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을 읽을까 두리번거리며 고른 책의 첫 장을 편다. 읽을 책을 고른다는 것은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정하는 것과도 같다. 분명 그 식당엔 여러 번 갔었고 무슨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이미 알고 있으며 어떤 맛이 나는지도 가늠을 하고 있다. 똑같은 메뉴판을 여러 번 보아도 ‘오늘의 나’는 무엇을 먹고 싶은지 고르는 건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한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나온다. 한 숟가락 먹는다. 첫 입을 먹고 맛을 음미하는 것은 책장에서 고른 책의 첫 장을 펴서 읽는 것과도 같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이제 두 입, 세 입 먹으며 즐기듯이 책도 한 장 두 장 읽으며 책의 향기와 함께 빠져들면 된다.
맛있는 한 끼 식사나 디저트를 찾고 그곳의 인테리어를 본다. 디자인과 색이 과한 식당은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오래되고 허름하지만 깊고도 풍부한 맛을 내는 한식당도 아끼듯이 가서 먹는다. 파스타를 사랑하지만 피자는 그에 비해 덜 좋아한다. 탕수육이 맛있으면 짜장면은 고민할 것도 없이 먹는 게 좋다. 오래전에는 뷔페 가서 먹는 게 참 좋았다.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나열되어 먹고 싶은 걸 골라 양껏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을 잘하는 곳에서 그보다 더 맛있고 먹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별 거 없는 식생활이라 해도 나만의 취향은 이토록 확고할 줄이야.
유행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취향을 기준점으로 삼아 하루를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식량으로 삼아 나의 취향은 오늘도 나를 나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취향 _ 김민철 지음》
서점 가면 종류별로 나눠져 있다. 자주 가는 곳은 에세이와 인문 코너. 코너마다 잘 팔리는 책들은 매대 위에 올려져 책의 표지가 잘 보인다. 식당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궁금해서 보길 좋아하는데 책 표지도 마찬가지다. 분명 읽고 싶고 어서 사게 만드는 표지도 있는 반면, 읽기가 꺼려지는 책들도 다반 수다. 표지를 보고 돌려서 뒷장을 본다. 어느 누가 추천을 한지가 나와 있기도 하고 책의 일부분이 적혀 있기도 하다. 한 장 펴서 목차를 읽어보고 대강 넘겨 읽어본다. 몇 년 전이었으면 많은 책을 한 번에 사 온 날이 많았다. 혼자 모두 들고 오기에 버거울 정도로 힘겹게 들고 집으로 온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도 마찬가지다. 집에는 책장이 하나 있다. 책이 쌓이고 쌓여서 처분할 때가 종종 왔다. 사놓고 읽지도 않은 책이 많기도 하며 구매부터 후회한 책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좋아한 베스트셀러인데 어째 나에겐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준 책도 많았다. 이 책장에 넘치도록 책을 사놓지 말자고 다짐하며 중고서점에 팔거나 버린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하루의 취향 _ 김민철 지음》
서점에서 책을 신나게 고르고 읽어보며 사서 집에 데리고 온다. 책으로 넘칠듯한 책장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책을 사면서 나의 책 고르는 취향도 만들어졌다. 우리 집 서재의 책장 앞에 서면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다. 읽고 싶은 책이 어서 집어 달라고 속삭이며 날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다가 오래전에 읽어도 내용이 기억나는 책은 다시 또 펴서 인덱스를 붙인 부분이나 책의 귀퉁이를 접은 곳이라도 다시 읽어 보기도 한다. 총 5개의 선반으로 이루어진 책장. 주로 쓰는 곳은 두 개뿐이지만 이 곳에 꽂혀 있는 책은 나를 대변하기라도 한 듯이 저마다 내가 왜 골랐는지,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외치고 있다. 세 식구가 사는 집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행복은 바로 이 곳에 있다.
그 모든 취향의 역사를 온몸에 은은히 남겨가며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루의 취향 _ 김민철 지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내가 무엇에 고민을 하고 궁금해하는지는 책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간이 모이고 차곡차곡 쌓여 지금처럼 내 취향의 책들로 가득한 책장으로 계속될 것이다. 일상의 즐거움은 거창할 것 하나 없다. 그저 집 안의 내 책장에서 한 권 꺼내어 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날 즐겁게 만든다. 신생아 시절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에겐 책 읽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책과 함께 성장하며 오로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빛을 발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