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21
걷기 7구간 : [ 팔라스 데 레이 ~ 아르수아 : 28km ]
아침에 일어나자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물소리와 빗방울이 양철이나 어디에 부딪히는 소리로 생각되어 호텔 창문을 열어보니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종일 내릴 것 같고 마지막으로 걷기 7일 차의 일정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아 우리 6조에 계시는 임은희 님의 발목이 아프셔서 걱정이 앞선다.
마지막 날이라 다들 많은 의미를 두시고 걷으실 텐데 날씨부터 도와주질 못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오히려 우리의 완주를 축복해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모두 우의와 방수포로 무장을 하고 마지막 날 걷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페이스메이커도 없다고 하니 우리 조는 같이 걸어서 마지막 테이프를 끊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며칠은 일정 거리를 두고 걷는 박찬준, 임재현 님 부부도 오늘은 같이 가시다. 그런데 두 분의 가방에 방수포가 씌워지지 않아 물어보니 준비를 못하셨다는 말씀에 우리 일행은 배낭 밑에 숨겨져 있는 방수포를 꺼내 가방을 감싸 들렀다. 보통 마니아가 아니라면 우중산행은 하지 않으니 배낭 밑에 방수포가 숨어있는 것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숲길을 지나는데 한 노점에 아침 여행객들이 모여있다. 30대 청년으로 보이는 친구가 스탬프를 특이하게 만들어 주면서 1유로의 고가 스탬프와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었다. 밀랍이나 촛농 같은 것을 녹인 다음 굳기 전에 문양이 새겨진 도장으로 눌러서 스탬프를 만들어준다. 순례자 여권을 받을 때는 다 채우리라 생각을 했는데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않아 처음 걸을 때의 마음과 달리 스탬프 채우는 것보다 내 눈에 많은 풍경과 마음에 스탬프 찍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면 핑계가 되려나 숲길을 지나다 보니 산티아고까지 52.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늘은 길가에 보이는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무궁화도 빗속에 활짝 비었고 연분홍색 꽃, 빨강과 하얀색이 섞인 꽃봉오리, 국화와 비슷한 하얀색의 꽃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 옆을 지나기도 하고 숲길을 지나는데 여전히 많은 밤들이 떨어져 있다. 여기 숲의 다람쥐들은 식량 걱정은 하지 않겠구나. 한국이라면 다람쥐들이 도토리는 묵을 쑨다고 밤은 군밤을 한다고 사람들이 다 거두어 같을 텐데.....
오늘 일정 중에 기대되는 한 가지. 예비소집부터 맛있다고 꼭 먹어봐야 한다는 문어요리, 지난번 15유로의 행복 때도 맛을 보지 못 해서 다들 기대를 하고 있다. 작은 조심으로 들어서니 뿔뽀 요리 가게가 나온다.
아침지기가 아침에 알려준 첫 번째 가게. 들어서니 입구에는 문어를 큰 솥에 삼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조만 빼고 전부 모여 있는 듯. 우리 조도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문이 밀려있다. 우리 조의 주문 전문가이신 임은 희 님과 이진환 님의 결정에 따라 채소볶음을 포함해서 뿔로 大 3 접시.
많은 기대와 달리 한국의 문어숙회와 비슷한 맛. 우리는 올리브 오일이 없는 순수한 문어숙회를 추가 주문하고 한국식으로 맛있게 먹고 거기에 커피 디저트까지. 역시 6조는 먹는 데에도 너무 호흡이 잘 맞아 혼연일체 수준. 그러나 다른 테이블에서 와인을 시키는 사건이 일어나 식당에는 긴장감이 돈다. 그것도 대낮에 점심 식사 도중 아침 지기들이 같은 곳에 있는데 겁(?)도 없이 와인을 시키다니, 촉이 민감한 백기완 실장님이 다른 한 곳 뿔뿌집으로 향하신다. 아마도 그곳에서 동일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점심을 맛있게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숲에는 당나귀 두 마리와 피리를 부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온다. 흰색 당나귀 등에는 'Beun Camino'라 쓰여 있다. 순례자들을 위한 센스, 피리를 부는 아저씨 앞에는 순례자들이 기부한 동전 여러 개가 보인다. 많은 순례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구경하다가 지나간다. 시냇물을 건너면서 돌다리도 밟고 지나가고 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을 지나며 숲이 우리에게 내뿜는 좋은 향기(피톤치드?)를 맡는다. 가끔씩 지나는 터널 같은 곳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낙서가 쓰여있다.
어느덧 숲길은 끝이 나고 도로변이 나오는 길가로 걷는다. 차들이 빗 길을 달리고 있다. 앞뒤로 살펴보니 6조 원들이 다 있는 것 같다. 임은희 님은 걱정과 달리 잘 걷고 계신다. 배우자 되시는 이진환 님이 우비가 젖혀지면 다시 덮어주시고 잘 챙기신다. 참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본받게 하고 싶은 부부애를 자랑하신다. 부인의 가방도 메고 가시길래 제가 잠깐 메겠다고 하며 배낭을 받아 들었다. 그러면서도 하시는 말씀은 마지막 지점에서는 당신한테 돌려달라고 하신다.
'Finish Line에서는 남편분이 메고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
도로변을 한참 걸으니 일본에 사셨던 경험으로 임재영 님께서 일본 순례자와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대화도 하시고 인증샷도 찍으시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목적지인 아르수아에 다 왔다는 것을 알고 우리 조원을 다 모아서 우리 전속 기자님인 조송희 님을 통해서 완주 기념사진도 찍었다. 저 앞에서는 고도원 님이 도착하는 아침 순례 여행객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제 공식적인(?) 걷기는 끝인 것이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우비와 모자를 쓰고 걸었지만 다들 완주했다는 기쁨에 얼굴들이 밝은 모습이다. 버스에 올라 정말 이 여행의 타이틀에 있는 산티아고에 들어섰다. 산티아고 도시가 제법 크게 보인다 버스를 좁은 도로에 대고 이틀을 묵고 갈 콤포스텔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 도시가 모든 순례자들이 입성하길 원하는 산티아고인 것이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한 후 산티아고 야간 산책을 나가기 위해 호텔 로비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두 실장님이 조장 미팅을 소집하신다. 예상은 했지만 음주단속 지침이 하달된 것이다. 오늘 점심에 있었던 일로.....
우리는 오래간만에 범생이에서 일탈을 하기로 모종의 협의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져 외출을 계획했는데 비밀 협의가 노출됐나? 그래도 우리조는 산티아고를 둘러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내일 아침에 올 것이지만 사전 답사 차원에서 산티아고 성당 광장에 섰다. 일부 성당이 보수공사를 사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야간조명으로 비추어진 성당도 웅장하게 보이고 앞면에 있는 건물과 좌우로 보이는 건물도 지어진 지가 꽤 오래된 듯하다.
호텔 쪽으로 걸어오면서 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제품들이 매우 고급스럽게 보인다. 우리는 미리 점찍어둔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해물 모둠과 노란색과 빨간색 음료수를 시키고 그동안의 걷기에 일어난 많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참으로 좋으신 분들의 조합이다. 코드와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따스한 가슴이 있어 행복했다.
옹달샘의 사전 모임에서는 13분 중에 7분만 오셔서 바로 옆 조인 5조는 1분 빼고 다 오신 것을 보고 우리 조 참석률이 낮아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시작하여 7일간의 대장정을 끝나는 순간까지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분들의 마음이 너무 따스해서 늘 훈훈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비 오는 마지막 구간에 춥지 않은 것은 그 따뜻한 마음이 손 난로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빨간색의 음료수로 핑크빛으로 물든 얼굴로 우리는 이 밤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 그대였기에 가능했습니다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