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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Feb 12. 2024

CS는 고객센터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공공기관에서는 매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조사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점수화해서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정부부처에서 진행하는 기관평가에 반영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과 성적을 통해 올바른 학생으로 이끌려온 것처럼 기관평가라는 방법으로 공공기관들은 올바르다고 일컬어지는 방향으로 이끌려 오고 있다. 


그리고 그 기관평가에서는 고객의 '만족도'라는 가치와 함께, 얼마나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을 경영에 참여시켰는지의 정도도 평가한다. 고객만족 분야에서 고객만족도는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정량평가, 소통경영은 실제 추진한 경영활동을 평가하기 때문에 정성평가라고 보면 된다. 고객중심경영을 위해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고, 고객의 요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기관이니까 고객이 원하는 경영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크게 이렇게 두 가지 방법으로, 사실상 소통경영은 최종적으로 고객만족도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을 통해 공공기관은 고객만족경영에 관해 유인(Drive)된다. 기관평가를 잘 받으면 아무래도 직원 입장에서는 좋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좋기도 하다. 그래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정부부처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회사를 운영하려고 한다. 다른 기관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객만족(CS) 담당자였던 나는 그렇게 일을 했다. 대외 기관평가의 점수를 잘 받는 방향으로, 외부 고객만족도 점수와 소통경영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해서 CS업무를 추진했다.


CS라는 게 흔하게 돌아다니는 개념도 아니고, 특히 공공 쪽에서는 중요성이 낮은 경향이 있다. 기관평가에서 점수 비중이 좀 낮은 편이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임직원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주로 업무를 맡고, 성과가 높든 낮든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기관평가와 관련 있다고만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고객만족도라는 가치가 숫자로 환산하기도 어렵고, 숫자로 표현하더라도 관련해서 무슨 과업을 진행해야 할지, 개선방안은 뭔지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재무나 회계 분야처럼 평소에 계속 신경 써야 되는 개념도 아니다. 공공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만족도가 좀 낮아도 불통경영이라는 욕을 좀 먹어도 회사경영에는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피부에 확 와닿지 않는 분야라 다들 관심도 없고, 행동을 취하는 것도 적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보다 중요성이 높은 업무라고 생각해 왔다. 고객만족도라는 가치는 경영활동 전체와 연결이 되어있다. 어떤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서 팔기 위한 전체 과정의 수준이 고객의 수요에 맞아야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서비스 설계가 잘못되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앞에서 다 잘했는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고객접점에서 잘못되어도 최종적으로 불만이 생기게 된다. 사실상 전체 경영활동에서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부분에서의 만족도가 전체 고객만족도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만족도를 높인다는 건 상당히 어렵고, 오래 걸리고, 복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고객만족도 점수를 비교하면, 같은 유형의 기관 간에 복합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점수가 높으면 전체적으로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경영 사이클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도구이기 때문에 그렇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회사의 숙명인데, 고객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받았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만족도가 높은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전체적인 시야에서 봤을 때 고객만족(CS)이라는 가치는 회사의 생존에 상당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민원, 고객센터, A/S 등으로만 인식하는 CS업무에 관해 공공기관 내 해당 담당자로서 느꼈던 것, 알고 있는 것, 말하고 싶었던 생각 등등을 앞으로 글로 적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알아보고 걸어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터라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렇다. 앞으로도 이 업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머릿속의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하니, CS업무를 하시는 분, 앞으로 하실 분 등 관련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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