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나다운 방식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무엇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상태도 아니다. 여전히 나는 진행 중이고, 그 과정 한가운데 서 있다. 분명한 건, 지금도 매일 커피를 내리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으며, 사람들과 함께 사긴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일들이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내 삶의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온라인 북클럽을 운영해 왔다. 선정 도서를 함께 읽는 모임이었고, 커피를 곁들인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접속해 서로의 이야기를 건네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모임에서 내가 중요하게 두었던 건 책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지 보다, 책을 통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었는가였다. 그래서 독서를 마친 뒤에는 감상을 정리하기보다 질문을 남겼고, 그 질문을 통해 각자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
모니터 화면 너머로 연결된 자리였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더욱 사람 가까이에 있었다. 책이라는 공통점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각자 다른 장면을 떠올렸고, 그 장면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 이야기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누군가는 한동안 듣는 쪽에 머물렀다. 말의 속도도, 깊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그 차이마저도 이 시간의 일부였고 채워지는 그 순간이 좋았다. 책을 잘 읽기 위한 시간이 아닌, 책을 매개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 그 안에서 나는 세상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여전히 배우고 있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 마시는 커피도 좋지만, 누군가와 마주 앉아 같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는 또 다른 결의 시간이 생겼다. 커피는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매개였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틈을 만들어주었다. 누군가는 커피를 계기로 자신의 하루를 꺼냈고, 누군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 말과 침묵이 오가는 순간들 역시 나에게는 충분히 좋았다.
작년 내내 나는 커피를 마시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배워왔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를 수 있고, 어떤 이야기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커피를 매개로 나눈 대화들은 때로는 나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동시에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 시간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넘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의 시간들이 지금과 전혀 무관했던 적은 없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변화에 맞춰 대응하는 일. 늘 바쁘게 돌아가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에 자연스럽게 몸에 밴 감각들이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었고, 공기의 변화를 읽는 데 익숙했다. 그 능력들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흐름을 살피고, 예상치 못한 순간이 생기면 그에 맞게 방향을 조정하는 것. 다만 쓰이는 자리가 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나로 서 있기 위해 애쓰던 짧은 시간들이 있었다. 새벽에 혼자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기록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던 순간들. 크지 않았고, 대단하지도 않았지만 그 시간들은 분명 나를 더욱 잘 알아가는 순간이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쌓인 작은 노력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견딜 수 있고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를 조금씩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내 삶의 방향을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감각으로 조정하는 법을 배워왔다.
도움이 되지 않은 경험은 없었다. 회사에서 익힌 감각도, 나를 돌보기 위해 확보했던 그 짧은 시간들도 모두 지금의 나로 이어져 있다. 모든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무엇이 되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아쉽게도 지금도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길을 지나오면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 맞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는 것들, 더 성실하게 다룰 수 있는 것들 곁으로. 지금의 내가 가장 즐겁다는 사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조율하고 있다는 감각만은 분명하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날 것이다. 멋지고 좋은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장면들 속에서 내가 가장 나답게 숨 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도착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원하는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충분히 괜찮은 현재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