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진담
일주일 넘게 고민해 봤지만 역시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작은 사치’라는 주제를 내가 제안해 놓고선
정작 글을 쓰려니 작은 사치라 할만큼 뚜렷한 뭔가가 없다니 이거 참 낭패다.
어느 작가는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시처럼 근사한 대상은 아니더라도
내 지갑을 쉽게 열게 만들 그 무언가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명쾌하게 이거라고 할 만한게 없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정한 것이 바로 ‘책’이다.
그나마 내돈내산으로 구입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사는 것이 책이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SNS를 보다가
누군가 흥미로운 책을 추천하면 주저하지 않고
알라딘이나 교보문고 앱을 열어서 그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물론 장바구니에 담은 모든 책을 그 즉시 주문하는 건 아니다.
잠시 유예기간을 갖는다.
혹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도 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책이거나 신작의 경우
도서관에 없거나 예약이 꽉 차서 빌려보기 쉽지 않을 뿐더러
그 책을 당장 갖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한번 휩싸이면
어느새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책장에 아직 못 읽은 책이 한 트럭 꽂혀있음에도 말이다.
사전에 나온 '사치'의 의미를 살펴보니,
분수에 지나칠 정도는 아니지만 필요 이상의 돈을
책에 쓰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나보다 훨~씬 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는 다독가들도 많겠지만...)
특히 머리로는 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지만
마음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그렇다.
그럼에도 내가 주기적으로 책에 사치를 부리는 건
책이 주는 마음의 배부름 때문 아닐까?
오늘도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핑계로 위안을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