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장면이 하나 있다.
햇살이 창문을 가득 채운 오전, 남편과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 나눌 사람. 거창한 꿈이 아니다. 아주 평범하고, 그래서 더 간절한 장면이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조용히 바라왔다.
커피를 마시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게 살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그것들과 함께 하루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한참을 돌아서야 겨우 알게 된 것들이다.
좋아하는 일이 나를 살렸다고 썼지만, 사실 더 정확히는 이렇다. 좋아하는 일이 나를 계속 살아있게 했다. 과거 어느 한 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로.
커피를 마신다. 기록한다. 책을 읽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작고 반복되는 이 일들이 내 하루를 붙들어 주었다.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날에도,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남들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만의 속도로, 좋아하는 것들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바쁜 날에도 커피를 내리는 시간만은 지키려 했다. 5분이면 충분했다. 그 5분이 흩어지던 마음을 다시 모아주었고,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했다. 커피는 그냥 음료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과 함께 있다는 조용한 확인이었고, 지금 이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어떤 날은 그 한 잔이 하루를 버티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
흰머리가 늘고, 걸음이 조금 느려지더라도. 햇살 좋은 날 아침, 남편과 나란히 앉아 오늘은 어느 카페에 갈지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집에서 천천히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면서. 그 향이 집 안에 조용히 퍼지는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 곁에 있는 것. 그 평범한 아침이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지금의 내가 그 할머니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필요했다. 돈도 필요했다. 자유도 필요했다. 그것들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가능한 장면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그냥 취미가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는 일이, 결국 내가 원하는 미래를 향해 걷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
나는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하는 사람이다.
조금 더 마시고, 조금 더 쓰고, 조금 더 걸어가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더딜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커피 한 잔은 언제나 곁에 두고. 그 향기를 맡으며, 오늘도 좋아하는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그렇게,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