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매년 1월이 되면 전년도에 실시한 고객만족도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실의에 빠지곤 한다. 약 1년의 기간 동안 우리 기관과 실제로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위기관에서 외주를 줘서 실시하는데, 공공기관 전체가 조사를 받기 때문에 공기업 등 각 기관 유형별로 점수를 기준으로 줄이 세워진다. 괜히 우리 기관이 몇 등급 하락했녜, 전체에서 몇 등이녜 가지고 직원들끼리 술렁거리기도 하고, 기관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기관평가에 반영되어 점수화되기 때문도 있고, 점수와 석차를 통해 우리 기관이 비슷한 다른 기관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고객만족도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말 그대로 고객들이 설문조사에서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식으로 응답을 해야 한다.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의 전체적인 만족도를 물어보기 때문에 업무추진과 관련해서 전체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 어떤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고 낮은 지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 심지어 경영자까지도 '친절한 응대'면 고객만족도 상승에 충분하다는 인식이 공공 부문에서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CS 업무라고 하면, 그 업무의 큰 축 중 하나가 직원들이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인식이 해당 담당자로서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진짜로 고객만족도 점수를 높이고자 한다면, 고객만족(CS) 업무는 전체 시스템을 고친다는 관점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카페운영으로 예를 들면, 카페 운영준비부터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고 제공하는 일련의 서비스과정 전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고객은 가격이 비싸서 불만족할 수도 있고, 응대가 불친절해서 불만족할 수도 있다. 이런 느낀 점이 각각 다른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부분이 만족도가 높고 낮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돕는 것이 만족도조사이다. 그러므로, 가격, 맛 등 상품 품질이 낮아도 만족도점수가 낮기 때문에 응대 친절도뿐만 아니라 서비스 경쟁력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전 직원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만족도점수는 개선될 수 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공공 만족도조사는 서비스 프로세스 전체를 서비스과정 등 차원별로 쪼개서 점수를 채점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리적 환경, 서비스 결과에 대한 만족 등 서비스 과정 말고도 고객이 느끼는 전방위적 감정을 전부 조사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조사내용을 공유하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창립된 지 1~2년밖에 안된 신설 민간회사면 모를까, 공공기관은 회사가 생길 때부터 30명, 50명 등 일정 인력규모를 확보하고, 그 인력들도 대부분 연차가 좀 있는 경력직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신규기관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이 웬만하면 친절 교육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창립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이라는 곳들은 대부분 꽤 괜찮은 친절도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저기 전화만 좀 해보더라도 일부 기관의 일부 성격 이상한 직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친절한 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서비스경영이 강조되면서 친절교육이 전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과정의 친절도는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결국 만족도는 상품(서비스)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커피 가격이 합리적인지, 맛은 내 취향에 맞는지, 빨리 제공이 되는지 등 개개인의 만족도는 개개인의 수요에 적합하게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어야 높게 발생할 수 있다. 즉, 서비스 결과와 관련된 항목과 전체적인 만족도가 낮게 나온다면 소위 일처리가 제대로 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도 느리고, 가격도 너무 비싸고, 품질도 수준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할 것이다.
만약 한 회사의 경쟁력 수준을 알고 싶다면 고객만족도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된다. 조사결과가 매우 우수, 우수 정도라면 평균이상의 서비스 경쟁력을 가지고 일처리를 보통이상의 수준으로 불편하지 않게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흡, 매우 미흡 수준이면 사실상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경쟁력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조사결과는 우리 회사의 개혁을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정표라고 보면 된다. 대외 이미지 때문에, 기관평가 때문에 점수를 높여야 되는 게 아니라,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점수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 고객만족도가 낮은 회사는 고객의 발길이 드문드문해질 수밖에 없다. 갈 때마다 불쾌한 카페에서 돈 주고 커피를 사 먹는 건 바보가 할 행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