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죽음과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한 남자의 이야기
로고스 :
존재하려는 자 나에게서 태어나고, 태어나는 자 나에게서 말을 배운다.
남자 :
그러나 그것은 그저 말일 뿐입니다.
말은 언제나 사람을 속입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말들에 빠져든다고 해서, 하느님이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로고스 :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아니, 말씀이 있었다기 보다는 차라리 정령에 가까운 것이 있었도다.
그 말씀은 일종의 명령과도 같은 것이니라.
말씀이 "있으라" 라고 명령하자마자 온갖 사물들이 탄생했고, 그것은 비로소 생동하기 시작했도다.
남자 :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은 무엇이든 창조해 내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물질은 어떻습니까? 말은 말이고, 물질은 물질입니다.
말로 "이것아 저것아. 너희들은 어느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거라. 내가 명령하노니" 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나는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을 통해 열심히 연구하였지만, 물질이 말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신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몸은 영혼과 정신과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정신으로만 이루어져있거나, 물질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가 양립할 수는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손 끝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전기적 화학적 반응에 의해 뇌에 시그널을 전달하게 되고, 우리는 그로부터 고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물질의 카테고리 하에서 진술을 이어나가다보면, 그것은 어느새 물리적 연쇄반응에 대한 서술이 되고야 맙니다. 그 서술의 어디에도 정신의 요소가 끼어들 수 없는 것이죠.
만일 손 끝의 고통을 정신의 서술로 이어나간다고 한다면, 그 서술의 사이에 물리- 화학적 반응에 대한 고찰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로고스 :
너는 의심이 많구나. 존재한다는 것은 한 마디의 서술이나 한 마디의 선언으로도 충분한 일이다.
남자 :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사랑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사람을 속일 뿐이었습니다.
믿음 :
그럼 당신은, 믿음 소망 사랑중에 무엇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에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달콤하기만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에요.
소망은 어리석은 것으로만 보입니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를 믿기만 한다면, 당신의 눈에는 그것만이 보일꺼에요.
당신은 온전한 신뢰의 품에 안겨 영원히 당신을 속이고 숨길 수 있답니다.
세계가 어떤 모습이건 신경쓰지 않아도 좋지요.
다른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있건, 즐거움을 누리고 있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을 껍니다.
당신은 당신의 말로써 당신의 믿음을 선언해버리고는 내게로 도피하시면 되는 거에요.
남자 :
나는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세계는 일관되지 못합니다. 내가 찾아 헤매는 논리적 정합성은 당신에게 존재하지 않더군요. 때때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마음속의 열망을 따라 당신을 찾아뵙고는 경배를 드립니다. 하지만 나는 영 그 꼴이 못마땅하단 말이지요.
세상에 어찌 의심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며,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의 주관적 느낌들만으로 충성을 맹세한단 말입니까.
소망 :
안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만일 당신이 아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에 대한 가냘픈 감각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늘 불안해하며, 늘 쫓기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내 말이 틀리지는 않을껍니다.
헌데 당신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까. 꺼져가는 태양에 대한 거짓 위로와도 같은 간판 불빛들을 보면서 당신이 우울해 할때,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속삭였던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내일입니다. 비록 저는 아무것도 약속한 적이 없지만, 당신은 늘 저를 찾았습니다. 비통에 빠져 울부짖을 때 조차도, 당신은 어렴풋하기만 한 제 얼굴을 떠올리며, 저를 그리워하지 않으셨나요.
남자 :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편에 서 주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찾을 때마다, 당신은 너무도 간단한 방법으로 나를 찾아오셨습니다. 심지어 당신은 내가 즐겁고 행복할 때 조차도 내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소망입니까, 아니면 욕망입니까.
당신은 내가 행복할 때 조차도 내게, "다른 것을 소원해보라"고 속삭였습니다.
나는 더 큰것을 소망하기 일쑤였고, 당신은 그때마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위무는 이 비통한 삶에 제법 그럴싸한 각주가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각주를 일일이 읽지 않아도, 저는 본문을 읽어내려가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았던 것처럼,
당신의 약속이란 순 거짓말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소망이여. 모습을 보이세요.
소망 :
아니요. 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말 그대로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당신 앞에 모습을 드러내보인다면,
저의 이름은 현실이라던지, 지금이라던지, 괴로움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껍니다.
남자 : 당신의 위로는 마치 매춘부의 그것과 같군요.
달콤하지만, 영원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수시로 다른 것을 약속하는군요.
게다가 당신은 작은 약속조차 지킨 적이 없습니다.
사랑 :
아마도 당신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몹시도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짓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나는 때때로 아름다움이라는 말들로 불리지만, 요즘 사람들은 연애라는 말로 부르기를 더 좋아하더군요.
자신있는 표정으로, 고귀한 이마를 드러내고 내게 다가오세요.
내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아니, 이름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당신이, 나의 눈빛속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는 아름답지만,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답니다.
당신의 목소리와 당신의 순수함으로 나를 일깨워주시고, 생동하게 해 주세요.
당신의 편지 가운데에 묻어있는 정열과 섬세함으로 내 마음을 움직여주세요.
만일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사랑과 더불어 완전한 소망과 순수한 믿음까지도 안겨드리겠습니다.
남자 :
사람들이 흔히들 당신을 일컬어 연애라고 부르듯이, 나 역시도 당신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듯이 보이지만, 변덕이 심하더군요.
당신 곁에 있는 동안은 순수한 열망에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 을 수 있습니다만,
당신을 멀리하게 되는 순간 나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니까요.
내가 당신의 눈빛에서 행복을 찾는 동안에는, 나는 모든 것을 내팽개칠 수 있을 만큼 용기있는 사내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혹여나 당신이 나를 노려보기라도 하는 때에는, 나는 심장이 얼어붙고, 가슴이 조여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하나의 저주로 여겨질 만큼, 나 자신이 싫어짐은 물론이요, 맛있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좋은 음악도 아름답게 들리지가 않지요.
당신은 아름답지만, 언제나 내게 그 행복보다도 더 큰 아픔과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에게 다가서는 것도, 당신에게서 물러나는 것도, 내게는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고통스럽고 힘겹기만 합니다.
때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때에는, 이런 저런 추측과 상상으로 내 마음이 온통 상하기도 하고요.
당신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에 들어왔을 때에는, 온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나는 영원할 것만 같은 고통속을 헤매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당신이 두렵습니다.
사랑 :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만일 제가 당신의 사랑스러운 이름을 부르기만 한다면, 당신은 온전히 저의 포로가 되어버릴 껍니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되면, 당신은 내 곁으로 다가오게 되어있지요.
이름을 부른다는 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당신은 내게 와서 사랑을 구걸하게 될꺼에요.
그럼 나는 어께을 으쓱하면서, 당신에게 제 미모를 뽑낼꺼랍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군요.
남자 :
제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당신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제게는 어버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아무런 이름도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제 이름을 정 부르고 싶으시다면, 당신 마음대로 내 이름을 지어낸 다음 그것을 부르도록 하세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을껍니다.
왜냐하면, 당신 멋대로 지어낸 그 이름은 제 이름이 아니니까 말이죠.
그래요.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부르는 자가 불리워지는 자와 친밀해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리워진 자는, 부르는 자에 의해 특별한 의미가 됩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것도 멋지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상대를 특별하게 받아들여주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요.
하지만 제게는 이름도, 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를 수가 없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없지요.
특히,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만 자신의 힘을 쓸 수 있는 당신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은 제게 무력하죠.
사물들 :
주인양반.
세계는 쓰임의 세계입니다.
모든 존재에는 제각기 쓰임이 있는 법이죠.
세상에 널려있는 저 수많은 제품들을 보세요.
그것이 얼마나 편리하던가요.
저야말로 당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확실한 충복으로서, 당신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언제나 고뇌하고 있습죠.
삶이 무료하시다면, 당신의 스마트폰으로 어플리케이션이나 몇개 다운로드 받아보세요.
아마 순식간에 몇 시간쯤은 흘러가게 될껍니다.
남자 :
우리시대의 제품들은 언제나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나로 하여금 더 많은 글을 쓰게 강제했을 뿐이다.
그것이 내 글을 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하기는 하더구나.
하지만 그런 편리들은, 어느샌가 내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쓸 말이 없는 데에도 자꾸만 워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지.
쓸 말이 없는 데에도 쓰여지는 말들에는, 억지와 편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필요가 수요를 낳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편리함은 그저 반복을 낳을 뿐이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쓰기 시작되는 사물은, 종국에는 반복과 무료함을 강요할 뿐이더구나.
떠밀려오고 떠밀려가는 파도들 사이에서 나는 아무런 삶의 진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저 무의미하고 일상적인 반복일 뿐이지.
죽음 :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너희들은 신의 이름을 빌려 장난들을 치고 있구나.
참담하게도, 신은 때때로 내 이름을 빌어, 나를 빙자하고 다닌다.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나는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게 되는구나.
세상에는 애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 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너는 언제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떠들면서, 세상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그러면서도 너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믿지도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야 말겠다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겠다고 하면서, 너는 어찌하여 보이는 것들에 의지하여 나를 보려고 하느냐.
남자 :
아무것도 없음이여. 완전한 무여. 완전한 파괴여, 내 오래도록 당신의 이름을 불러왔습니다.
당신은 가장 강력한 힘으로 나를 잡아끌었습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끝없는 경외와 찬탄을 늘어놓을 때마다, 나는 당신의 어렴풋한 그림자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갈 수록, 당신의 그림자가 하나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것도 없음" 그 자체이십니다.
그러니, 만일 내가 어렴풋한 그림자로부터 당신을 느꼈다고 한다면, 이는 아주 중대한 착각이고 오해인 셈입니다. 그림자가 존재하려면, 분명 빛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빛의 투과를 막을만한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아무것도 없음 그 자체"라고 한다면, 당신은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을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정녕 당신이 "무 그 자체"라고 한다면, 당신은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닐 것입니다. 빛은 당신을 투과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투과하지 못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무 그 자체라고 한다면, 당신은 빛과 어둠보다 더 높은 차원에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죽음 :
네가 황량함을 아느냐.
네가 공허함을 아느냐.
그 황망한 폐허에서,
눈도 뜨지 못하고,
바람도 느낄 수 없으며,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네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손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는,
그런 빈 공간을 알고 있느냐.
자신이 존재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고,
배가 고프지도 않으며,
잠도 들지 않고,
어둠이 내리지도 않지만,
빛도 들지 않는 나의 대지를 아느냐.
꽃이 피지 않고, 무한히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기만 하는 무한의 대지를 알고 있느냐.
남자 :
제게 무슨 장난을 치시려는 겁니까.
사랑하는 여인이라면, 손이라도 맞잡을 수 있습니다만,
당신은 제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늘 내 마음 한켠에 있어왔죠.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대지 못할 겁니다.
제가 저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껍니다.
독실한 신앙인들이, 자신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저 역시도, 그런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제 마음 속에 들어와있었습니다.
당신은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더니,
급기야는 나로 하여금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옥죄어오더군요.
당신의 마력은 강력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당신으로부터 삶이 무언지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나의 정신은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때로 신을 향해 나에 대해 외칩니다.
나는 부족하나마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고,
실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때때로 신을 향해 내 존재를 외치며, 당신을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당신을 생각하면서, 언제나 의지를 다져왔습니다.
저 사랑의 여신도, 소망도, 우애에 가득찬 믿음도, 당신은 그들중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이, 내게로 다가왔고,
당신이 나를 덮쳐올 때마다, 나는 의지를 굳건히 해서 일어섰습니다.
나는 당신이 두렵습니다.
당신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만일 내가 당신에게 나를 온전히 허락하는 그 날이 온다면,
그것은 제가 당신에게 굴복하거나, 당신의 신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나는 아마도, 참된 사랑과, 굳건한 의지로, 쓸쓸했을 지언정 적어도 나는 노력했었다는 말을 남기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말을 남기는 한, 당신은 온전히 나를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로고스 :
내가 곧 신이고, 내가 곧 말씀이며, 내가 곧 논리이며, 나는 정신이고 이성이다.
남자 :
당신은 신이면서 동시에 말씀이고, 그리고 곧 논리이며, 동시에 정신이고 이성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때때로 당신을 원망했었습니다.
저는 때때로 당신에게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당신은 동이 트기 전에 세번이나 당신을 부정한 사람을 용서하셨고,
그를 당신의 일에 크게 쓰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를 위해 마련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말씀은 헛헛할 뿐이고, 논리는 공허할 뿐입니다.
정신이 대양을 가로질러가며 세상의 지식들을 탐독하는 동안, 육체는 쇠약해졌고,
나는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셔 탈진이 오려고 합니다.
이성이 무엇입니까.
나는 그저 몇 가지 계산들을 하는 데에나 이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다릅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만 합니다.
그러니 이성을 가지고 애당초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날카로운 발톱이나 억센 턱이라도 주셨다면,
저는 돈벌이를 위해 당신의 고귀한 이성을 사용하는 구차함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요.
여자 :
당신은 언제나 불평만을 늘어놓고 있군요.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요.
당신은 신을 모독했어요.
그리고 말들의 아름다움을 모독했죠. 당신은 죽음으로부터 삶을 건져올리고 싶어하지만, 죽음은 말 그대로 완전한 없음을 의미할 뿐이에요. 완전함 없음이,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당신이 죽음으로부터 무언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믿는 것은,
완전한 없음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거울처럼 작용했기 때문이에요.
부족하고 실수가 많은 인간은, 때때로 명백한 대조를 통해서만 깨달음을 얻는 법이니까요.
당신이 땅에서 발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당신이 그렇듯이,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아름다워질 수는 없어요.
믿음은 편견과 아집을 정당화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움을 지켜낼 수가 없지요.
소망은 또 어떤가요.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는 힘이에요.
그것이 없이는, 당신을 사랑하는 저로서도 당신을 위로할 방도가 없지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행복과 안녕을 찾는 저에게는 희망도, 평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신을 의심할수록, 완전한 무의 마력에 매혹될수록 당신은 기력을 잃어갈꺼에요.
저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제 목소리가 이야기하는 희망에 대해서도, 당신은 반응하지 않으실 꺼에요.
그러니 당신은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현실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비록 인간으로 살아갈 지언정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