수학이었어요. 명제(命題)가 있고 결론을 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도 수학자를 꿈꾸며 포항공대 수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막상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4년 간 지내보니 자신보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학문이라는 것이 노는 것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재밌다고 느낄 정도로 한눈을 팔지 않아야 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만 재밌는 거구나’ 판단을 내렸어요. 결국 일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전공을 응용할 수 있는 금융 분야에 취업했죠. 


2017년 한 해동안 국내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했고 단기간에 수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기존 은행들에게 큰 위협을 줬습니다. 금융 최전선에 있는 참여자로서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궁금합니다.
효 : 새로운 금융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예요. 인터넷 전문 은행이 확장되면서 대중들도 새로운 금융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기대를 하게 될 겁니다. 기성 금융기관도 그동안 고객들에게 기대했던 관습적인 이용 패턴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거예요.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 그중에서도 P2P 금융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P2P는 말 그대로 개인 대 여러 개인 사이의 거래이다 보니 소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여럿 있었을 것 같습니다.  

효 : 8퍼센트 투자자로 참여하고 계신 분 중에 저희 서비스를 계기로 서로 알게 되어 결혼까지 하신 커플도 계세요.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투자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주로 수도권의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이 저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시다 보니 그런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대표님은 임신 중에 창업을 하셨죠. 엄청난 각오와 용기가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일 것 같습니다. 

효 : 힘들기도 너무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제가 창업을 했을 때가 임신 3개월이었는데 태교를 따로 하지 않고 업무로 태교를 했습니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든 것 이외에도 당시 P2P 금융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분야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고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그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지금 좋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람을 빼놓을 수 없죠. 먼저 부모님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은행을 그만두고 창업하기로 결정했을 때 부모님께서 많은 걱정을 하셨을 텐데. 

효 : 어머니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백수 하려고 그 어려운 공부하고 대학 가고 은행 들어갔느냐. 네가 아직도 20대인 줄 아느냐. 그만두면 대체 뭘 할 계획이냐. 여기서 직장 그만두면 끝이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애나 낳아라’고 하셨어요. 어머니에게 단 두줄로 답장을 보냈어요. '먹고는 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내년에 낳을게요’라고. 4년이 지나고 약속대로 건강한 딸을 출산했죠. 


 힘든 시간을 무사히 버티고 아이와 회사가 잘 자라게 된 것도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 덕분이었어요. 시어머니께서 교사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워킹맘 선배로서 창업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고충을 잘 이해해주셨습니다. 시어머니께 임신 사실과 창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묵묵히 응원해주시고 신뢰해주셨어요. 힘들 때마다 ‘네 어려움을 내가 안다’고.
  

엄마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기도 합니다. ‘유리 천장’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효 :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여성, 아기 엄마, 은행원 출신 등 드문 캐릭터이다 보니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업할 때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도 중요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효 : '윤리’를 가장 강조합니다. 기본적으로 돈을 다루는 회사니까요. 신뢰가 중요한 곳이죠. 윤리 의식이 없으면 고객에게도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흔치 않게 윤리강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지킬 수 있고 따라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시(摘示)했습니다. 이를테면 ‘고객의 자금을 임의로 지인 및 관계사에 대출하지 않습니다’ 등이 있어요.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역할이 가지는 의미도 중요합니다. 8퍼센트가 지니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효 : 8퍼센트는 투자를 받는 사람과 투자를 하는 사람 모두의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8퍼센트를 통해 투자하면 투자 수익을 얻을 뿐 아니라 이웃의 이자 부담을 절감해주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죠. 8퍼센트는 사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근래 많은 젊은 청년들이 창업을 고민하고, 실제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과 응원을 부탁합니다.  

효 : 아직 짧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하고자 하는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그리고 인내의 시간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숙고해보면 좋겠습니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생각한 계획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1년을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는데 3년, 5년, 10년이 걸릴 수 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가치 있는 사업을 운영한다는 사명감을 꾸준히 가질 수 있을지 자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남과 다른 삶을 선택한 만큼 그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P2P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창업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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