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게 바라는 것, 얻고 싶은 것

독서기록 왜 하는데요?

by 미아취향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를 때, 분명 우리는 책에 바라는 것이 있다.

책장 앞에 서 있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가. 회사에서 일할 때 부족한 점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책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과의 흔들리는 관계에서 해결방법을 찾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어서 책을 읽으며 작가와 대화를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땐 자기 계발서가 제격이다.



아이를 낳고 24시간 대기조로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조심스럽고 걱정이 앞설 때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었던, 늘 집에만 있었던 날의 연속이다. 틈이 없는 육아와 집안일 사이에 나는 답답함을 느끼고 집 밖의 삶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럴 때마다 소설을 읽었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세이도 찾았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에 내가 찾는 책의 분야가 많이 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내가 속한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까. 똑같은 책이어도 읽는 상황이 달라지면 밑줄 긋는 곳도 달라진다. 오래전에 읽었던 가장 좋아하던 책도 지금은 아닌 경우가 다반 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책을 찾는 이유와 책에게 바라는 것도, 마음을 움직이게 된 것도 변했기 때문이다.



photo-1488190211105-8b0e65b80b4e.jpg 출처: unsplash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우리는 원하던 바를 얼마큼 얻었는지 확인해 보게 된다.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이 독서”라고 장 그르니에는 말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어떤 씨앗이 심어졌는지, 싹트고 있는지. 읽기 전과 후의 변화는 아주 작은 곳부터 일어난다.



변화에 이글거리는 마음을 안고 한 동안은 노력해 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아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거기에다가 책의 내용을 까맣게 잊은 채, 또 다른 책을 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잠시나마 놀라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을 울리는 건 아니다. 늘 읽고 싶은 책은 있고 궁금한 것도 많다.



하지만 책을 덮고 책장에 다시 넣고 나면 변화의 새싹은 다시 죽어버린다. 읽고 깨닫고 기억을 못 하면 읽은 책도 소용이 없다.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발췌하고 느꼈던 점을 짧게라도 기록을 해야 책 속에서 피어나던 새싹이 점차 자라날 것이다. 기록을 해 놓지 않으면 책에서의 얻은 깨달음은 순식간에 달아난다. 한 줄이라도, 몇 개의 단어라도 적어둔다. 그러면 책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긴 시간 동안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록했던 것을 꺼내어 읽어보면 다시 과거에 읽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되리라.



“지나고 보면 바로 이 멈추었던 순간들이 독서 경험의 핵심이다. 수동적으로 내 감각 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마는 것들은 흔적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내 것이 된다.” <쾌락 독서>를 읽다가 마음을 치는 문장을 발견했다.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을 필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무엇인지, 나를 괴롭히던 고민에 대해 작가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적어본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스치고 간 생각주머니를 놓치고 싶지 않다. 작가의 글에서 공감한 것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많은 책에서는 내가 쓴 글도 이러할까? 다시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장이 나에게 다가오면 작가의 황금 능력이 부러워지며 읽고 또 읽고, 써 본다. 작가의 멋진 문장을 잘근잘근 씹어 내 것으로 소화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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