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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야시장 말고 새벽시장

흥겨웠던 야시장이 더욱 활기찬 새벽시장으로

by 레이다 Mar 03. 2025

많은 곳을 다녔지만 타이완은 처음이었다. 대체로 중장거리 지역을 다니며,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들은 나중으로 미뤄뒀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멀리 가고, 나이 들면 가까운 곳을 다니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타이완 여행을 가게 됐다.


새벽 시간,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하는 식당과 손님들


짧다고 할 수 있는, 2박 3일. 주말을 이용해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가볍게 다녀오려던 처음 계획은 출국 일정이 다가오면서 점점 무거워졌다. 이왕 가는 건데 그래도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먹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시간이 빠듯한 일정은 부지런해야 한다. 촘촘한 일정을 좋아하진 않지만 매번 여유로운 여행만 할 수는 없다. 이번 타이베이 여행이 그랬다.


금토일 꽉 찬 3일의 일정은 빼곡하게 적어 놓은 방문지와 상당히 체계적인 동선을 만들었다. 여행 전 타이베이를 공부하며 알아갈수록 가보고 싶은 곳,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었다.


첫날 오후, 고궁박물원-101타워-쓰린야시장

둘째 날, 지우펀-야류해양공원-스펀-서문정거리

셋째 날, 중정기념관-반차오백화점&PX마트


선택과 집중으로 몇 군데는 포기하고, 대체적으로 무난한 일정을 소화했다. 타이베이는 구경도 구경이지만 먹을 것이 더 좋은 곳이었다. 딤섬부터 훠궈까지. 튀김, 찜, 구이, 분식, 간식, 음료. 다양했다.


타이베이는 타이완 섬 북쪽에 있다. 타이베이는 타이완 북쪽에 있다고 해서 타이+베이(北)라고 부른단다. '타이중'은 타이완 섬의 중앙, '타이난'은 타이완 섬의 남쪽.. 그런 셈이다.


타이완은 열대와 아열대를 나누는 북회귀선이 걸쳐 있다. 그만큼 기후가 온화하다. 과일과 생선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가 많다. 다만 타이완도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수도 타이베이에 인구가 집중돼 있다. 집값이 특히 비싸고, 농축산품 생산량도 많지 않다. 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타이베이에 10년째 거주 중인 한국인 지인의 이야기다.


여행은 즐거웠다. 동아시아인 데다 같은 문화권이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 조금씩 달랐다. 서문정 거리를 갔을 땐 서울 명동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어는 곳을 가든 한국 단체 관광객이 참 많다. 유명 관광지를 가면 한국사람인 것을 척 알아보고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요즘 타이베이에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다는 말도 들었다.


숙소는 반차오에 있는 힐튼호텔이었다. 반차오는 타이베이의 분당이나 판교 같은 곳이라고. 타이베이 중심부에서 가까우면서, 신도시처럼 반듯하고 고층 건물이 많았다. 반차오(Banqiao, 板橋)라는 지역명은 한자로 판교인데 우리나라 판교와 같은 한자를 쓰는 게 흥미롭다.


타이베이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쓰린 야시장
타이베이 서문정 거리는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여행하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고궁박물원, 중정기념관, 도교 사원 등을 꼭 갔었다. (타이완은 박물'관'이 아닌 박물'원'이라고 한다.)


고궁박물원은 중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됐는데, 귀한 알맹이들이 눈에 띄었다. 장개석이 타이완으로 넘어오면서 중요하고 귀한 보물들을 가져온 이유가 아닐까. 베이징에도 많은 유물이 있겠지만, 진짜 알맹이는 타이완에 있는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다.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점은 시장이었다. 타이완은 워낙 야시장이 유명하지 않나. 야시장에는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재밌는 볼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야시장 말고 새벽시장에서 더 큰 감흥을 느꼈다.


둘째 날 일찍 일어나 숙소 근처 한 바퀴를 산책&조깅할 겸 크게 돌았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6시라 주변은 어둑어둑했는데, 우리나라처럼 일찌감치 출근하는 사람들, 상점 문을 여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비슷하다.


타이베이 아침풍경. 도로는 한적하고, 식당은 장사준비로 분주했다

동네를 돌면서 밤에 작은 야시장이었던 곳이 새벽시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 대박.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다. 시장은 하루를 더욱 일찍 시작하는 곳이다. 아침 6시 30분이었음에도 시장거리는 이미 환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트럭에서 그날 팔아야 하는 물건을 내리거나, 도매 시장에서 떼 온 채소와 과일을 진열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시장과 다르지 않다. 이미 장사 준비를 끝낸 사람인지, 아니면 출근하는 사람인지 모를 아침 식사 모습도 비슷하다.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그런 게 재밌다. 타이베이를 오면 야시장을 가지, 누가 새벽시장을 가려고 할까. 우연히 얻어걸린 행운이랄까.


복잡하고 북적이는 야시장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시장의 상인들의 모습도 타이베이를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다.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은 낯선 여행자에게 귀한 풍경이다.


타이완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여행지다.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타이난, 가오슝, 타이중 등 다른 도시들에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타이완을 경험한 한국인 많다는 것. 타이완을, 타이베이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새벽시장도 추천한다. 야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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