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와 삽화가 루크 필즈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가 있다. 오늘날로 치면 JK 롤링이나 스티븐 킹같은 인물인데 그가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가 1869년이다.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The Mystery of Edwin Drood)이란 제목이 붙은 추리소설을 준비하면서 디킨스는 소설에 삽화를 그려줄 삽화가를 찾았다. 그때 우연히 「그래픽」(Graphic)이란 잡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속에 그려진 한 삽화가 마음에 들었다.
디킨스가 본 그 삽화를 그린 삽화가의 이름은 루크 필즈(Luke Fildes)이다. 필즈를 소개한 글을 보면 언제나 그를 영국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설명한다. 디킨스나 필즈가 살던 1800년대 영국에서 삽화가 확실한 직업으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다. 필즈는 그림을 좋아했지만 캐리커처도 좋아했다.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에서 교육을 받고 화가가 되었지만 일단 잡지사에 취직을 한 것이다.
디킨스가 눈여겨본 삽화는 사실 우연히 그려진 것이다. 필즈가 어느 날 밤 런던을 걷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표를 받으면 구빈원에 들어가 하룻밤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찍 줄을 서서 표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표가 바닥이 나 입장을 못한 사람들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잠시 포즈를 취해 달라고 돈을 지불한 뒤 삽화를 그렸다. 그게 아래의 삽화이다.
이 삽화의 제목은 「배고픈 노숙자들」(Houseless and Hungry)이다. 이 삽화를 보자마자 디킨스는 필즈를 고용했다. 디킨스가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한 다음해에 58세의 나이로 작고하는 바람에 소설은 유작이 되었다. 필즈는 소설의 삽화를 중단해야 했지만 그는 자신이 「그래픽」 잡지에 기고했던 삽화를 유화로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유화로 완성한 뒤 제목을 「구빈원 입장권 신청자들」(Applicants for Admission to a Casual Ward, 1874)로 바꾸었다.
필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인데 그걸 꿋꿋하게 서서 그림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필즈가 누군지 몰랐다. 헌데 스탠포드 의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소설을 여러 권 쓴 에이브러햄 버기즈(Abraham Verghese)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가 쓴『눈물의 아이들』(Cutting for Stone) 속 문장이 가끔씩 나를 불러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작가의 관심사를 찾아가다 보니 루크 필즈를 알게 되었다.
우리 삶에는 우연한 마주침이 날마다 일어난다. 나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은 뒤 의사가 쓴 소설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눈물의 아이들』이다. 이 소설 작가가 루크 필즈의 그림을 좋아해서 나는 필즈를 만났고 필즈가 찰스 디킨스와도 연결된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시간을 조금만 더 쓴다면 루크 필즈를 통해서 나는 또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단 한 번의 우연한 마주침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