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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Oct 27. 2024

거울 Miroir _라벨과 유령의 환영

낭만적-인상주의, 블루 발렌타인의 시_ 유령의 미장센

일어나 거울로 다가간다. 어둠 속에서 거울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오싹하다. 거울에 비친 검은 형체가 정말 나인 것인지, 갑자기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무서운 생각에 제대로 쳐다볼 수 없다. 


홀로 어둠 속에서 거울에 비친 나를 가만히 본 적이 있는가? 어둠을 뚫고 아주 가까이 얼굴을 비춰본 적이 있는가? 

두려움에 고개 돌리고 싶지만 그 느낌이 묘한 전율을 일으켜 쉽게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두 눈동자를 자세히 본다. 다른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상한 끌림을 느낀다. 정신을 차리면, 나의 숨겨져 있던 기이한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아 정상의 범주에 벗어난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방 안은 검푸른 빛이다. 



밤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안과 밖 온 사방에 안개로 가득 찬, 그런 밤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저기 여자가 있다. 그녀는 홀린 듯 거울에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본다. 그러면 거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 천천히 내미는 남자의 손을 잡는 여자. 

그러면 남자는 진짜가 된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낭만적-인상주의, 블루 발렌타인의 시'에 실린 글 중 일부분만을 적었습니다. 책은 전국 독립서점, 인디펍,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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