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을 때 경력 개발에 힘쓰기
☕️ Meet 봄
봄님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입사 후 서울에 있는 지점에서 근무하다가, 남편의 직장이 있는 세종시로 발령신청을 하여 2019년 1월부터 세종에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에 재학하여 공부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지역으로 지점을 옮기고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처음 세종시를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남편의 첫 직장이 세종시였어요. 결혼 전에는 남편이 기숙사에 살면서 주말마다 서울에서 만났고, 결혼 후 서울에 신혼집을 두고 남편이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했어요. 그러다 이듬해 봄 남편이 회사 근처 대학원에 진학했고, 회사 업무와 강의 수강으로 출퇴근이 힘들 정도로 늦게 마치는 일이 많았어요. 토요일에도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고요. 남편의 모습이 힘들어 보였고 이런 출퇴근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지점을 옮기는 것이 부담되었지만, 남편의 건강이 걱정되었고 함께 있을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지점 이전을 신청해 세종에 오게 되었죠.
지역 이동이 가능한 직장이라 다행이었네요. 옮길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세종지점이 없어서 대전으로 신청했는데 반려됐어요. 신혼집을 세종으로 미리 옮겨 놓은 상태였는데 이동이 불발되는 바람에 제가 친정집에서 출퇴근하며 잠시 주말부부 생활을 했어요. 주중에는 서울에서 지내고 주말에 세종에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을 6개월 정도 했었죠. 다행히 19년 1월에 세종 지점이 생겼고 이동 발령이 나서 세종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현재 직장은 어떤가요? 적성에 맞는 편일까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중소기업 지원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이고 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에 매력을 느꼈고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에 금융 지원을 하는 공공기관이에요. 지원 대상이 되는 기업을 조사하고 기업의 자원을 평가해서 가능 여부를 심사하고 있어요. 직무 자체는 재미있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적성에 맞는 업무를 이어 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네. 그런데 사실은 나름의 고민이 있어요. 회사 특성상 한 지점에서 2년 정도 근무하면 반드시 이동해야 하거든요. 세종은 자원해서 왔지만 최근 이동을 한 차례 더 하게 되어 현재는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그다음은 어디로 갈지 몰라요. 주거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에요.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동하면서는 어땠나요? 업무적으로나 가정에서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세종은 서울에 비해 다양한 산업이 발달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행정복합도시를 벗어나면 쇠를 깎고 주물을 만드는 등 1차산업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고요. IT나 고도화된 산업이 많지는 않아서 서울에서 업무할 때와는 다른 산업시장을 분석하게 됐죠. 출퇴근 거리는 확연히 줄어 워라밸은 훨씬 더 좋아졌죠.
출퇴근 거리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남편이 출퇴근할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했고, 주말부부로는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어요. 세종으로 지점을 이전한 후 진정한 의미의 신혼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적당한 때에 잘 이동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생활하는 지역이 같아지는 남편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도 훨씬 많아졌고, 점차 포근하고 안정된 모습의 가족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내려왔을 때 세종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이곳이 다 공사판이었어요. 마트도 멀리 있었고 남편 외엔 친구가 없어 조금 외롭다고 생각했어요. 외딴 섬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저녁에는 길에 인적이 없어 이곳에 과연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은 그래도 편의시설도 많이 생기고 전체적으로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세종에 와서 느낀 장점이 있을까요?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라는 것? 처음에는 너무 조용하게 느껴져 적응이 어려웠는데 몇 달 후 서울에 갔더니 오히려 서울이 너무 복잡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사람도 너무 많고. 서울 토박이라 세종에 오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계속 살았었는데 지금은 세종이 살기에는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타지 생활의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세종에 내려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곤 하죠. 가족이 보고 싶어 초반에는 가끔 울기도 했고요. 그리고 처음으로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을 때가, 남편이 어느 날 11시가 넘은 늦은 저녁까지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남편 동료의 연락처도 몰라서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고, 남편 회사에 가보려고 했는데 차도 없었고, 여기서는 택시도 잘 안 잡히고, 버스도 끊긴 시간이었고...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어 막막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다행히 남편이 아무 일 없이 귀가하긴 했지만 제가 도움을 청할 사람이 근처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되어 외로움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죠.
관점을 바꿔 여성의 일 또는 가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나요?
아직 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 속단할 수 없지만, 주변 분들의 사례를 보면 어떻게든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결국은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남편과 제가 일을 하면서 아이 등하원시키는 일이 원활해지면 둘이서 키우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지만 늘 변수는 존재하잖아요. 그때의 돌봄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부모님 혹은 가까운 곳의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친정과 시댁 모두 서울에 계셔서 내려오시는 것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아이를 낳게 되면 혼자라도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시에서 지원하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이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같이 감안해보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사실 그런 지원책을 생각해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아요. 제가 세종이 본래 집이었더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만… 남편은 본인이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하며 부모님께 의지하지 말고 최대한 둘이서 육아해보자고 하는 편이거든요. 국가에서 남자 육아휴직을 장려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용기 내서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해서 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임신을 주저하게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육아휴직을 쓰겠지만 복직을 하고 나면 아이가 커가는 모든 순간에 같이 있어 주지는 못할 텐데, 그 부분에서의 죄책감도 생길 것 같고… 낳으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강구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약간 막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그것이 임신과 육아를 주저하게 되는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곧 있으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학원 진학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대전에서 일하면서 여기 있을 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세종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며 이곳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서울에서 생활할 때보다 여유가 생겼고 한편으론 좀 무료하게 느껴졌거든요. 퇴근하면 저녁 먹고 좀 이야기 나누다가 자고, 다시 회사를 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니까요. 내 커리어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대학원을 갈지 전문 자격증을 딸지 고민했어요. 마침 대전으로 이동발령을 받게 되었고 지금 하는 직무와 관련이 있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죠. 2020년 가을학기부터 공부하게 되었어요. 아직 아기가 없을 때 무엇인가 해 놓아야 한다, 내가 세종에 있을 때 그냥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약간은 있었던 것 같아요.
대전에서 일하면서 여기 있을 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내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대학원을 갈지 전문 자격증을 딸지 고민했어요.
그런 강박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기를 낳으면 이런 자유로운 시간은 끝이다? 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아기가 없을 때,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있을 때 커리어를 쌓아 놓으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다른 사람들의 예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걸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온전히 모든 것이 아이 중심으로 맞춰지잖아요. 주변을 보면 거의 본인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 같고, ‘아기 재우고 난 10시 이후가 내 시간이다’라는 말도 많고요.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라,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한다,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제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일시 정지 상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역으로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출산에 대한 생각이 미뤄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결혼 이후 남편은 아이를 바로 갖고 싶어 했는데 저는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결혼한 것이라 경력이 짧은 것이 많이 부담되었어요. 일을 채 다 배우기도 전에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았고, 다시 복귀했을 때 너무 부담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소 3년은 일을 잘 배우면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했고, 남편이 대학원을 마치면 아이를 갖자며 지금까지 3년을 미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지금 승진 타이밍이라 승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승진 시기가 너무 밀려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와중에 제가 대학원을 가게 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뤄지는 것 같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봄님의 커리어에 대한 전문성과 생애주기 상 임신, 출산을 생각할 타이밍이 맞물리는 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사회생활을 한창 할 시기인데… 그렇다고 지금 아이를 가지지 않으면 너무 늦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뭔가 너무 내 것만 생각하기에는 가정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아이를 안 낳을 생각은 아니라 더 그런 고민이 드는 것 같아요. 항상 출산과 육아가 마음속의 숙제같이 걸려 있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런 문제를 풀어가고 있을까 궁금해서 주변에 많이 물어보기도 하는데 답은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서울에 계속 있었더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하나요? 이것은 지역적인 문제일까요?
서울에 있었으면 아무래도 부모님이 계시니 지금보다는 부담을 덜 가졌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는 육아를 온전히 둘이서 감당해야 하니까 더 걱정되는 것도 같고요. 반면에 서울에 계속 있었으면 부모님께서 ‘아이는 언제 가지니?’ 계속 물어보셨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아이를 같이 양육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니 마음은 조금 더 편했을 것 같아요.
주변에 대리 양육자가 있는 것이 출산을 계획할 때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맞아요. 주변에 여자 차장님들을 봐도 아이를 돌볼 때 부모님이나 도우미 등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꼭 있으시더라고요. 이상적으로는 ‘둘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여자가 커리어를 함께 이어가려면 주변의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일과 지금의 직장은 봄님에게 어떤 의미가 되나요?
처음에는 이 일을 통해 어느 정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어요. 물론 제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부분도 있지만, 세종으로 이주하면서 일은 제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조금 더 커지는 것 같긴 해요. 남편이나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고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여전히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있죠. ‘감사하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해주시면 너무 좋고요. 옛날에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정말 영혼을 담아서 일했었거든요.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제가 바꿀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좀 슬프기는 하지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도 그 나름의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몇 대 몇으로 하면 본인이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아직은 저년차에 속하다 보니 눈치를 많이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일에 조금 더 치중하게 되는 면이 있긴 해요. 예전에는 회식 같은 것도 빠지지 않고 늦게까지 있다 오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남편과 함께 지내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좀 더 치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요. 아직은 7대 3 정도 되는 것 같지만 점차 5대5로 맞춰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만일 시간을 되돌려본다면 지금과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아니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사실 남편의 회사를 제가 추천해서……(웃음) 이 회사의 공고를 제가 처음 보게 되었는데 남편이 평소 하고 싶어 했던 일과 너무 잘 맞아 보여서 제가 강력 추천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안 추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해보곤 하죠.
지금 하는 일과 삶에 만족하는지?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이 힘든지?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워요. 지금 직장은 2년에 한 번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내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세종이나 대전에 있는 옮기지 않아도 되는 직장을 구하면 어떨까? 내가 지금 하는 일과 아주 일치하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다닐 수 있는 사무직으로 옮기면 좀 더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어요. 그런데 막상 옮기려고 보니 이쪽 지역에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지금 하는 일도 오랫동안 하고 싶어 했던 일이라 그런지 쉽사리 놓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마음속에 언제 지점을 옮겨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항상 있어요.
지금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다음에 좀 더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죠. 남편과도 이런 저의 직장과 이직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는데, 결혼을 안 했으면 쉽게 결정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서로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니까 위험을 무릅쓰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경제 공동체로서의 틀이 짜인 상태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그리고 지금의 커리어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도 저는 좀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그 커리어를 살리면서 이직을 하려면 대부분 서울에서 근무하는 곳이고, 그러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되면서 늘 원점이 되어요. 현실적인 면에서 커리어를 제가 하고 싶은 대로만은 펼쳐갈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이상한 패배감이 들어요. 일단 세종에 왔다는 것 자체가 서울을 포기하고 내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서울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지방으로 내려가겠다고 한 케이스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었던 것 같고, 주변의 시선도 좀 그랬고.
대학원에 합격하면서는 그런 고민이 조금 풀렸을까요?
여전히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여기서 석사 학위를 활용해 커리어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하거든요. 이직할 때 석사 학위가 크게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일지 잘 모르겠고, 솔직히 자기만족으로 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세무사 준비, 이직, 대학원 중 어떤 것이 딱 뾰족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우선 대학원을 다녀보면서 생각해야 보려고요.
목표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건 살짝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건데 남편이 이직해서 서울에 다시 가는 것? 그리고 내년이나 내후년쯤 아이를 갖는 것.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 일차적인 계획이고, 커리어 상으로는 대학원에 가서 부딪혀보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제가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좀 더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Editor’s Note by 상인
여자에게는 커리어에 대한 전문성과 임신과 출산을 고려할 타이밍이 맞물리는 시기가 한번 쯤 온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해 아이 계획을 갖는지, 허리를 베어낸 커리어는 어떻게 이어붙일 수 있는지. 봄님도 그런 케이스였다. 신혼과 장거리라는 슬픈 연결고리를 사랑의 힘으로 이어붙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커리어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더 발전시킬 수는 없는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봄님에게는 지점 이전이라는 선택지가 있어 일과 가정을 한 번 지켜낼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의 삶은 여전히 물음표이다. 일과 육아, 학업은 과연 조건없는 병행이 가능한 것일까? 대학원은 커리어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까? 계속 질문하고 나아갈 봄님의 미래가 봄처럼 환히 빛났으면 한다.
인터뷰 날짜: 2020년 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