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내 모습

by 미아취향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가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불태운다고 해도 그 작품을 쓰기 전으로 그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공들여 작품을 완성해본 작가라면 그 어떤 비수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안다. (p.28)
<소설가의 일 _ 김연수>



작년 가을부터 쓰다가 출산으로 쉬었다. 다시 두세 달 전부터 꾸준히 쓰고 있다. 매일 책상에 앉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책 한 권 출간한 작가는 아니지만, 글 쓰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가장 크게 눈에 보이는 변화는 특정 시간을 집중해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육퇴를 하고 난 후 두 시간 정도의 밤 시간이 주어진다. 평소 같았으면 낮에 너무 힘들었으니 남편과 야식을 먹으며 몸의 반 이상은 드러누워 TV에 빠져서 있었다. TV를 보고 있는다고 한들 쉬는 것은 아니다. 그때 보는 TV 프로그램은 대부분 웃게 만드는 프로그램 이기에, 생각하는 뇌를 멈추게 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이제는 TV 대신 책상에 앉아 있다. 육퇴를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아침부터 아이가 자기 전까지, 함께 놀며 더 즐겁게 시간을 쓰고 있다. 아이가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고 낮잠 잘 때도 같이 잔다. 그림책 읽어주고 같이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는 보행기를 끌고 내 옆을 떠나가지 않고 밥솥을 눌러가며 잘 놀고 있다. 까꿍놀이 여러 번 하고 같이 기어 다니며 안아 주고 나면 내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한다. 이제 목욕을 시키고 저녁밥을 먹으면 아기가 잘 시간이 오고 모든 체력이 고갈되었음을 안다. 옆에 같이 누워 토닥토닥해주며 재우면서 나도 잠시 자고 일어나 에너지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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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 쓰는 시간이 다가온다.

집안일을 해 놓고 나는 책상에 앉아 변신을 한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생각했던 것을 글로 표현한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기쁘다. 아기 키우고 있기에 몸도 힘들고 피곤하지만 TV 보며 멍하게 있는 시간보다 지금의 집중하고 있는 이 시간의 중심에 있는 내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일상에서 에너지를 쓰고 스스로 충전을 하며 단단해지는 내가 보인다.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된다.



어제 침대에 누워 남편이랑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내가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게 대견해. 피곤하고 힘들지만 내가 즐겁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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