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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Oct 19. 2021

가우디와 구엘의 만남. 그리고 성가족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26


오늘은 산티아고에서 바로셀로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구글 지도상으로 거리를 검색해보니 약 1100km 되는 거리이다. 거의 직선상에 위치한 도시이며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오늘은 비행기로 이동한다. 스페인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할 줄은 같은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닐까 한다.


아침에 식당에서는 눈에 띄는 한 커플이 있다. 주민등록상 60세 생신을 맞이한 임은희 님에게 조원분들이 산티아고에서 산 커플티셔츠를 선물로 드렸더니 아침에 환한 웃음과 함께 조원들에게 답례로 입고 나오셨다.
노란색으로 프린트된 조가비와 발자국이 프린트된  청색 티셔츠가 두 분을 더 행복하고 빛나게 한다.

비행기에 부치는 짐이라 다들 무게에 신경을 쓰시느라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직도 해가 뜨지 않은 아침 길을 뚫고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했다.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배낭에서 'knife'라는 검색요원의 말에 내 배낭에 웬 칼? 그것은 순례길 내내 과일을 깎아먹고 모든 것에 요긴하게 쓰던 맥가이버 칼인데.....
할 수 없이 버리는 것에 동의하고 검색대를 나섰다.


아직 비행시간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 여기 와서 틈틈이 읽으려고 하는 책을 꺼내서 독서 좀 즐겨 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외국 공항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이제 해가 뜨기 시작하여 비행기  동체에 햇살이 비치는 장면도 볼만하다. 비행기에 올라보니 스페인 올 때와 비슷하게 한윤호 님과 허철회 님과 같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스페인에 올 때는 말도 안 하던 사람들이 말문이 트였나 보다. 비행시간 동안 읽으려고 했던 책은 덮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찍고 그동안 7일간의 여정을 나누는 사이 벌써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짐을 찾으러 나오니 산티아고 공항패션과 바로셀로나 공항패션은 너무나 달랐다. 기온이 높아 우리가 입고 온 외투는 너무 두꺼웠는 반면에 바로셀로나 공항패션은 세련되고 봄나들이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공항을 벗어나 바로셀로나 도심으로 향하니 그동안 보아왔던 옛 건물은 잘 보이지 않고 현대식 건물들이 보인다.


점심은 오래간만에 한식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한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웃음이 가득하다. 두부가 듬뿍 들은 된장국에 비빔밥은 정말로 꿀맛이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이 다 세팅되어 있어 기다릴 필요도 없이 우리는 앉자마자 먹기만 하는 한국 음식 차림상. 얼마 만인가!


식사를 하고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데 골목이 좁고 보행자를 보호하느라 플라스틱 봉으로 보행자 길을 만들어 놓은 골목에서 작은 트럭이 방향을 바꾸느라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하는 것을 열댓 번 넘게 하는데도 운전자도 그것을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차도 뭐라고 하는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을 흥미롭게 우리는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뒤에서 빵빵거리거나 아니면 앞에서 운전하는 사람도 플라스틱 봉을 차로 밟고 지나갔을 텐데.....
여기 사람은 급하거나 바쁜 것이 없어 모든 것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것은 문화의 차이인가? 우리에게도 아니 나에게도 이런 여유가 더 필요한데.....

이제는 본격적인 바로셀로나를 관광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항구도시로 발전한 바로셀로나는 '스페인이 아니다'라고 독립을 주장할 정도로 카탈루냐 지역의 중심이고 거리에도 붉은색이 2줄 들어간 스페인 국기보다 4줄 들어간 카탈류나 깃발을 사용하고 언어도 카스티야어보다도 카탈류냐어를 사용할 정도라 한다. 여기에는 유명한 축구팀 FC 바로셀로나도 있는 도시이다

먼저 우리는 '몬주익 지구'를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국립 미술관 앞에서 우리는 에스파냐 광장이 보이고 바로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순례길과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 느낌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에스파냐 광장에서는 밤에는 그 유명한 분수쇼를 한다고 하는데 여길 밤에 와야 하나?  밤에 나오려면 꽤 멀 텐데...



여기 몬주익은 스페인이 통일될 때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은 유대인이 모여 와 살던 곳으로 몬(Mont)은 '산'을 주익(Juic)은 '유대인'을 뜻하는 것으로 유대인의 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우리 귀에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올림픽 경기장도 보고 맞은편에 있는 황영조 선수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둘러본다. 경기도가 자매결연하여 세운 기념비인데 우리는 여기서 그 당시 1992년의 황영조 선수가 외국 선수를 앞지르는 퍼포먼스를 성만호 님을 포함하여 여러분이 재연하는 연기력을 과시하며 오후 한때를 재미있게 보냈다.


[ 황영조 선수의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세운 기념비 앞에서 ]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되어 보면서 가고 싶었던 구엘공원으로 향하였다. 유명 관광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우리는 여기서 관광 명소답게 하기로 되어 있다. 어제 피스테라에서 하지 못한 것을 여기서 하기로 되어 있었다. 준비한 오카리나 연주가 시작되고 우리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사감 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원 측의 제지로 음악은 꺼지고 사감 댄스도 중지되었다. 공원 측과 협의가 되어 있었는데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우리는 단지 춤만 추려고 했을 뿐이데 스페인은 공원에서 댄스가 금지인가? 무료로 한국에서 온 전문(?) 댄스팀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높은 언덕 약 6만 평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구엘 공원은 구엘의 집과 가우디의 집, 친구의 집이 세 채와 관리인들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감 댄스를 하려던 나투라 광장 앞에는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연결된 타일로 표면이 붙여진 독특한 벤치가 있다. 누구든지 앉으면 허리가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가우디가 일하는 일꾼에게 옷을 벗기고 벤치에 앉힌 후에 허리에 맞도록 벤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정말로 허리가 편안하다. 다른 그 벤치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벤치에서는 저 멀리 바로셀로나 전경이 보여 아주 전망이 좋은 자리에 구엘이 집터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벤치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비가 오면 빗물이 구멍 속으로 흘러내려 벤치가 저절로 깨끗해진다고 하니 별도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생각한 것이라면 가우니의 천재성은 감탄을  자아내는데 충분했다.

[ 구엘 공원 내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논 돌 벤치 ]


벤치와 광장 아래에는 웅장하고 멋있는 기둥들이 있는데 그 기둥들의 높이도 타일로 일정하게 맞추었으며
그 기둥은 안이 비어 있어  광장에 고이는 빗물을 배출한다고 하니 100여 년 전에 이렇게 과학적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치밀함에 놀랄 정도이다. 그 옆에는 작은 돌로 물동이를 지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것도 있었는데 돌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지금도 물동이를 진 여인이 걸어 나올 것 같다.


웅장한 기둥을 따라 내려가면 구엘 공원의 간판 얼굴이자 포토 존인 '타일 도마뱀 조각상'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한 장씩은 사진을 찍기 때문에 도마뱀이 잠들 틈이 없는 것 같다. 거기서 조그만 내려가면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과 유사한 집이 두 채가 보인다. 뾰족한 굴뚝과 빵처럼 폭신하게 보이는 벽과 예쁜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 타일 도마뱀 조각상, 구엘공원 내 ] 

이 집에는 관리인과 가족들이 살았다고 하니 모든 것을 배려하는 구엘과 가우디의 작품이라 할만하다. 기념품 가게에서 컵과 책갈피 등을 하나 정도는 사 가지고 나오는 모습을 보니 아침편지 여행객들도 여행을 온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과 여섯 살 많은 벽돌 업자의 만남은 고객과 건축가의 관계에서 후원자와 예술가로  발전하고 이제는 친구를 넘어 공동으로 예술을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무한 신뢰를 보여주는 구엘과 그것을 바탕으로 예술의 꽃을 피운 가우디의 관계는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관계라 칭할만하다.


우리는 가우디의 최고 역작인 성가족 성당으로 향했다. 아직도 짓고 있는 중이라 가우디 사후 100년인 2026년에 완성된다고 한다. 가우디 생전에 동료 건축가가  성당을 짓는데 아주 오래 걸릴 것이라 말하자 가우디는

"나는 하나님을 위해 이 성당을 짓고 있다네. 그리고 그분은 절대 서두르시는 법이 없다네"라고

말했다고 하니 자신의 업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짓는 가우디의 신앙심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려놓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가우디의 미완성 역작인 성파밀리아, 일명 성가족 성당 ]


성당 멀리서 보이는 4개의 기둥이 보이는데 옥수수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1882년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가 신고딕 양식으로 시작한 건물을 이어받아 모든 건물을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짓기 시작했다. 1926년 전차 사고로 인하여 성당을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지만 후세들이 가우디가 남긴 3개의 건물 정면과 18개의 첨탑 설계도를 가지고 작업하여 앞으로 11년 후에 완공한다고 하니 60세 기념으로 이 건물을 보러 오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정식으로 800km도 걸어볼까나?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세 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예수 탄생', '수난', '영광'을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성당의 첨답은 원래 12개 중 8개만 되어 있는데 첨탑은 12제자를 의미하고 그 안쪽에 6개가 더 세워진다고 하는데 6개는 사복음서를 쓴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을 상징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고 한다.

[ 성 가족 성당의 입구 모습 ]

멀리서 본 성당을 가까이서 볼 때 모든 것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고 그 섬세함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게 하는 정도가 이것은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말 밖에 없다.

성당 내부에는 지금까지 스페인 와서 각 마을마다, 맨 마지막에 본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내부는 현실이 아닌 오히려 우주선과 같다고나 할까, 모든 것 것이 곡선으로 되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도 불과 물을 형상화한 것도 감탄이 절로 나오고 성당 천장을 보면 우주선에서 나를 빨아들일 것 같은 지금까지 못 본 구조로 되어 있고 그 빛과 기둥과의 어울림이 무엇이라 표현할 수 정도이다.
그냥 성당 내부의 분위기로 천장에서 천사의 합창소리가 들려오고 누구든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여기서 오르간의 소리에 성가대가 찬송을 부르는 미사나 예배를 드린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은혜를 받을까?

[ 성 가족 성당의 내부 모습, 천장이 높고 실내는 마치 우주선 내부 같다 ]

성당에는 각국 언어로 주기도문이 표현되어 있는 휘장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한국어로 이렇게 쓰여 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그 많은 문구 중에  위의 문구가 적혀 있을까?  역시 먹는 게 중요해서 인가?


뒤쪽의 문으로 나오면 수난의 문으로 보면 거기에는 세 명의 사람의 석고상이 있는데 다른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예수님을 은 삼십 냥에 판 가롯 유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나의 얼굴 속에도 예수님을 판 가롯 유다의 얼굴이 없는지,, 

아니면 예수님을 모른다고 3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의 얼굴은 없는지,

[ 예수를 판 가롯 유다의 조각 ]


성당에는 성인이 아니면 시신이 안장될 수 없는데 가우디는 바로셀로나 시민들의 바람에 성당 지하에 최초로

유해가 안치되니 경우라고 한다. 아직은 가톨릭에서는 성인으로 불리는 심사를 하고 있다는데 이적을 바라는 것보다 성당의 설계만으로도 이적을 대치해도 충분하리라. 또한 지하에는 가우디가 작업했던 책상과 설계도, 그 당시의 모든 것이 담겨 있고 초기 스케치, 그리고 성당의 역사를 기록한 모든 자료가 잘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도 전시되어 있다



  " The great book, always open and which we should make an effort to read, is that of Nature."


" We must all contributr, as it has to be the church of a wholepeople."


" Glory is light, light gives joy and joy is the happiness of the spirit."


" Is it not true that it seems to unite Heaven and Earth?"



그렇게 지하 전시관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내가 비상적으로 알던 가우디가 구엘공원을 볼 때보다 더 위대한 예술 혼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된다. 누구든 스페인에 왔다고 하면 가우디의 작품은 보고 가야 하리라. 스페인도 바로 슬로니 도 가우디가 없었더라면 오늘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관람을 마치고 인원점검을 하는데 우리 조에 두 분이 안 보이는 것이다. 알고 보니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데 갇힐 뻔하다가 다행히 문을 열어주는 분이 있어 늦게 합류했다. 잘못했으면 두 분을 성당에 가두어 두고 우리는 밤새 찾으러 다닐 뻔했다.

[ 성당 지하에 있는 가우디가 만든 마방진 ]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걷고 공원에서 춤을 추다가 사람이 지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성가족 성당을 둘러보고 일용한 양식을 얻기 위해  이동했다. 오늘의 마지막 이동 코스.

바로셀로나 항구 쪽에 위치한 식당.  맛있는 저녁을 먹고 우리는 아름다운 항구 구경을 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바다에 정박되어 있는 예쁜 보트들도 보이고 조명이 너무나도 멋있게 밤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이틀을 묶을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로 이동해서도 긴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우리 조는 다시 한번 모였다. 내일 발표할 숙제 때문에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체적으로 모이는 동안 그렇게 바로셀로나의 밤은 깊어갔다.


내일은 바로셀로나에서 우리를 하루 종일 풀어놓는다는 기대감을 갖고 잠자리에 들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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