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by realnorth

빛나고 근사했던 시절을 떠올리다가,

문득 찾잔 위로 흘러내린 작은 눈동자

하하 하고 웃다가 저물어버린 개나리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짓는 냄새와,

나를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

기울어진 담벼락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나를 놀리는 진달래가,

오늘 저녁에는 무얼 먹겠느냐고 묻는다.

정답을 찾기엔 너무나 짧았던 시간을 살아오면서,

버릴꺼 버리며,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도 버리며,

이제는 보시는 바와 같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던,

어떤 시인처럼

나는 겸허하게 대답하리라.

오늘은 아내와 된장찌개를 먹겠다고.

그리곤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곤

그저 싱긋이 웃으며,

곧 떨어져 맺힐 아침이슬을 설레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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