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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책방 Apr 05. 2021

책 육아하려고 아이에게 책 주는 거 아닙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문 앞에 놓인 큰 택배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아이랑 난 신나게 택배박스 테이프를 떼고 열었더니 책이 한가득 나왔다. 새 책 냄새가 우리 둘의 공간을 채우고 나는 이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우와’ 아이의 작은 환호성 소리가 들린다. 그건 내 책 몇 권, 아이가 볼 책 몇 권, 책만 가득한 박스였다.

“이건 엄마 꺼, 이건 세오니꺼야.”

아이는 제 책 뿐만 아니라 내 책까지 한 장씩 넘겨가며 구경한다. 우리 둘은 현관 앞에서 새 책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곧 아이는 웃으며 제 몸만 한 책을 가지고 제 책장 앞으로 가 있었다. 나는 새 책을 들고 내 책장 앞에 왔다. 각자 책 앞에서 아이와 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책을 살 수 있다니. 배부른 거와 다른 종류의 넉넉한 행복의 감정이 차올랐다. 아이에게도 그런 감정이 느껴졌을까?



요즘 우리는 도서관에 자주 다닌다. 집에 있는 책을 여러 번 보기도 했고 새로운 책 구경하고 싶어서 집 뒤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1층에 있는 유아코너로 들어가면 아이는 신발을 벗자마자 뛰어다닌다. 그리고 아이는 까치발 들어 궁금한 책을 꺼내어 구경한다. 더 보고 싶으면 나에게 가지고 오고 나머지 책은 다시 책장에 넣어둔다. 아이 책 6~7권정도 대출하고 내 책 빌리러 2층, 3층을 간다. 엄마가 책 찾고 고르는 동안 아이도 같이 쭈그려 앉아 자신이 빌려온 책을 본다. 그리고 서가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구경한다. 어떤 날은 엄마 책 말고 아이가 선택한 책을 얼른 보고 싶어서,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집에 가자고 조른다. 집에 오는 유모차 안에서 책을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린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어렸을 때 나에게 도서관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학교에도 있고 집 가까이에도 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빌려서 보는 거라 생각했었다. 도서관에 가면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까, 도서관에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즐거움이었으니까. 책을 최대한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리고도 엄마 회원증으로 더 빌린 날도 많았다. 아빠랑 같이 도서관에 가면 이 많은 책을 편하게 집까지 데리고 갈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부모님이 책을 사주시는 날엔 새 책 냄새가 좋아서 킁킁 맡기도 하고 빳빳한 종이와 책을 슬쩍 펴면 가장 먼저 펼친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새 종이의 감이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책장이 정리된 걸 한참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어떤 날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내 머리맡에 두고 자기도 하고, 안고 잔 적도 있었다. 이게 내 꼬꼬마 시절 모습이었다.


아이랑 같이 도서관 나들이. 우리집 쪼꼬미.





나는 책 육아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니다. 그저 책이 좋아서, 더 많은 책이 궁금하고 같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다. 같이 가보니, 아이도 책을 고를 때 느끼는 설렘을 느끼고 있었고, 책이 궁금해서 바로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아이에게 좋은 책 많이 보라고 책 사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점구경하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이랑 같이 보고 싶어서 삿을 뿐이다. 아이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쩍 쩍’ 종이가 벌어지는 소리를 내는 책을 천천히 넘겨보았다. 책 뒷면까지 다 본 다음. 부둥켜안고 책장 앞에 서서 어디에 놓을 건지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엄마의 책을 향한 사랑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다.



내 아이는 책장의 책을 스스럼없이 꺼내 혼자 보기도 하고 엄마나 아빠에게 가지고 와서 같이 보자고 한다. 아이는 책 읽어달라고 계속 책을 가지고 와서, 내 목이 쉰 적도 제법 많았다. 이제 갓 두돌 지난 아이지만, 책에 대한 거리감이 없고 오히려 도서관 가자고 하면 가방부터 챙기는 아이가 되었고, 책 택배가 오면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나와 같이 언박싱하는 아이로 컸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인 ‘책육아’는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우리 집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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