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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군가의 아빠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
서가에 꽂혀 있던 '호밀밭의 파수꾼'
속지 첫 장에 가지런히 적혀 있다.
책 주인은 그래서 조금은 덜 힘들어졌을까?
아빠는 여전히 그 뒤에 서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왜 여기에 있는걸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질문과 함께
책을 원래 자리에 다시 꽂아 두었다.
2.
언젠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이런 글을 적어뒀다.
당신의 한 걸음 뒤에
떨어져서
그 뒤를 따른다는 건
어깨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는 일,
태연한 표정의 얼굴이 아닌
뒷 모습의 침묵을 듣는 일,
당신이 짊어진 무게와
견뎌 온 시간들을 알아차리는 일.
당신의 한 걸음 뒤에 떨어져 걷다가,
가만히 옆으로 다가가
능청스레 나란히 걸어본다.
(1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