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Oct 26. 2022

오늘은 언제 출근하지?

미국 재택근무자의 일상과 그 자유에 대하여

오늘은 언제 출근하지?


아침마다 습관처럼 애플 워치를 들여다봅니다. 캘린더 앱을 통해 그날 업무 일정을 대략 확인하기 위해서죠. 뭔가 대단히 중요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몇 시에 출근하는 게 알맞을지 가늠해보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회의가 없다면 굳이 무거운 몸과 머리를 가지고 일찍부터 업무를 시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또 퇴근할 자유를 가진 사람입니다. 사장이냐고요? 아니고 그냥 직장인입니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자라는 점이죠. 그것도 회사에서 자그마치 2700km나 떨어진 곳에 사는 재택근무자.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에 살고 있고요. 원래부터 이렇게 멀리 있는 회사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달랐죠. 버지니아주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단숨에 캘리포니아까지 날아갔죠. 어릴 적부터 품고 있던 캘리포니안드림을 가지고 말이죠. 아내와 아이, 그리고 저 이렇게 세 가족이 도란도란 살 수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도 재빠르게 구했죠. 그런데 이게 웬걸. 출근 몇 번 해보지도 못한 시점에 회사에서 그러더군요. 이제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었으니 업무환경도 따라서 적응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제 굳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렇게 하루아침에 재택근무자가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강제는 아니었죠. 원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거의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월세를 감당해야 했죠. 저를 포함한 세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결정은 하나였습니다. 사무실 위치와 상관없이 싼 곳으로 이사해서 생활비를 아끼는 것. 반강제로 재택근무자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정이 들기도 전에 샌프란스시코와 작별을 고한 저는 현재까지 텍사스에 살며 원격으로 근무하고 삽니다.


재택근무자라고 해도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근무환경은 다를 것입니다. 사무실 출근러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분명 출근할 때는 누리지 못하던 자유를 다수의 재택근무자들이 누리고 있는 건 사실일 겁니다. 우선 통근시간 아낀 만큼의 시간도 무시 못할 가치가 있고요. 업무 중간에 졸리면 자는 사치도 누릴 수 있고, 은행에 볼일이 있는 날이면 누구 하나 눈치 볼 것 없이 알아서 다녀오는 편리함도 크죠. 이 외에도 집에서 일해보기 전에는 결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자유와 그에 따른 행복을 저는 매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택근무제도는 제가 매일매일 행복한 삶Life과 업Work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 사는 행복한 재택근무자인 저의 일상과 그 자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여러분들도 저처럼 하루아침에 재택근무자가 되는 행운(?)을 맞이하게 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