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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유진 Nov 14. 2020

로스쿨 다니며 전문직을 준비하다

아이를 키우며 공부를 한다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


☕️ Meet 지수

지수님은 현재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스터디맘이예요. 남편이 국책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어 2016년 7월부터 세종에 살고 있어요. 로스쿨을 다니며 전문직을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세종에 오시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2011년에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가서 남편은 박사과정을, 저는 학사과정을 공부했어요. 2015년 4월에 첫째 아이를 낳아서 기르던 중 남편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2016년 여름에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세종에 온 것도 있었지만, 지수님은 어떤 생각으로 이주를 결정하셨는지 궁금해요.

현실적으로는 남편은 직장이 있고 저는 없으니까 남편에게 맞춰서 일단 왔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람 인생 나그네 인생이다’ ‘어딜 가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2016년에 제가 살던 세종시 3 생활권은 황무지였어요. 처음에는 17개월 된 아들도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았고요. 걸어서 갈 수 있는 상권도 없어서 세종에서의 시작이 힘들었어요. 실제로 세종시 초기에 내려오신 분들 중에서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분들도 꽤 있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고 없는 먼 타지로 이주를 2번이나 하셨어요. 정말 대단한데, 성향상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시는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중학생 때까지 부모님 직업 때문에 서울, 성남, 대전, 홍성, 부산으로 많이 옮겨 다녔죠. 꼭 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있어서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했고, 서울로 올라와서 자취했어요. 전학할 때마다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적응력을 많이 키운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힘들지만 이겨냈고요. 세종시에 와서 힘들긴 했어도 신도시가 주는 활기가 좋았다는 점도 있었어요.



로스쿨에 진학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세종과 가까운 로스쿨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만약에 진학이 어렵게 되면 과외나 공부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6년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아이가 막 돌을 지난 상태여서 제가 뭘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고, 1년 정도는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다가 2017년 8월에 LEET(법학적성시험)를 봤어요. 그리고 2017년 12월에 원서를 넣어서 2018년 1월에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어요. 원래는 2018년 3월부터 입학을 할 예정이었는데, 제가 합격자 발표 직전에 둘째를 가진 것을 알게 돼서 1년 휴학을 했고, 2019년 3월부터 복학해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세종에 와서 적응하랴 아이 기르랴 시험 준비하랴 몸이 3개라도 모자랐겠어요. 어떻게 시험 준비하셨어요?

일단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녔으니까 9시부터 4시까지 집이나 집 앞 도서관에서 공부했어요. 보통 LEET 보고 나서는 면접 스터디를 하는데, 온라인 카페를 통해서 세종/대전에서 로스쿨 면접을 준비하는 모임을 찾았어요. 보통 이 지역은 충남대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대전에서 모여서 1주일에 2번 정도 스터디 모임을 했어요.


그런데 저 빼고는 직장인이거나 학생이어서 저녁밖에 시간이 안 되니까 남편이 아이를 봐줬어요. 부득이하게 남편이 봐줄 수 없는 상황에는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봐주시고 사정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준비를 했어요.



남편이 로스쿨 진학에 대해서 지지해주시는 편이셨나요?

사실 남편이 먼저 로스쿨을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외향적인 편이고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라 성향과 잘 맞고, 또 전문직이다 보니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물론 변호사가 워라밸하고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요(웃음). 남편이 먼저 권유를 했고 저도 동의했어요.




로스쿨 입학해서 다녀 보시니 어떠세요?


로스쿨을 입학하고 보니, 의외로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분들도 있고 직장에 다니다가 오신 분도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건 정말 어렵지만 좋은 것 같아요. 동지들이 있으니까요!


로스쿨 전체 정원이 100명 정도인데 15~20명 정도는 30대 중후반 기혼자들이었어요. 그래서 서로 의지가 되더라고요.


벌써 2학년 2학기 재학 중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전환되다 보니 로스쿨에 대한 강렬했던 인상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요. (웃음)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3학년 때는 변호사자격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힘들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입학할 때는 ‘그래도 변호사 되겠지’였는데 요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 정도거든요. 절반 안에 못 들면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로스쿨에 입학하고 공부할 책상을 마련했다.

혹시 지역 로스쿨과 서울 로스쿨 차이점이 있을까요?

서울 쪽 로스쿨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저희 로스쿨은 서로 굉장히 도와줍니다. 시험 정보 등을 서로 많이 알려주고 스터디도 같이 화목하게 하고 그렇습니다.


다 같이 합심해서 변호사자격시험에 합격하자는 분위기예요. 성적이 좋은 분들은 검사나 재판연구원을 준비하지만 저는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걸 목표로 두진 않아요.



그럼 공부하실 때는 주로 보육 기관이나 남편의 도움을 받으시는 건가요?

아침에 아이들은 남편이 등원시키고요. 저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면 공부를 시작합니다. 다만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어린이집 못 가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남편이 잘 도와준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친정 부모님 안 계시면 어렵더라고요.


다행히도 친정 부모님이 세종으로 이사 오셔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앞으로 2년 정도 변호사자격시험을 볼 때까지는 부모님이 도와주시기로 했어요. 사실은 부모님 도움 없이 저희 부부끼리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부모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도움이 없었다면 부부 사이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친정 부모님과 육아관은 잘 맞으세요?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면 많이 싸운다고 많이 들었는데, 저는 엄마랑 싸우지 않고 사이가 좋아요. 일단 엄마도 저에게 거의 맞춰 주시고, 저도 엄마가 하시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달지 않아요.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죠. 그리고 현실적으로 돌봐 주시는 것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도 드리고요.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엄마가 좀 더 보람을 느끼고 마음이 속상하지 않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양육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진 않으세요?  

아이를 키우며 공부를 한다는 건 일장일단이 있어요.


우선 단점은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합니다. 다른 동기들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서 공부하고, 수업 끝나면 저녁 먹고 또 공부하잖아요. 근데 저는 저녁 먹고 아이를 돌봐야 해요.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해요. 9시 수업인데 세종에서 대전 가는 길이 너무 막히거든요. 어쩔 땐 너무 피곤해서 저녁에는 공부를 거의 못 하고 겨우 학교만 다녔어요.


그럼에도 장점은 평정심입니다. 시험 합격, 미래에 대한 불안함, 경쟁 관계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적 안정감이 확실히 장점이에요.


또 하나의 장점은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제가 생계를 책임지고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는 않는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거예요. 변호사 시험이 시작된 10년 동안 충남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기혼자 학생들 중에 시험에 떨어진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엄청 최상에 위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합격은 한다는 통계를 보면, 엄청 잘하지도 않고 엄청 못하지도 않는다는 거죠. (웃음)


결혼한 15명 로스쿨 동기 중에서 아이가 둘인 사람은 여자 중에는 둘 뿐이에요. 제 생각에는 결혼 여부보다 아이가 더 큰 변수인 것 같아요. 성적 잘 받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변호사시험 합격만 목표로 하고 가정을 더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요.



왜 가정을 더 우선순위로 두시나요?

100세 시대잖아요. 지금은 아이를 더 신경 쓰고 나중에 내 커리어를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아이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짧은 순간이라도 엄마가 공부하는 것을 아이에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든지, 내가 바쁘지만 너에게 충분히 사랑을 준다는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예요.


아이를 기르는 것도 나의 커리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커리어와 가정을 분리해서 커리어 때문에 가정을 손해 보거나, 가정 때문에 커리어에 손해가 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워킹맘의 마음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한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니까요.


사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이와 놀아주는 일, 시간 보내는 것 사실은 시간 낭비 같고 피곤하거든요. 감정 소모도 커요 사실. 저는 아이를 일찍 낳았으니까 용감하게 낳았는데, 요새 부부들이 왜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지 100% 이해해요. 그런데 삶의 원리가 무엇인가 얻으려면 다른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둘째가 어느새 두 돌이 되었다.

스터디 맘은 돈을 버는 건 아닌데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래에 대한 준비 과정이다 보니 내가 노력하는 것에 대한 바로 보상이 없다는 것이 어렵네요. 회사는 퇴근하면 그 순간부터는 업무에서 벗어날 텐데, 공부는 끝이 없어서 집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되는 점도 힘들고요. 그런데 또 변호사가 되어 실무에 나가계신 분들 중에는 학생 때가 차라리 편했다고 얘기하는 분도 계셔서 스터디 맘이라고 해서 워킹맘보다 훨씬 힘들다 덜 힘들다고 단정할 수 없어요.


그래서 가족이 지지해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학비도 많이 들고요. 감사하게도 남편이 그걸 감내해줘서 다닐 수 있었죠. 남편의 지원이 당연하다는 마음보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표현하는 것이 이 척박한 환경에서 화목한 부부가 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대학원을 통해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진학하기 전에 준비하고 알아볼 것들?

일단 무엇을 할지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고 그 일을 하고 있으면서 자기와 비슷한 목적의식과 환경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중요해요. 그래야 이 학업을 마칠 수 있을지 '각'이 나올 것 같아요.



3학기 마치신 시점에서,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이번 여름방학 때 실무 수습을 했어요. 저는 학교 선배가 대전에 개업한 법률 사무소로 갔어요. 변호사 세 분 중에 한 분이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을 하는 여자 변호사여서,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계신지 궁금했거든요. 그 변호사님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미래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필드에 나가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법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변호사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힘든 분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일단 변시를 한 번에 붙는 게 일차적인 목표이고요(웃음).



전문직을 택한 이유는 시간에 대한 자율권 때문이에요. 일은 열심히 하되, 집에 가져와서 일을 할 수 있다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쫓기지 않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으면 해요.


그게 전문직을 택한 이유 중에 하나예요. 일은 열심히 하되, 집에 가져와서 일을 할 수 있다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쫓기지 않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사실은 필드에 나가보고 두드려봐야 제가 몰랐던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알 수 있을 텐데, 어떤 일을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차차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수님께 있어서 지속 가능한 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에게는 가정과 일의 조화가 중요해요.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 그러니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한 3시간 이상 확보될 때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Editor’s Note by 봄

워킹맘보다 더 고충이 많다는 스터디 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당장의 아웃풋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워킹맘에 비해 당당할 수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인생은 길고, 여성의 지속가능한 일을 위해서는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는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병행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다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수님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를 잘 기르는 것도 나의 커리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공부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면서도 동시에 본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진정 지속가능한 여성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인터뷰 일자: 2020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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