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평면에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가 살고 있다. 그래도 말이다.
동네 산책하며 보이는 집 구경하길 좋아한다. 이 집 저 집 보면서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상상해 본다. 아파트라면 단지 내를 걸어 다니며 구경하지만 특별한 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그 느낌, 놀이터와 적당한 산책로, 그리고 아파트. 별 거 없다. 그곳에서 특이점을 찾으려면 조경이 잘 되어 있거나 커뮤니티 시설이 크고 다양하다는 것,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아파트 외관을 보면 평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평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강 눈에 보인다. 여태 해 온 일 중에 가장 많이 한 게 아파트 세대 설계, 인테리어다 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세대 설계라고 하면 아파트 단지가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내부 공간을 짜고 평면을 만진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마감재를 고르고 매치하며 가구 디자인까지 건드린다. 모델하우스에 가 보면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 디스플레이 용도로 꾸며진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설계하고 디자인한다고 보면 된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다른 모델하우스 가서 보고 큰 감탄 없이 속속들이 잘 구경하고, 같이 간 남편에게 알차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살고 싶은 집으로 만들다 보니 아파트 내부는 특별한 점은 딱히 없다. 공간을 쪼개고 다른 공간으로 분리를 해 주거나 두 개의 공간을 하나로 만드는 ‘옵션’이 평면을 특별하게 만들 뿐이다. 또 튀는 디자인보다는 보는 눈이 편한 디자인을 선호하기에 깔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집을 많이들 볼 것이다.
계속 이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하고 개성적인 공간을 접할 길이 딱히 없다. 평면은 비슷비슷하기에 외관에서 보면 어떤 식으로 평면이 짜였는지 보일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모두 비슷한 집 아닌가. 였다. 여기에 있는 이 아파트와 옆 단지 아파트, 같은 단지 내에서도 평면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나에겐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똑같은 평면에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가 살고 있다. 아마도 큰 아파트에 길들여져 우리의 주거 생활이 단순해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기도 한다. 이 글 쓰는 지금,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주거형태라고 볼 수 있기도 한, 아파트. 넓지도 않은 땅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특히 서울에 집중해서 살고 있다 보니 아파트가 많기도 하다. 작년에 부동산 가서 집 보러 다닐 때, 많은 아파트 내부를 보고 왔었다. 깜짝 놀랐던 게 같은 단지 내에서 똑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사는 사람에 의해 집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주자의 개성과 쓰임이 묻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가구를 배치하고 공간을 나누며 쓰고 있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모두가 달랐다. 외관은 똑같고 비슷하지만 내부는 제각각 다른 아파트. 신기하게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본 것과 주거자의 입장에서 본 건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아무리 디자이너가 공간 사용에 대해 예측을 하고 살고 있는 기존 입주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설계를 한다고 해도, 실제 사용자들은 또 다르게 공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 부동산 업자와 함께 전 주인이 살고 있던 이 집을 처음 봤을 때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다르다. 이 공간이 나의 쓰임새와 스타일이 더해져 나에게 길들여져 있다. 어쩌면 이 집은 우리 가족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집이다. 좋아하는 색이 자주 보이기도 하고, 잠옷을 한 곳에 두지 않고 여기저기 두는 나의 생활습관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공간과 평면이 모두 같은 집이라고 해도 사는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나타난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집. 각기 다른 집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이 더욱 재미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