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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Oct 16. 2021

순례길과 땅끝, 대서양에 모든 것을 날려 보내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23

걷기 8구간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입성


오늘은 드디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정식으로 입성하는 날이다. 어제 버스로 산티아고에 입성은 했으나 하루 종일 빗속에서 걸어오고 아늑한 호텔에서 편안함 밤과 오래간만에 6조 전체가 맥주와 와인을 한 잔씩 하고 아주 흐뭇한 밤을 보냈기에 더욱 흐뭇한 전날을 보내고 이제 순례자들과 같이 입성하는 날.

[ 저녁 식사 후에 산티아고 성당을 미리 가서 한 컷 ]


많은 순례자들이 이 산티아고를 입성하기 위해 그 먼 길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버리면서 입성한 것을 생각하면 편하게 약 150-160km 걸으면서 쉬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아침 여행 편지 여행객들에게는 순례자들은 정말로 존경의 대상이고 다시 이 길을 혼자의 힘으로 걸으면서 알베르게에 묶으면서 걸어야 하는 길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취지에서 그동안 메고 온 배낭을 메고 그 길을 걸어온 등산화를 신고 입성해야 하는 여행객들과  새로운 마음으로 화사하게 준비를 하고 산티아고 성당 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  날씨만큼 가볍게 보인다. 다들 마음속에는 경건한 마음이 있었으리라. 천 년 동안 많은 순례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 먼 길을 목숨을 걸고 걸어왔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려고 우리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경건한 마음으로 산티아고로 향하는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순례자의 길을 따라서 산티아고 성당 앞에 모였다. 벌써 산티아고 성당은 전날 갔다 와서인지 친숙했지만 아침에 다른 순례자들과 그 앞에 선다는 것은 정말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어젯밤에 본 성당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같은 빛을 받는 성당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조명에 비친 성당과 신의 손길인 아침 햇살로 빛나고 있는 성당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햇살이 비추고 있는 성당의 외벽은 선 하나하나가. 조각 하나하나가 그 아름다움을 보란 듯이 우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백 그라운드인 하늘도 파란 하늘도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는 듯 그 본연의 색깔과 거기에 하얀 구름을 뿌려놓고 있었다.


성당은 1500년대에 지어져서 색이 바래고 세월의 흔적을 벗겨내기 위해 보수공사를 하고 있지만 그 건물을 비춰주는 조명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감흥을 준다. 밤의 조명에 의한 것과 햇빛에 빛나는 성당의 느낌이 이렇게 다른 것처럼 우리 여행객들에게도 아침 햇살이 비추어져서 어제 본 느낌과 다르게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다. 오히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오늘 아침에 이렇게 맑은 하늘이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 산티아고 데 대성당, 아침에 본 모습 ]

아침 지기들이 준비한 순례도장은 정상이 담긴 도장이었으며 알베르게와 카페에서 받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고 지금까지 7일간 걸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아침편지 여행에서 준비한 증명서를 한 분씩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빨간 카펫을 깔고 그 위를 지나가서 고도원님과 허그를 하고 증명서를 받는 것인데 그 행사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 교무님이 카펫을 밟고서 바닥에 한번 절을 한 후에 터진 눈물로 인해 우리는 정말로, 그리고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증명서를 받으면서 많은 생각과 일주일을 정리하는 순간에 교무님의 눈물이 다른 여행객들의 눈물샘을 연쇄적으로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줄이야. 다들 마음이 경건해지고 차분해지는 순간이다.

[ 순례길 걷기를 마친 아침여행편지 분들에게 한 분씩 증명서를 주고 고도원님과 감사와 기쁨를 나누는 장면 ]


그리고 각자의 마음에 울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단지 포옹을 하면서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행복했고 감사했다. 각자의 눈물이 의미하는 다를 것이다.  7일간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일수도 있고 그렇게 걷고 싶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전부는 아니지만 걸어서 산티아고에 왔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일수도 있다.


  2015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
 순례증명서(Certificate of Pilgrimage) 

 위 사람은 '고도원 아침편지'가 주관하는 순례길(Camio Frances) 중 

  7구간 155km 거리를  직접 도보로 순례하였음을 

 확인하여 이 증명서를 드립니다



나도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일 찰라 누군가 웃긴 농담에 눈물이 싹 사라지게 해서 좀 아쉬움이 남았다.


산티아고 내부 성당을 둘러보는 가운데 어디서 들여오는 한국음성의 찬송 소리가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게 한다. 이것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찬송 소리여서 그런지 매우 반가웠다. 알고 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천주교 신자들의 미사 중에 부르는 찬송 소리. 그래도 반가웠고 아침 여행 참가자들도 서서 같이 찬송을 같이 따라 부르며 미사를 드린다.

[ 성 야고보의 유해를 모신 곳. 성당 내부 ]


[ 성당 내부의 천장 모습 ]


[ 성당의 내부 모습, 일부에서는 도착한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


여기까지 모든 여행객들이 무사히 오게 하시고 우리를 치유하게 하심을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기존에 보아왔던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산티아고 성당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인지 다른 날보다 더 세밀하게 더 자세하게 보는 것 같은 아침 여행객들.  성당을 나와서 순례를 마치는 곳이니 많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고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산티아고 성당이 그려져 있고 열쇠 형태의 키홀더였다. 일전에 고도원님이 명상 중에 하신 말씀 중에 모든 문을 열수 있는 마스터키라고 하신 말이 떠올라 어떤 막힌 문도 열수 있다고 생각되어 우리 조원들을 생각하며 기념품을 하나씩 포장하니 이것이 바로 주는 기쁨이 아닐까 했다.

[ 여기가 산티아고의 마지막 종점을 표시하는 표지, 성당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

산티아고 성당 앞에는 정말로 800여 km를 걸어온 것처럼 듯한 힘들고 외모가 꾀죄죄한 모습을 한 그들을 볼 때 정말로 존경스럽고 한없이 부러운 마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편으로는 생각해본다. 저들은 이 힘든 길을 걸어오면서 얼마나 맣은 것을 버리고 왔을까? 그리고 그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그것을 꾹 누르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그들의 얼굴에 있는 평안함과 내적으로 가득 찬 기쁨, 또한 자신감. 너무나도 보기 좋은 모습이다. 축복해주고 싶다.

[ 걷기 8구간까지 같이 걸어온 아남카로 6조의 단체 한 컷 ]

점심을 오징어가 섞인 빠에야를 먹고 우리는 스페인의 땅끝마을, 대서양을 마주하는 피스테라를 향해 약 1시간 30분여를 버스를 타고 갔다.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이베리아 반도의  끝에 있는 땅끝(Fins terra) 마을이다.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야고보의 유해를 조개로 덮어 숨겨서 배로 모셔와 이 땅끝마을에 상륙하였고, 육로로 이동해  현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묻었다고 전해진다. 순례자들을 이곳에서 순례를 마무리하며 입었던 옷과 신발 등을 태우기도 한다(아침편지 여행수첩)


그곳에 도착해서 우리는 대서양을 마주하고 바다 명상을  하기 위해 자기의 배낭을 메고 고도원님을 따라
정말로 낭떠러지 절벽 가까이 가서 바라를 보며 자기의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맨 앞에 앉아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에서 맞서고 앉았다.  그곳에 않을 때의 그 느낌은 나의 온몸이 기억하는데 충분했다.

바람이 너무 세서 귓가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고 정말로 우리가 땅끝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그 세찬 바람이 부는 절벽 위 헤서 나는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많은 것을 버리지 못하고 많은 걱정을 하면서 두려워했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막혔던 가슴이 뚫리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모든 것을 다 날려보내고  있었다.

[ 피스테라 절벽의 경비 초소 ]

폰세바돈 언덕에서 부는 바람과는 전혀 달랐다. 폰 세바돈의 바람은 우리 짐을 내려놓으라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피스테라의 바람은 쓸데없는 모든 짐을 이 절벽에서 대서양에 집어던지라고 외치고 있었다.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빼고  다 꺼내어 바다에 던지라고 그래야 평안해지고 자유로울 수가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명상 중에 정체불명의 중헬기가 나타나서 우리의 명상을 하는데 정지 비행을 하면서 굉음으로 우리를 명상에 집중하는데 방해했다. 아마도 사고 방지나 스페인 당국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여행객들이었으리라. 순례자틀로 보이기는 하는데 배낭을 메고 아무런 말도 없이 피스테라 절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니 현지 경찰로서는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우리들이 앉아있는 곳도 위험한 곳인데 동양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절벽 위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으니 그들도 경고방송 등을 하기에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 혹시 집단 자살이라도 할 줄 알았나?


명상을 마치고 저녁에 예정되어 있던 고도원님 특강을 전부 앉을 수 있는 풀밭에서 하기 시작했고 주 내용은 인간이 만든 길과 우리는 신의 소리에 부응하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말로 나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소명에 어떻게 부응하고 왔는지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 부름에 아직도 반응을 하지 않고 버티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 속에 있는 아픔을 터트리지 못하고 아직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돌아봐야겠다. 그 아픔이 나중에 나이 들어 터지게 되면 상관은 없겠지만 그 고통은 한 살 이라도 젊었을 때 겪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와 야간 산책은 어제 충분히 했으니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었다. 조별 발표를 위해서 오늘 기념품 가게에서 산 조가비 열쇠고리. 조가비의 빗살 무늬가 13개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다. 조별 숙제를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가비에 꽂혀서 13개의 빗살 무늬만 찾았는데 산티아고 성당에서 찾은 것이다.


이 조가비를 13명의 조원을 형상화하여 우리 6조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다 된 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에 조별 숙제를 하기 위해 식당에 모였다. 많은 의견을 나누고 결국에는 13조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서 얻은 것을 표현하자는 의견에 합의에 이르고 가자가 맡은 페이지를 맡아서 1차 회합이 끝났다.
결국 1시간 만에 전체 컨셉만이 결정한 것이다. 각자의 맡은 페이지가 내일 어떤 모습으로 전체 그림이 맞추어질지 기대된다.


무사히 1차 작업 배분을 하고 은미님, 명조님, 영미님과 산티아고의 밤을 잊지 않기 위해 동네 바에서 커피 한 잔. 오늘 밤이 다음에  다시 오기전에는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정말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의 마시는 커피는 향기롭고  너무나도 좋았다. 산티아고의 입성, 그리고 땅끝마을의 세찬 바람 속에서 나를 비우고 이제는 순례길을 마감하는 이 밤이 더욱 생각에 남으리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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