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진담
‘왓츠인 마이 백’.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소개해 주는 게
하나의 콘텐츠로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유튜브 채널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가방 속 물건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가방 속 물건을 꺼내 보인다.
7년 차 직장인의 왓츠인 마이 백
주말, 외출 전 왓츠인 마이 백
승무원 파우치, 왓츠인 마이 백
23학번 새내기의 왓츠인 마이 백
......
가방 주인의 직업, 나이, 혹은 상황에 따른 가방 속 물건들이
무척 다채롭게 소개되는데 나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서 가방 속 물건은 그 자체로 다양한 제품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콘텐츠의 진짜 매력은 그걸 통해
가방 주인의 취향이나 습관을 슬쩍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왓츠인 마이 백을 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물건이 하나 있긴하다.
그건 바로 ‘핸드크림’.
내 가방에는 사계절 내내 빠짐없이 핸드크림이 들어 있다.
손이 건조한 겨울이야 그렇다 쳐도 한여름에 핸드크림이 왜 필요할까 할 수 있는데
나는 한여름에도 자주 핸드크림을 바른다.
손을 씻고 난 후에는 물론,
평소에 조금만 손이 건조하거나 버석거려도 그 느낌이 싫어서 핸드크림을 찾는다.
사무실에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또는 하던 일이 잘 안 풀려서 한 템포 쉬어갈 때도 습관적으로 찾는다. 잠깐의 기분전환이랄까?
내 지인들은 핸드크림 하나를 1년 안에도 다 못 써서 선물 받으면 처치 곤란이라 하던데
나에겐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중 하나가 핸드크림이다.
그래서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자주 받는다.
이렇게 선물 받거나 직접 구입한 핸드크림은
내 방의 화장대와 책상 위, 출퇴근 가방과 사무실 책상 등 나의 일상 곳곳에 자리 잡는다.
우선 핸드크림의 크기와 제품 용기의 종류에 따라 녀석들의 포지션이 정해지는데,
사무실 책상에는 주로 펌프형 용기에 담긴 대용량 제품을,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튜브형 핸드크림은 가방이나 겉옷 주머니에 넣어둔다.
전에는 핸드크림을 구입할 때 향이 너무 강하지 않은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을 주로 살펴봤다면
요즘은 나름 취향이 생겨서 몇 가지 체크항목이 늘었다.
예를들면 이런 식으로
크림의 질감이 너무 묽거나 꾸덕꾸덕하지 않은지.
손에 바르고 난 후에 유분기가 너무 돌아서 번들거리거나 미끌거리지 않은지.
보습력이 약해서 한번 바른 뒤에도 수시로 계속 바르게 되는지 등등.
이런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그 제품은 다음 선택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유명 브랜드 제품도 몇 번 선물 받아서 써봤는데
역시나 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어쩐지 손이 잘 안 가서 결국 서랍 한 구석에 방치됐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핸드크림 하나에 뭐 이리 까다롭고 까탈스러운지,
어디 겁나서 누가 마음 편히 선물이나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걱정마시라.
오는 핸드크림 안 막고, 가는 핸드크림 꼭 붙잡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