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또 월요일이다.
월요일만 되면 정신이 아득해지며 일하기가 싫다. 물론, 일하기 싫은 날은 월요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무더운 날, 컨디션 안 좋은 날, 일이 많은 날 등등... 이렇게 따져 보면 일 하기 좋은 날 보다 일하기 싫은 날이 훨씬 더 많다.
일하기 싫은 날은 아무도 나를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회사에서 나를 안 건드리는 법"을 검색해 보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일하기 싫을 때 묻어가는 법 없을까?
학창 시절, 숙제 준비를 덜 해오면 선생님이 귀신처럼 알아차리고는 질문을 했다. 정작 내가 준비를 잘 해 왔을 때는 시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내가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상 앞에 서니 학생들 표정이 더 잘 보였다.
‘자신 없는 표정을 보고 시키는 거였구나.’
상사나 사장들도 저마다 마음의 단상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월요일이나 궂은 날씨에는 일하기 싫다. 다만, 모두 겉으로 티를 안 낼뿐이다.
나도 회사에서도 일하기 싫을 때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다. 물론 모니터에 "일하기 정말 싫다."라고 쓰고 있지만 말이다.
K사장은 월요병이 있다. 월요일만 되면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출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장도 이렇게 출근하기 힘든데, 직원들이 일찍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반성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월요일에 출근하기 힘든 건 이해가 되는데, 자기보다 더 늦게 출근하는 직원을 보면 화가 난다고 한다.
일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을 더 만들어서 주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원래 일찍 출근하는 직원은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에 사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월요일에 일찍 와서 마무리 하지 뭐.’ 하면서 금요일에 일찍 퇴근했다.
정작 월요일 아침, 예정만큼 일찍 출근하지 못했다. 원래는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출근하려고 했는데, 겨우 40분 일찍 출근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는데, 사장도 나 다음으로 출근하는 게 아닌가?
내가 제일 먼저 왔으니 제일 먼저 호출할 텐데 큰일 났다 싶었다.
뜻밖에, 사장은 일찍 온 순서부터 부르는 게 아니고 늦게 온 순서부터 호출했다. 제일 마지막에 출근 한 직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실로 호출이 와서 허둥 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제일 마지막에 호출이 와서 여유롭게 보고서를 마무리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깨달았다. '일찍 와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업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터치를 덜 하는구나'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태도가 더 중요하다.
모두들 늦게 와서 괜찮을 것 같은 궂은날이나, 월초, 주초에는 지각하지 않도록 더 신경 쓴다. 조금 일찍 나와서 카페인으로 잠을 깨우고 전날 업무를 살펴보는데 십 분이 채 안 걸린다. 사장은 수시로 질문하는데 대비를 해놓는 것 만으로 도움이 되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K, 일하기 싫을 때 묻어가는 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심플하게 받아친다.
"바쁜 척 하지."
나도 일하기 싫을 때는 프로의 가면을 서랍 속에 준비 해 놓아야겠다.
어차피 사회생활이라는 게 배우 빰 칠 정도의 "연기력" 이 필요하니까.
사진 출처: 약치기 (배경), 첫 번째 (조선 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