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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유진 Nov 14. 2020

지역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예술 강사로 경력을 잇다

15년을 일할 수 있었던 비결

 ☕️ Meet 조이

조이님은 어릴 때 우연히 가족과 함께 본 영화로 국악의 매력에 빠져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전공했다고 해요. 지금 조이님은 세종시 초/중/고등학교에서 국악 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2014년 12월 세종으로 이주해 초반에는 연년생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커서 올해 한국교원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이님이 15년 동안 예술강사로 경력을 이어온 비결을 들어봅니다.



예술 강사라는 직업은 사실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어떤 직업인가요?

7차 교육 과정부터 학교문화예술교육를 심화시키는 ‘예술 강사제도’가 생겨났어요. 예술 분야별 전문 인력이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특히 음악 교육에서 국악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국악 전공자 중에 자격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을 교육해 예술 강사로 선발해요. 예술 강사는 정규직 교사는 아니고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으로 지역의 여러 학교에 파견되는 형태죠. 학교에서는 음악 교육 과정 안에 있는 국악 이론과 단소, 소금, 가야금, 장구 등의 실기 수업을 진행해요.



언제부터 예술 강사로 일하기 시작하셨나요?

대학교 졸업 직후부터 예술 강사로 일했으니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사실 예술 강사가 목표는 아니었고 조금 더 안정적인 직업을 원해서 임용고시를 봤었어요. 1학기에는 예술 강사를 하면서 최대한 돈을 모으고 2학기에는 바짝 공부해서 12월에 임용고시를 보는 식이었죠. 경제 활동이 더 필요하면 기간제 교사를 하기도 했어요. 점점 임용고시 TO는 점점 적어지고 계속 실패하는 그런 어두운 시기를 보냈어요. 돌아보면 임용고시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 합격을 꼭 하고 싶어서 시험을 7번 봤네요.



아이 둘 키우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걸요.

마지막 임용 시험은 큰아이가 다섯 살일 때였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저는 독서실에서 필기 공부하고 또 실기 스터디도 동시에 여러 개를 진행하며 열정을 불태웠는데요. 결국 불합격이었어요. 이때 얼마나 남편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던지… 남편도 바빴던 때라 육아를 같이한다고 해도 역부족이고, 집안일과 강사 일과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는 건 너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버릴 수 없다는 생각과 아이들과 걱정 없이 놀아주고 마음껏 책도 읽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란 생각 사이에서 엄청나게 갈등했던 것 같아요. 재도전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딸 아이 일기장에 적힌 한 문장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죠. “엄마가 도서관에 있는데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 그 후로는 예술 강사 수업에 전념하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했어요. 공부도 때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시 되돌이킬 수 없으니 재도전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없어요.



결혼과 함께 세종으로 이주한 건 아니셨는데,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남편과는 2010년에 결혼했어요. 남편은 부처를 옮기면서 세종으로 이사 가게 되었죠. 결혼 당시에는 부처를 옮길 마음이 있지는 않았어요.

아이 2명이 생기면서 큰 방향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생겼죠. 워낙 서울 집값이 비쌌으니까요.


워낙 서울 집값이 비싼데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마련하긴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즈음에 세종시로 중앙부처가 이전된다는 계획이 있어서 부처를 옮겨 세종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하게 된 거죠.



조이님도 경제적인 이유로 세종 이주에 동의하셨나요? 어떤 조건들을 보고 이주를 결정하셨어요?

1번째 요인은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서울보다 지방에서 생활비가 더 적게 드니까요. 2번째는 남편의 직장이죠. 3번째는 기회의 땅이라서? 남편이 직장을 선택해서 왔지만, 저도 세종이라는 곳이 기회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종에 저 같은 예술 강사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4번째는 제 직업이 지역을 옮겨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호수공원에서 모래 놀이하는 아들 그리고 나를 꼭 껴안아주는 딸과 함께

세종이 경력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희소성이 있을 거란 생각은 했죠. 제가 예술 강사를 시작한 첫해에 세종시 예술강사진은 연극, 무용, 국악, 공예 분야를 모두 합쳐서 몇 십 명 정도였어요. 지금은 숫자가 더 많아지긴 했지만, 남은 예술강사 TO가 별로 없고 경쟁률도 많이 높아졌더라고요.



세종에서의 삶은 만족하세요?

이주 초반에는 깊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가까운 지인을 만나지 못해 육아를 외롭게 했던 것 같아요. 양가 부모님 모두 육아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셨고요.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 외로웠어요. 지금은 절친했던 동창들, 서울에서 친했던 친구들이 세종으로 이사를 와서, 종종 만나 허물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나 감사하죠.


참, 개인적으로 저는 도서관 혜택이 제일 좋아요. 세종시는 지역 도서관 인프라가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마을마다 공공도서관이 잘 되어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도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정말 만족해요. 아이들이랑 도서관에 가면 한참을 앉아서 책에 푹 빠져 있다 오기도 하는데 이건 세종시민의 특권인 것 같아요.



일을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으셨어요?  

실은 둘째가 태어날 때부터 아팠어요. 5개월일 때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어요. 수술받은 아이를 간호하면서, 첫째 아이도 돌보면서, 수업도 병행해야 했죠. 병원 스케줄 때문에 수업 일자를 다른 날로 옮길 수 있는지 학교에 문의하니까 교감 선생님께서 “국악 수업을 하기로 한 건 아이들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한 날짜에 다른 분도 아닌 국악 선생님이 꼭 오셔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물론 아이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으니까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래서 간호인을 구해서 제가 수업에 가 있는 동안 그분이 병원에서 아이를 봐주셨죠. 결국 맡겨진 수업에 책임을 다했고 좋은 이모님 덕분에 안전하게 2주간 병원 생활을 잘 마쳤어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갈등했어요. 제가 만약 고정적인 근무 조건의 일을 했다면 일을 포기했을 거예요. 그래도 예술 강사 일은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수업이 있을 때만 책임을 다하면 되고 방학에는 애들한테 시간을 쏟을 수 있으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고 15년 동안 버텨온 것 같아요. 그리고 6살부터 자연스럽게 병치레가 사라지더라고요. 일하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고충일 거예요.


국악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에서.

조이님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사는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 학교에서 에너지를 모두 쏟고 집으로 오면 에너지가 바닥 난 방전 상태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업 없는 날보다 수업 있는 날 에너지 레벨이 더 높아요. 일에서 얻는 개인적인 성취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씩씩하게 말을 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거죠.

일은 두 아이를 키우는 힘든 30대를 버텼던 힘이었어요. 씩씩하게 말을 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거죠.



올해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시작하셨는데 처음에 어떤 계기로 대학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2019년 강사 연수에서 만난 어떤 분이 한국교원대 석사 과정이 괜찮다고 추천해 주셨어요. 저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도 하고 교수진도 훌륭하셔서 석사 과정에 지원했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결과물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니까 생활습관이나 학습습관이 어느 정도 잡혀 있어서 엄마 손을 덜어도 될 때가 되었더라고요. 그때, 내 공부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의 지지도 필요한데, 다행히 남편은 늘 응원해주는 스타일이었고요. 20대에 사립대학원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부담되어 진학을 포기했던 아쉬움이 마음속에 남아있던 터라, 늦게라도 공부할 기회가 와서 감사했죠.  



대학원에 다녀보니 어떤가요?

이렇게까지 공부시킬 줄 몰랐어요. (웃음) 제가 여러 개의 논문 읽느라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본 애들이 ‘엄마 그냥 대학원 안 하면 안 돼?’라고 하니까 제가 ‘엄마가 엄마 이름으로 책을 하나 쓰고 싶은디, 그것이 논문이여'라고 말했더니 애들이 너무 좋다고!



대학원도 시간, 노력, 자원이 드는 활동인데 졸업 후에 무엇을 기대하고 진학하셨어요?

커리어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아웃풋도 크지는 않아요. 그래도 현장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이론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제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합 15년 동안 출강했으니까 비슷한 수업을 계속해온 거잖아요. 원론적으로 살펴보고, 여태까지 제가 한 수업에서 얻은 통찰을 모아 교육 프로그램 논문을 만들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가르치는 사람을 가르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수업 노하우를 전해주는 수퍼바이저 그리고 국악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역할.



예술 강사도 승진 체계가 있나요?

어느 조직이나 승진 체계라는 것이 있는데 예술 강사는 그다음이 없죠. 초임이나 15년 된 저나 시간당 페이가 같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시간당 페이도 20년 동안 딱 한 번 인상되었고요. 이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련 전문가들이 꼭 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조이님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일은 뭘까요?

첫 번째로는 성취감인데요. 제일 행복한 순간은 제 이름으로 하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 때죠. 수업은 위에서 시킨 일이 아니라 제가 주도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가는 제 영역이잖아요. 교과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음악을 가르칠지는 제가 정하는 거고 피드백도 제 책임이고요.


두 번째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음악을 즐기는 거예요. 제가 가르친 노래를 아이들이 흥얼흥얼하는 모습을 볼 때 짜릿해요. 수업 중에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나서, 퇴근길에 아직 몸에 그 장단의 여운이 말랑말랑하게 남아있을 때도요. 음악이 주는 에너지와 행복감이 정말 커요.


마지막으로는 금전적인 가치가 있네요. 제 수입은 100% 저금을 해서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 뿌듯해요. (웃음)



✍️ Editor’s Note by 유진

슬로베니아에 사는 소설가 강병융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직업 때문에 생경한 타국에서 낯선 언어를 배워야 했던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딸이 한국에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행복하게 잘 지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본인이 만드는 것이죠.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고, 조금 더 많이 공부해야 했을 테고, 어쩌면 조금 더 학원비가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했을 겁니다.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저는 딸에게 그런 믿음이 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어디에 산다고 더 행복하란 법은 없다. 그러나 믿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끝내 이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하리라는 믿음. 그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 내가 행복한지를 잘 아는 것에서 구체화된다. 조이님은 아이들과 함께 음악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렇게 15년 동안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조이님은 강사라는 직업을 10년 넘게 해보니, 같은 수업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 계단형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인구의 4분의 1이 아동/청소년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사람들도 많다. 돌봄/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여성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문성을 인정받는 길을 아주 협소하다. 현장 경험과 이론 둘 다 숙련하고자 공부하는 조이님의 어깨가 조금은 무거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 될 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인터뷰 일자: 2020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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