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하시면 잘하실 거 같아요

6. 인기 없는 사람

by 빨간모자

"네? 제가요? 왜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잘하실 거 같아요. 해보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다가 정말 놀랬다.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활발한 것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나에게 유튜브를 해보라니. 인턴 동기였지만 같은 사무실이 아니어서 마주칠 일이 자주 없었던 분이었다. 아, 나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얘기를 하나보다 싶었다.


그 한 문장이 이후에도 가끔씩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나에게 유튜브를 하라고 추천했을까. 내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잘 모를 테니, 겉으로 보이는 외모나 성격을 통해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 한동안 해답을 얻지 못했고,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


난 사실 글쓰기보다는 말을 더 잘하는 편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글쓰기와 말하기 중에서 어떤 것을 할 때 더 많이 칭찬을 받아봤나 생각해봤다. 글쓰기는 독서감상문 대회, 공모전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실력을 뽐내봤었지만 칭찬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브런치에서 진행했던 역대 공모전들도 모두 떨어졌으니, 이것만으로도 글쓰기 실력이 그리 출중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발표나 낯선 사람과의 대화 등 말을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칭찬을 받곤 했었다.


난 글을 사실 잘 못 읽는다. 글 읽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린 편이고, 하루에 읽을 수 있는 페이지 수가 정해져 있다. 한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40페이지 정도 읽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집중도 안돼서 책을 덮는 편이다. 글을 능숙하고 빠르게 읽지 못하다 보니 아무래도 글쓰기도 좀 힘든 편이다. 하루에 하나는 물론이고, 일주일에 하나 쓰기도 쉽지 않다. 반면에, 대화를 할 때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말이 술술 나오는 편이고, 감정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으면서, 편안한 분위기도 곧잘 만들곤 한다. 말하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에게 유튜브를 하라고 추천한 듯싶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영상 크리에이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상 크리에이터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이다. '대중의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나는 불합격이다.


사실, 사랑을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이다.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오고 가는 좋은 감정을 의미한다. 사랑을 잘할 줄 모른다면 아무래도 남들에게 사랑받는 법을 모를 수밖에 없다. 나는 원래부터 인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집 바깥에서는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사실 사랑이 어렵다. 받아본 경험이 많지 않으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사랑을 풍부하게 해 보지도 못했으니 배울 기회도 애초에 없었다. 경험치가 0인 셈이었다.


그래서 늘 인간관계에 서툴렀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에 쑥스러워했고, 기껏 다가가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눈치채질 못했다. 사람을 사귈 기회가 생겼을 때는 늘 숨기 바빴고, 막상 괜찮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채질 못하곤 했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 장난치는 게 왜 그리 싫었는지 모르겠다. 좋아서 그러는 건지 괴롭히려고 그러는 건지 정확하게 구분하질 못했고, 괜히 마음고생을 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 자주 머물고, 툭하면 웃으며 장난치곤 하던 것은 날 좋아해서 그랬던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당시에는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곤 했었다. 좋아해서 다가오는 애들을 화를 내서 쫓아낸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인기가 없던 게 당연했다.


성인이 되고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 꾸준한 연락이 관계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늘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먼저 연락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연락했지만 상대방이 반기지 않았을 때 상처 받을까 봐 두렵기도 했었다. 연락이 나에게 오는 것은 항상 잘 받아줬지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몇 번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타깃을 잘못 골랐는지,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화를 하든 메신저로 연락을 하든 대화가 얼마 가지 않아 읽씹으로 끊기곤 했었다. 내가 별로 반갑지 않다는 의미였다. 안 그래도 자신감이 없는데 거절당하는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니까 더욱 자신감이 없어졌다. 연락을 먼저 하지 않으니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질 수가 없었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기도 했었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서투른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너무 부정적인 탓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사실상 '빈익빈 부익부'일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온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외모, 성격, 경제력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 사람의 매력이 만들어진다. 똑같은 말을 해도 잘생긴 사람이 하면 기분 좋게 들리고, 못생긴 사람이 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후광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너무나도 쉽게 타인이 좋아해 주고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을 계속해서 지켜봐 온 사람들은 자신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이라 당연하게 믿게 되고, 거리낌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계속 받아온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뭔 말만 하면 욕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든 눈치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며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욕해도, 나만큼은 나를 사랑해야 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상적인 말들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곤 한다. 하지만, 물론 그렇게 사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현실성이 낮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일 못한다고 욕먹고, 돈 없다고 무시당하기도 하고, 못생겼다고 소개팅 성사되기 전부터 까이곤 하는 사람이 과연 자신에 대해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에게 카톡 연락이 씹히고, 연락을 먼저 해도 상대방의 시큰둥한 반응이 매번 돌아오는 경험을 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더 이상 상처 받기 싫다는 방어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마음이 감내할 수 있는 상처의 양에는 한도가 있다. 그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고, 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여튼, 이 글에서 살아오면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전부 얘기해주지는 못했지만, 나는 인간관계에서 여러 번 상처를 받아 그 때문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었다.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 그래서 사랑하는 법도 제대로 배우질 못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서투른 사람이 과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곁에 사람이 없으면 혼자 잘 지내면 되고, 상처 받기 싫어 새로운 인연을 찾고 싶지 않다면 역시나 혼자 잘 지내면 된다. 하지만 유튜버는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생계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직업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온라인 세상에서 구독자에게 사랑받고 구독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싶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유튜버는 나랑 안 맞을 것 같다.


사실, 유튜브를 해보라는 얘기를 듣기 대략 3달 전부터 나는 남몰래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었다. 유튜브 대신에 브런치를 하게 된 셈이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영상을 통해 말로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통해 글로 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인 것 같다. 글쓰기 실력이 말하기보다 딸리면 뭐 어떠한가. 하고 싶은 얘기 맘껏 하면 그만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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