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Sohn Nov 02. 2018

사장에게 결제받기 쉬운 날은?

말 바꾸는 사장 현실 적용 편

말 바꾸는 사장 대처법에서 사장과의 중요한 약속은 문서로 남기라고 말했다.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았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냐고 하면 말이다.


연초에 사장은 휴가 일수를 늘리겠다고 전 직원 앞에서 발표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올해엔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속히 여행지를 정하고 항공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니, 휴가일이 정해 지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다. 항공권은 빨리 끊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여름휴가 동안 직원들이 겹치지 않게 휴가를 정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휴가를 언제부터 정 할 수 있는지 사장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도대체 누가 휴가를 일정을 늘린다고 말했냐?"

하며, 사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런 건 직접 물어보면 안 되는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장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일정을 미리 정하지도 못하고 휴가를 늘리지도 못한 채로 휴가를 다녀와야만 했다.


다음 해에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원래는 사장이 휴가 기간이 임박해서 "여름휴가 일정을 잡아."라고 하면 그제야 부서별로 일정을 정해서 사장에게 보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휴가 일정이 먼저 확정되고, 미리 항공권을 끊는 것이다. 항공권은 미리 끊을수록 저렴하다.

내가 나서서 미리 전 직원의 여름휴가 일정표를 작성하기로 맘먹었다. (물론, 회사는 혼자서 전 직원의 휴가 일정표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휴가 계획을 작성하다가, 사장이 특정 시기에 예민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장의 월급 증후증"이 그것인데, 우리는 월급날이 되면 기쁘고 들뜨지만 사장은 그렇지 않다. 사장은 직원 월급날을 기준으로 각종 공과금, 세금, 부가세, 대출이자 등이 나가는 날에는 상당히 예민 해거나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 입장에서의 "휴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필수 조항이고 리프레쉬를 위해 꼭 챙겨야 한다. 하지만, 사장 입장에서는 “직원들 휴가”나 “명절” 이 끼여 있는 달에는 매출이 줄어들겠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서 사장에게 "회사 복지"에 대해 건의하거나 "휴가계"를 내거나 또는 "연봉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러한 "사장의 지출 증후군"이 있는 날에는 결제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


나는 앞뒤 생각도 없이 말했다가 원래 늘리기로 했던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말 바꾸는 사장이 무척 야속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음 해에 나는 회계팀 직원의 조언을 받아 지출이 받은 날은 피하고, 매출이 많은 다음날 전 직원의 휴가 계획서를 제출하고 반려 없이 한 번에 확정받았다. 그리고 무사히 해외여행도 잘 다녀왔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