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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Apr 21. 2024

감정은 공명한다

만족스러운 직원, 만족스러운 고객

미국 스폐셜티 커피회사인 블루보틀의 직영점을 한국과 일본에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방문했을 때는 직원들이 차분해 보이고 기분이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일본에서 방문했을 때는 일하는 게 즐거워 보이고, 기분이 약간 밝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다른 카페 체인을 이용할 때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커피집의 직원들은 '일한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블루보틀만큼은 '보람차게 일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들의 표정, 말투, 응대행동 등 직원들의 행동을 통해서 그들의 감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간격을 두어 방문을 했었는데, 매번 방문할 때마다 신기했다. 어떻게 회사가 운영되길래 외부사람이 보기에도 직원들이 안전해 보이는지, 그 안에서 잠시라도 일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CS교육에서, 그리고 서비스 현장에서 요즘 강조되고 있는 마인드가 있다. 직원이 업을 만족스러워하고, 근무환경이 안전해야 고객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이전에는 직원의 친절도, 성실성, 전문성 등 직원 역량에 관해서 강조되곤 했었다. 직원이 일을 잘해야 한다고 교육을 통해 주입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직무교육, 친절교육 등 업무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ERP 등 사내 생산성 툴을 도입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근로자에게 요구해서 창출해 낼 수 있는 고객만족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직원이 수동적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서비스로는 글로벌 만족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직원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창출해 내고 개선해 나가는 근로환경이 필요해지고 있다.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상향식으로 서비스가 개선되는 조직문화가 조금씩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은 과업까지 직원이 자율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 대신, 개인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한다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규, 업무매뉴얼 등을 통해 규범화되어있지는 않지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행동하는 융통적 행동은 고객만족도 차원에서 중요하다. 일전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중, 물 한 잔 갖다 달라, 음료를 갖다 달라는 승객의 요청을 누락한 실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여분으로 남은 스낵을 제공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또한, 어느 유명 카페에서 벚꽃철이라 손님이 너무 많아서 대기손님이 많자, 웰컴드링크를 제공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센스'라고 말하는 융통성 있는 행동은 서비스 실수나 장시간 대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불쾌감을 완화시킬 수 있다. 매뉴얼 등 정해진 업무요령 내에서, 실수한 상황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라고까지 그렇게 세부적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고객서비스 제공은 상황별로 대처방안이 다양하므로 융통성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넓게 보장해야 한다. '이런 것까지 배려한다고?' '이렇게까지 대처를 잘한다고?'라는 생각을 고객이 가질 수 있도록 응대를 하는 것이 높은 만족도를 불러올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직원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유연한 조직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행동규범이 자유로운 편이고, 직원의 자율권이 보장되고, 의사소통이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유리하다. 이는 직원이 만족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끼치지만, 그와 별개로, 서비스결과를 개선하여 최종적인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감정상태는 고객에게 쉽게 전이된다. 감정은 공명한다. 내 기분은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된다. 직원이 일하기 싫어하고, 고객응대를 불편해하면 상대방도 그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 직원의 태도가 불친절해서 기분 나빴던 경험을 많은 이들이 겪어봤을 것이다. 직원에게 친절함을 끊임없이 요구할 수는 없다. 상식적인 선을 넘을 정도로 요구하면 강요가 된다. 친절을 강요한다고 해서 직원이 친절해지지는 않는다. 직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요구가, 지시가 상식적이지 않고 도덕적이지 않으면 따르지 않으려고 한다. 직원이 실제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고객에게도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직원만족도는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지, 타인이 주입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직원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야 정말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법이 없고, 갑질이 없고, 일하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직원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정도의 과중한 업무, 납득 불가능한 직장 내 폭언, 폭행, 성폭력, 휴일 카톡 등의 괴롭힘, 고객이 다양하게 행하는 갑질 등에서 벗어나있고, 회사를 통해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이 크게 된다. 직원 마음이 편해야 편안한 감정이 고객에게도 전달되고, 직원이 만족감을 느끼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도 친절하다, 세심하다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직원이 불행하면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은 실현 불가능하다. 불행한 근무환경은 고객에게도 전이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임금, 복지 등 금전적인 요소를 개선하기 이전에, 먼저,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뭐든 안전이 최우선이듯이, 회사생활도 안전이 최우선인 법이다.


내가 블루보틀 카페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직원들의 만족감은 회사 차원의 다양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라 예상한다. 어떤 방안들을 추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만족감이 친절한 응대, 세심한 배려, 확실한 경영철학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실제로 직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직원만족도가 높아 보인다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인이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기업에 비해 서비스 만족도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사람의 태도는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직원에게서는 긍정적인 감정이 발현되기 마련이다. 그런 직원들이 많다면 긍정적인 경험을 품게 되는 고객도 자연스레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고객만족 우수기업이 되고 싶다면 업무 프로세스, 근로환경, 조직문화 등 서비스창출의 가장 근본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군 같은데, 독불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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