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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Oct 08. 2020

집에 금손이 많으면 최소 은손도 똥손으로 느껴진다

02. 재능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온 이야기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가족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내가 하마터면 평생 금손, 은손, 동손  ‘동손이라고 생각하며 살뻔한 이유가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가 금손이면 명확한 자기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게 된다.  산증인이 바로 나다. 나는 평생 살면서 무언가 특별하게 잘하는  없는 아이였다. 학창 시절에는 미술 성적도 보통, 음악 성적도 그저 그랬다. 상상력도 풍부하지 않아서 우주 도시, 해저 도시 등을 그리라고  때면 속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대신, 매뉴얼이 있는 것들은 잘하는 편이었다. 종이접기라던가 악기 연주 같은 것들은 그저 외우고 따라 하면 되니까 비교적 웠다.     


  어렸을 때부터 특출나게 미술을 잘하는 언니가 있었기에 내가 언니만큼의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잘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언니는 학창 시절 미술 관련 상장을 많이 타 왔다.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보였던 언니는 특기를 살려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다. 나는 뭘 잘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인문계고, 문과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에 취업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우리 부모님 이야기다. 엄마는 30년 경력 재봉사고, 아빠는 젊었을 적에는 기계 설계를, 현재는 엄마와 함께 옷을 만든다. 엄마는 30년간 아주 다양한 옷을 만들어왔고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옷도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 금손 중에 금손인 듯싶다. 아빠는 청소년 시기 만화 작가의 문하생을 지원할 만큼 글씨와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살기 어려웠던 시절인지라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엄마는 10대 때부터 양장점에서 일하며 옷을 만들었다. 아빠의 오랜 방황으로 생업에 뛰어들어 전문 재봉사가 된 이후 ‘A급 재봉사’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의류 생산 업계를 종횡무진 해왔다. 오랜 방황을 끝마친 아빠는 엄마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다림질과 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 내가 중학생 때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아빠가 내 교복을 한 번 다려주셨고, 진짜 새 옷이 되었다. 칼 같은 선이 무엇인지 깨달은 날이었다.    

 

  엄마, 아빠도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솜씨를 보면 비범한 사람들이다. 물론 금손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뚝딱 잘하는 것은 아니다. 금손인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판 삼아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꾸준히 노력한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했을 때 제대로 끝마치는 점도 특징이다. 그런 부모와 언니 밑에 자란 나는 있는 재능도 그저 그런 재능이 되어 버렸다. 나는 내가 평생 ‘동손’ 아니면 예술 계열과는 무관한 사람으로 살 줄 알았다. 그런 내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그림에 대한 흥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은 삶의 전부가 됐다. 반년 내내 그림만 그리자 가족들도 이제 나를 그림 (열심히) 그리는 사람으로 인정해준다. 금손 가족이 나를 인정해주니 이제 새로운 삶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의 지지를 발판 삼아 한 단계씩 계단을 오를 용기가 생긴 것이다.

  


 


나는 그림에 특별한 재능은 없다.
하지만 깊은 애정을 갖고 나답게 노력하면
금손보다 더 잘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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