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번에는 꼭 언어를 배우고 여행 다녀야지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

by 미아취향



한국에 돌아가면 독일어 공부를 해야지 다짐해보았다. 독일에 오기 전에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_아무튼, 외국어. 조지영 지음.



여행의 끝 무렵에는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항상 마지막에 느낀다. 우리가 가는 곳은 거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으니, 영어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그랬던 생각이 조금씩 금 가기 시작했던 건 프랑스 여행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운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해가 잘 안되면 ‘다시 말해주세요’하면 되니까. 하지만 에펠탑 앞에서 가방을 도둑맞아 찾느라 파리 경찰서에 가게 된 우리로썬, 그나마 할 수 있는 외국어인 영어는 무용지물이었다. 분명히 경찰은 도둑을 잡고 가방을 찾아주었는데 조사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우릴 경찰서로 친절히 모시고 갔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기에 영어 통역자를 불러준다고 했었고 우린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나다니는 경찰들에게 우리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어보면 ‘기다려’라고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경찰과 통역사, 우리까지 네 명이 이 상황을 설명하고 기록했다. 이 간단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통역사를 기다려야 한다니! 가방 잃어버린 것도 화나는데, 경찰서 와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게다가 오랜 시간 기다려 만난 통역사도 못미더웠다! 하루 일정이 홀라당 날아가버렸다. 불어를 쓰는 나라에 와서 한 마디 못하고 영어로 말하고 있는 내가 몹시 이기적이란 생각이 그제서야 들어 부끄러웠다. 프랑스어라는 두꺼운 장벽 앞에 서 있는 기분, 처음 느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좋아하는 찻집에 가서도, 카페에 가서도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않으니 이 우아한 분위기에 흡수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티룸에서는 분위기에 취해 굴러가는 듯한 프랑스어가 더 없이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다.

프랑스 여행이 끝난 뒤, 남편에게 말했다.


“다음 번에는 프랑스어 공부 한 뒤에 다시 여행 와야겠어. 나 즐기지 못한 것 같아.”




KakaoTalk_20190104_224831546.jpg 뮌헨 아침거리. 내가 찍은 남편.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 말을 잊어 버렸나 보다. 1년 뒤에 독일, 오스트리아 여행을 떠났다. 유럽 중에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가고 싶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남편과 한 도시, 도시마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산책하고 맛집을 찾아 다녔다. 뮌헨이나 빈 과 같은 대 도시에서는 큰 이질감이 없었다. 하지만 소도시를 돌아다닐 때마다 조금씩 느껴졌다. 이 독일어 듣는 느낌과 그들의 말투, 표정이 하나로 일치 된 것을 말이다. 말투부터 딱딱한 느낌이 와락 든다. 하지만 그 느낌과 달리 도움을 요청하거나 모르는 걸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영어로 해 주어도 모호하지 않고 아주 확실하게 알려준다. 복잡하지도 않고 간단하다.



독일어는 예외가 많지 않다고 한다. 대신 규칙이 너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무리해서라도 많은 규칙 속에 가능한 한 모호함을 남겨두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언어다. 단어들, 문장들 속에서 결코 길을 잃지 않겠다는 결기가, 언어에서도 전해지는 것 같다.

_아무튼, 외국어. 조지영 지음.



여행을 하며 독일, 오스트리아 이 두 나라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표정의 사람들이 빠르게 걸어 다니는 거리, 사람들 이야기 소리로 시끄럽지 않고 깨끗했다. 위험하단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나와 대화를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이 많지 않았지만 입을 열고 말을 할수록 친근하고 단정하기까지 하다. 머물면 머물수록 더 많이 알고 싶었다. 여행의 시간이 끝나갈수록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그때 제대로 알았다. 언어를 알면 아 나라를 더욱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어를 배우고 그들과 대화를 하면 생활 속에 더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번에는 꼭 독일어를 배우고 여행하러 와야지. 꼭 다시 와야지.’

언어를 배우겠단 결심은 왜 여행가기 전엔 하지 않는 걸까. 아쉽지만 여행의 끝 무렵에 남편에게 몇 번이다 얘기 할 뿐이다. 책을 읽으며, 이 글귀를 보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다음 번에는 언어를 배우고 여행 다녀야지. 꼭’



‘다음 번에는 언어를 배우고 여행 다녀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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