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싫어졌습니다

'감정의 감옥'에서 언젠간 나갈 겁니다

by 빨간모자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20대 남학생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여름방학 동안의 공공기관 인턴이 끝나고,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 학교에 다니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과거를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부가 너무나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할 때마다 가슴이 참 답답했었다.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열정이 세상에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깊게 묻혀 있어서 평생을 뒤져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열정이었다. 결국 올해 하반기에는 휴학을 했다. 그리고는 2달 동안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게 미친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과거를 회상하면 속이 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안에 있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신경이 쇠약해질 것만 같아서, 어떻게든 몸 안에 있는 화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말하고 싶었지만 꾹 눌러 담고만 있었던 말들을 글로 표현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쓰고 싶었다. 이상한 사람,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누구에게도 '감정의 감옥'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누군가에게 또는 어딘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다. 풀리지 않은 응어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감정의 감옥'이 생기게 된 이유, 생긴 후에 발생한 나의 변화,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글로 표현하니, 5년 동안의 여정이 단정하게 정리가 되었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과거의 사건들이 가지런하게 나열되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보다 더 분명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되니, 나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랬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글쓰기가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과거를 기록해두니 회상을 덜 하게 되었다. 마치, 정보를 기록해두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져서 기억을 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내가 밟아온 과거를 글로 기록해두니,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어졌다. 기억하고 싶다면, 브런치에 기록해둔 글을 읽어보면 그만이다. 만약 책으로 만들어진다면, 책을 읽어보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더불어 의미도 흐려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가 현재 및 미래와 더 이상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내면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는 '감정의 감옥'에 깊게 갇혀 허우적대던 그때를 회상해봐도 속이 쓰리지 않다.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단, 모두와 함께.

모든 글을 한 번씩 퇴고해보다가,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과거를 회상하며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글쓰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동아리라는 하나의 조직에 속해서 조직원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믿었던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년 동안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세워진 하나의 심리적 감옥을 만들었다. 내 자아를 '감정의 감옥'에 가두어놓고 사회와 단절된 채 혼자 지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낯선 사람을 경계했으며, 익숙한 사람들도 피했다. 타인과 어울리면서 간혹 얻을 수도 있는 마음의 상처를 다시는 얻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에서 강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그래서 타인과의 교류를 원천적으로 회피하게 됐다. 낯선 사람에게 말도 걸지 못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으며, 사회경험을 아예 쌓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내면에는 타인과 다시 교류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았다. 타인을 통해 얻은 상처는 타인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혼자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었고,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타인과 단절되어 지내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타인과의 사랑을 통해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취업준비를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사회경험과 그를 통해 얻은 개성 있는 스토리가 없다면 취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사회경험 및 경력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연애를 하고,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서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간절함과 의무감에 힘입어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시도를 용기내어 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여러 번 발표를 해보고, 미술관과 사회복지관에서 혼자 또는 여러 사람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유학생과 어울려보기도 했고,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한 경험들 덕분에 조금씩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옅어졌다. 또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두려움과 불안을 이기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타인에 대한 경계를 풀려면 타인과 어울리려고 시도해보고 계속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짧게나마 인턴십을 통해 직장생활을 해보면서, 내가 타인과의 교류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고, 내가 원하는 삶과 직장생활은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타인과 조화롭게 살면서,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싶었다. 취업이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감정의 감옥'에 관한 여러 글을 쓰게 되었다. 소심하게 작가의 꿈도 꾸게 되었다.


아무에게 알리지 않아서 외면적으로 티가 안 났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치열한 시간이었다. 나 자신이 밉기도 했고, 내 인생은 몹시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났고, 그에 더해 능력까지 좋으면 더욱 질투가 나서 화가 나기까지 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타인에 대한 적대심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항상 타인을 미워하는 삶을 살았다. 사실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미워하는 삶이었다. 불만이 가득 찬 채 하루하루를 살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최면 아닌 최면을 걸며 살았다. 때가 되니 조금씩 마음이 열렸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맛'을 알게 되었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조금씩 희망은 커졌고, 희망이 현실이 되자 불만이 가라앉았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미약했지만 차근차근 의지를 발휘하니 변화가 서서히 찾아왔다. 예전엔 혼자 있고 싶었지만, 이제는 혼자 있기 싫어졌다.


세상에 나처럼 마음속에 '감정의 감옥'을 세워놓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분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감정의 감옥'을 허물기 위한 걸음을 차근차근 걸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나갔으면 한다. 나 또한 브런치북을 발행한 지금, 여섯 번째 걸음을 걷고 있으며,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모두와 함께하면서 말이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상에 나아가 타인과 함께 어울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 브런치북이 '감정의 감옥'에 갇혀있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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