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는 군대 얘기처럼 말이 많아진다.
출근길에 새로 생긴 커피숍을 발견했다.
메뉴판을 훓어보고 있는데
여느 커피숍에 잘 보이지 않는 메뉴가 있다.
비엔나 커피.
나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대학을 다니고 청춘의 시기를 보냈는데
가끔 옛 이야기를 할 때면
20대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하는
주제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얘기들이 실제가 아닌
영화나 책의 내용들을 들려주는 기분이 들어
꽤 새롭고 재미있다.
남자들의 군대 얘기처럼 수다스러워진다.
대학가 앞에 가게들이란 것이 지금처럼
화려하거나 많지가 않아서 거의 대부분은
학교 식당에서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스터디도 하고 친구도 만났다.
요즘 대학 안에는 커피 전문점들이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가 익숙하지 않았던
그 시절은 건물의 1층에 덩그러니 놓여진
자판기 커피가 학교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였던 것 같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레스토랑에 가곤 했는데, 컴컴한 조명 아래에서 돈까스
(일식 돈까스가 아닌 왕돈까스)를 나이프로 썰다보면 왠지 우아해지는 것 같고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처럼 으쓱해지기도 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 나는 장면이지만.
그 시절의 커피숍을 얘기해 보자면
자주 가는 장소는 아니었다.
요즘처럼 커피숍에서 공부를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조명은 최대한 어두웠고 칸막이도 있었다.
보수적인 그 시절, 담배 피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때는 커피숍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필 수 있는 시절이었으니까.
메뉴는 커피, 설탕, 프림이 들어간 믹스 커피가
기본이었고 내 기억으로는 요즘의 아메리카노와 같은 커피만 들어간 메뉴는 없었던 것 같다.
커피는 프림과 설탕이 들어가야지,
쓴 커피만 먹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비엔나 커피는 예전의 그 맛이 아니다.
실망감과 아쉬움에 마음이 허전해졌다.
그래도 추억의 음식을 만나
그 시절을 돌아보는 잠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다.
간혹 추억의 물건과 장면들을 떠올려 보자.
내가 열심히 달려왔고, 묵묵히 걸어왔던
세월의 길 위에 놓여있던 조각조각 소중한
추억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