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현승 Oct 24. 2021

별것 아닌 이야기에 따듯한 리액션을 보내는 이유

가족의 시간 24

유튜브에 유명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리액션하는 영상들이 많습니다. 가수 공연에서 방송 카메라는 관객들이 감동하고 놀라는 표정을 담기에 바쁩니다.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카메라는 이런 관객들의 리액션을 놓치지 않습니다. 가수와 관객 사이에서 리액션이 중요하고, 이것도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 리액션 (reaction) : 
1.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 작용으로 나오는 표정, 행동이나 말. 
2.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거나 호응하는 일.  


유튜브 리액션 영상에는 노래와 연기에 감동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유튜브 리액셔너들은 멋진 공연을 감상하며 받은 감동과 감격을 그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보인 것입니다.  


눈물을 흘린다. / 온몸을 흔든다. / 환호성을 지른다. / 책상을 두드린다. /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의자 위에 뛰어 올라간다. /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른다. / 감동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잠시 멈춘다. / 감동하여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떨군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쏟아지는 예산과 투입되는 인력이 꽤 많습니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속에서 만들어지는 한 편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 예능인들도 작가들이 써 준 대본을 바탕으로 진행을 합니다. 가수가 무대에 설 때 혼자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멋진 무대 장치와 배경을 꾸미기 위해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습니다. 가수를 비추는 갖가지 현란한 조명들, 이곳저곳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카메라를 잡고 있는 스텝들, 가수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도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가수 역시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수없이 연습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방송 공연과 유튜브 리액션 영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터와 삶터의 일상이 새롭지 않기에 짜릿한 감동을 찾기 힘듭니다. 어제 하던 일들을 오늘도 하고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재미가 없어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고, 반복되는 일상은 특별한 것 하나 없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 일상 모습은 위와 같은 방송 상황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매일 만나는 가족들은 유재석 같은 예능인, 방탄 같은 가수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가족들과 편한 모습으로 만나고, 늘 똑같은 옷을 입은 채 만납니다. 가족들의 성격, 특징, 유머 코드까지 알고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녀 사이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만약 우리가 유재석 같은 예능인이나 유명 가수들에게만 살아 있는 리액션을 보낸다면 우리의 일상 대화 분위기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가족의 일상 대화에도 리액션은 꼭 필요합니다. 대화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가족은 듣는 가족의 반응에 영향을 받습니다. 말하는 가족은 듣는 가족의 리액션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족들의 별것 아닌 이야기를 들으며 삽니다. 오늘 하루 사소한 경험을 나누고 가족들의 따듯한 리액션을 받으면 신이 납니다. 가족의 리액션은 대화 공간을 훈훈하게 합니다. 공감하는 리액션은 말하고 싶은 용기를 줍니다. 재밌는 리액션은 대화를 즐겁게 이끕니다. 이처럼 리액션은 가족 간의 대화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우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명 가수의 공연보다 더 뜨겁게 리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는 존재 자체로 오늘을 살아야 할 인생의 이유를 선물합니다. 서로를 평생 의지합니다. 매일 함께 밥을 먹습니다. 아플 때 응급실에 함께 가서 곁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달려갑니다.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삽니다. 리액션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더라도 따듯한 눈빛을 담아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 됩니다. 오늘도 애썼다는 진심 어린 눈빛이면 충분합니다.

이전 23화 막내가 '듣는 마음'에 1cm 다가선 어느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