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다시 설계하기로 하다.

회사가 망했다. 그리고 나는 회사 밖 사람이 되었다.

by 미아취향
KakaoTalk_20240821_234913284.jpg 회사 밖을 나왔다


계획한 퇴사가 아니었다. 퇴사를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언제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늘 “조금만 더 버티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미뤄왔다. 그런데 막상 퇴사의 순간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회사가 무너진 것이다. 건축 경기가 장기적으로 어려워지면서, 15년 가까이 몸담아온 회사도 끝내 문을 닫아야만 했다.


건축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은 계속 들어왔고, 일이 점점 없어질 거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이상했다. 이거 진짠가?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여러 번 회사를 떠났지만, 실제로 회사 밖에 서자 막막함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마지막 날까지 사무실을 정리하며 서류를 하나씩 폐기할 때마다 허전함과 무기력함이 밀려왔다. 정막 마지막 출근 날의 쓸쓸함은 더 선명했다.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르게 흔들렸다.


20231212_135358.jpg 실업급여 신청!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짜로 ‘회사를 나온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욱 실감났다. 이제 더는 조금 더 버티자고 미룰 핑계도 없었다. 그 순간 진정한 질문이 마음 한가운데를 채웠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사실 그 질문은 수도 없이 반복해왔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매일 밤, 글을 쓰면서도 늘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엔 질문을 제대로 마주할 여유가 없었다. 현실이란 이름으로 밀어둔 채, 생각과 감정은 회사 업무 뒤로 밀려나 있었다.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처음엔 참 낯설고 불안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고,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한 가지였다. “이제 뭘 할 거야?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실업급여의 끝이 보이는데, 나는 정말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일지 막막했다. 나에게 오는 질문들을 처음 대했을 때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답을 찾아가고 그리고 나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며 마음이 끌리는 일들을 하나씩 돌아보기 시작했다. 매일의 작은 습관들이 쌓이자 마음속에서는 조금씩 여유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내게 잘 맞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늘 작은 것들을 깊게 즐겼고, 마음에 드는 것을 더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품은 것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걸 너무나 좋아했다. 좋은 것을 발견하면 혼자만 품지 않고, 상대에게 솔직하게 보여주며 “이거 멋지지 않아? 우리 같이 해볼래?” 하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란 그런 것이었다. 남들에게는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소중한 취향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진심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보는 일. 그렇게 발견한 작고 확실한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었다. 그때서야 삶을 다시 설계할 용기를 얻었다.


미아취향_커피 (2).jpg 커피 내리는 시간



지금도 여전히 그 질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끔은 여전히 “이 길이 맞는 걸까?” “맞게 가고 있을까?” 하는 고민이 찾아온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다. 더 이상 질문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는다. 매일 작은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오늘의 감정과 상태를 살핀다.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챙기며, 그것들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런 작은 습관들이 점점 일상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야 삶을 조금 더 자신답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이후에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삶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 이제는 누구의 기준도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즐기고, 그것을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며 사는 것. 이것이 삶을 다시 설계하는 첫 걸음이자,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방향이라는 사실을 이제 분명히 알고 있다.

keyword
이전 08화사라지고 싶은 날, 카페로 숨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