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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Oct 26. 2022

10:30 출근 루틴

아침 7시 반, 옆에서 딸아이가 꿈틀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우리 딸은 아침형 인간이라 거의 항상 아내와 나보다 일찍 일어난다. 암막커튼으로 눈속임해보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오늘따라 더 무거운 몸을 마지못해 일으켜 세운다. 새벽에 아이가 여러 번 울며 깨는 바람에 잠고문을 당했다. 푹 자지 못한 탓에 머리도 지끈거린다. 나는 밤잠이 조금만 부족해도 골골대는 편인데, 이런 상황이 벌써 몇 주째 지속되고 있어 힘들다. 아무튼 이러고 늑장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냉큼 부엌으로 나가 아침밥을 준비한다. 최대한 빨리 먹을 수 있는 잼 바른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가 오늘의 메뉴다. 아침부터 굳이 이렇게 서두르는 건 출근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말이다.


후딱 아침식사를 끝내고 옷을 입으면 대략 8시 15분. 조금의 지체도 없이 현관문을 나선다. 정해진 등원 시간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아내와 나의 이른 육아 퇴근을 위해서다. 아이의 출근은 곧 부모의 퇴근이므로. 아이는 언제나 사랑스럽지만 어린이집에 있을 때 특히 이쁜 법이다. 등원 버스가 없어서 기사는 내가 자처하고 아내는 조수석에 함께한다.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은 아주 유연한 등하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아침 7시 반에서 저녁 6시 반 사이라면 아무 때라도 오갈 수 있다. 덕분에 아침마다 아이를 바삐 깨울 필요도 없고, 오후에도 그날그날 내 업무 일정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면 된다. 어린이집은 사랑이다.


아이를 내려주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헬스장으로 향한다. 9시다. 아파트 공용 헬스장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솔직히 이 5분도 귀찮아서 홈짐 설치를 고민 중이다. 아무튼 공용 헬스장도 시설이 나쁘지 않다. 나도 안다. 다 운동하기 싫어서 둘러대는 핑계일 뿐이다. 운동은 한 번에 최대 한 시간. 아내는 주로 트레드밀이나 일립티컬을 이용한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고, 나는 덤벨과 바벨을 이용한 프리웨이트에 집중한다. 딱 한 시간만 하는 이유는 출근 때문이 아니라 그냥 힘들어서다. 사실 시간은 많다. 하기 싫은 운동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10시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면 10시 반. 출근하기 애매한 시간이다. 30분 정도 빈둥거리고 11시 정각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바로 출근하기로 마음먹는다. 퇴근을 일찍 하면 된다. 매일 입는 까만색 아디다스 반바지와 회색 무지 티셔츠를 대강 걸치고 출근길에 나선다. 아내에게 "돈 많이 벌어 올게"하며 너스레를 떠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방문을 열고, 닫는다. 출근 끝, 업무 시작이다. 거실과 문 하나로 분리돼 있는 이 작은 침실이 내 회사이자 내 사무실이다. 마우스를 흔들어 깨우며 생각한다.


그나저나 오늘 퇴근은 또 몇 시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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