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210 - 20210215 44km
코스: 한강 - 월드컵 경기장 – 노을공원 – 문화 비축기지 외
누적거리: 3,21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외손녀는 벌써 네 살이 되었고, 어제 외손자가 태어났다. 우리 부부는 두 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딸과 사위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행복한 순간이고 축하할 일이면서 동시에 두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구성은 믿음과 책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가장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의 힘과 부모라고 불리는 이름이 주는 힘이 아이들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라고, 부모의 책임감과 행실을 보고 배우며,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살아간다.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 단체인 가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평생 살아갈 힘을 얻고 배우게 된다.
며칠 전 사위가 이름 여섯 개를 양가로 보내며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라보라고 했다. 사위와 딸이 상의해서 오래전부터 만들어 놓은 이름들이다. 사돈댁과 우리는 각각 세 개의 이름을 골랐는데, 우연히 그중 두 개의 이름이 같았다. 보현과 재윤. 둘 중 최종적인 결정은 아이들 부모의 몫이다. 사위는 ‘보현’으로 결정했다고 연락을 했다. 좋은 이름이다. ‘넓을 보(普)’에 ‘어질 ‘현(賢)’이다. 이름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고 어진 사람이 되길 기원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보(普)’는 넓게 품는다는 의미다. 넓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과 존재들을 안고 살아가라는 의미다. 너와 나를 구별하지 말고, 좋고 나쁨을 따지지 말고, 모든 사람과 상황을 넓게 두루 안고 품으라는 의미다. 큰 사람은 큰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자신만을 위한 생각에서 벗어나 나라와 인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걱정거리가 다르고 생각하는 규모가 자체가 다르다. 마치 왕이 생각하는 걱정거리와 백성이 생각하는 걱정거리가 다르듯이. ‘보(普)’는 넓은 마음을 지니고 그 마음속에 많은 사람들과 존재들을 품고 안으라는 의미다.
‘현(賢)’은 어질다는 의미다. ‘어질다’는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는 뜻이다. 너그러움은 넓은 마음이다. 착한 것은 모든 사람과 존재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슬기로움은 어리석음의 반대로 올바른 견해를 지닌 것이다. 덕이 높다는 것은 큰 기상을 품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일이 아닌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다. 어질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견해, 즉 정견(正見)을 지녀야 한다. 불교에서는 탐욕과 분노로 인해 정견을 갖추기 어렵다고 한다. 탐욕에 눈이 멀면 눈 뜬 장님이 된다. 탐욕을 원하는 만큼 충족하지 못하면 분노가 일어나고, 이런 분노는 탐욕에 더욱 강한 불을 붙이게 된다. 정견을 갖추기 위해 탐욕과 분노라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늘 지켜보는 연습을 통해서 넓은 마음을 지니고 이기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최근에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전 재산의 반인 5조를 기부하겠다고 얘기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카카오의 기업 철학에 대한 질문에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로 답을 대신했다. 이 시가 보현이의 삶에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서 찬사를 받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 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뙤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어젯밤에 불광천을 걸었다. 늘 깜깜한 다리 밑이었는데, 어젯밤에 조명으로 환상적인 천체의 풍경을 만들어 낸 다리 밑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있었다. 어둠 속에 빛을 밝히며 좌절 속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의 빛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주민을 위한 지자체의 위로 선물이다. 보현이의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너의 소명을 찾고 확인하고 실행하며 너만의 성공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왕이 한 가지 특별하고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하라고 그대를 어느 나라로 보냈다. 그래서 그대는 그 나라로 가서 다른 임무를 백 가지나 수행했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그 나라로 간 이유였던 그 임무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아무것도 수행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듯 사람은 한 가지 특별한 임무를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목표이다. 만약 그 사람이 이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페르시아 시인 루미 Rumi)
보현아,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너의 누나 보윤, 너의 부모님과 우리 부부, 그리고 많은 가족들이 너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맞이하고 있다. 너의 태어남은 우리에게 기적이고 감사함이며 행복이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