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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롤 Jun 19. 2021

'바빠서' 산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산책할 시간이 없어요.

"운동해야 하는데,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하기 쉽지 않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바쁘다 보니 산책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할 일이 너무 많다."


한 달 전,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더미에 쌓여 어떻게 하면 더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시간관리, 할 일 관리 관련된 많은 책과 아티클을 읽고 나름 일정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할 일은 왜 해도 끝이 없는지, 하루의 끝엔 오늘 계획한 일을 다 못했구나 싶은 날이 부지기수였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즉각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다 보니 급한 일을 하기 위해 미뤘고, 다른 급한일 들을 어떻게 하면 하루에 더 많이 완료할 수 있을까? 가 항상 화두였다.  '메이크 타임'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도 그 고민에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할 일 목록은 쌓여있으나 그중 많은 일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갔고, 하루를 불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처음 한 일은, 창문을 활짝 열고 창가에서 좋아하는 밀크티를 마신 일이었다. 산책을 시작했고, 미뤘던 운동을 등록했다. 하루의 즐거움과, 만족도가 높아졌다. 내가 던지는 질문이 바뀌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하루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로. 그리고 이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간이 흐릿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만족감을 주는 활동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주 금요일 시내 건너편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일주일 내내 그 시간을 기다렸다. 다른 날은 퇴근 후에 호수를 따라 달리기를 했다. 날씨가 괜찮은 날은 가끔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 항구까지 걸어가 해가 지기 전 몇 시간 동안 요트를 탔다. 긴 하루와 따뜻한 밤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 메이크 타임 -


가능한 많은 일을 해내려고 애쓰는 대신 나의 하루를 더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꽉꽉 채워진 할 일 목록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일을 하루의 '하이라이트'로 정하여 하이라이트에 집중했다.


그중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 바로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에너지 충전'이라고 하면 잠, 휴식, 음식을 생각했지, 운동은 오히려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에서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중 한 가지로 운동을 제안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나는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곧 '에너지가 충전되는 일'이지 않을까? 에너지가 충전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다.

다른 일에 밀렸던 운동은 그 다른 일들을 더 잘하기 위한 일이었다. 중장기적인 체력단련이라고 멀리 생각하기보다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의 만족감을 높이고 하루를 더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운동'을 바라보는 생각의 각도가 바뀌자 바로 다음날부터 20분씩, 이제는 40-50분씩 걷기 시작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한다면 그 일을 하는데 강한 의지가 필요하지는 않다. 운동은 정녕 내가 원하는 일이 되었고, 힘들임 없이 애쓰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어난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질 때 심호흡을 하면 아직 잠이 덜 깼던 온몸 구석구석까지 활기찬 에너지가 들어오는 것 같다. 창문만 열어도 그러한데, 집 밖으로 나가 변하는 풍경을 보며 때로는 천천히, 어쩔 땐 빠르게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며 충전됨을 느낀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해가 쨍한 날에는 모자를 쓰고 걷는다. 걷다 보면 마음에 드는 산책 길,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며 즐거워진다.


몇 달을 바빠서 운동을 못하고 있었는데, 바쁘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도 에너지를 충전하러 산책을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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