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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선 Dec 13. 2023

리딩, 어휘력, 낭독의 삼각관계

낭독이 이렇게나 중요한 활동이라고?


우리 아이 영어 잘 읽어요~!

이 표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1번, 우리 아이가 영어로 된 동화책이나 간판을 또박 또박 소리 내어 읽어요!

2번, 우리 아이가 영어로 된 동화책을 눈으로 보고 내용을 이해해서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어요!


각각의 읽기를 우리는 '해독'과 '독해'라고 부릅니다. 해독은 글을 음성으로 바꾸거나, 문자기호를 말소리로 바꾸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반면 독해는 '해독과정을 거친 후' 글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을 의미하죠.



즉,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텍스트는 이해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우리 뇌의 언어처리 방식 때문입니다. 글자가 우리의 언어체계로 진입하기 위해서 우선 소리로 전환되지 않으면 뇌는 글자를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합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으며 해독에 온 집중을 다하는 동안, 독해 역시 진행됩니다. 눈과 입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머릿속에서는 단어의 정확한 뜻, 문장의 의미를 문맥을 거쳐 유추하고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활동이 이뤄지거든요.


지난 포스트에서 어휘력을 기르는 효과적인 활동으로 리딩을 예고했는데요. '갑자기 낭독이라니?' 의문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단연 리딩은 시간과 노력 대비 어휘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영역입니다. 다양한 단어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이 단어들이 유의미한 맥락 속에서 서로 연결돼 (단어->)어휘로 발전하게 되죠. 이야기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단어들을 반복하기에 해당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도 있게 됩니다.

 

다만, 낭독은 이렇게 접한 풍부한 어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즉 능동적 어휘(Active Vocabulary)를 향상시킬 수 있는 리딩 기술입니다. 낭독은 단지 문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활동이 아닌, 텍스트에 몰입해 의미 구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문장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Watch out! The bear is going to eat you alive!


눈으로만 읽었을 때에 비해 단어와 표현의 형태와 의미가 상황 맥락과 연결되어 더욱 생생하고 뚜렷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단어와 문장은 자신만의 목소리, 성량, 억양, 박자를 활용해 재생산되며 개인화되고 내재화됩니다. 리딩이라는 전형적인 Input 활동을 Output 활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죠. 자신의 음성을 듣는 행위 역시 단어 의미의 이해와 기억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낭독만큼이나 거저 얻어가는 Output 활동이 없다고, 저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무조건 소리 내어 읽기를 유도하죠. 학습을 위한 리딩이라면 낭독을 꼭 활용해보세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낭독이 아닌 진짜 말하기, 스피킹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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